[0-8] 관행
관행
사업을 하다 보면 불현듯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업계 관행'일 것이다.
이는 사실 조직, 인사와 관련된 HR 영역의 이슈는 아니지만 크리스천 오너들이 현장에서 마주하는 중요 한 주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잠시 언급을 하고자 한다.
원칙에 맞지 않고, 때로는 불법의 영역까지도 넘나들게 되는 업계 관행을 대체 어떻게 바라보고 또 대응해야 될까?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않고,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않아야 하는데
그 관행을 따르지 않게 되면 사업 자체를 영위하기가 쉽지 않고,
그러다 보면 결국 피해는 오너와 직원들한테 전해지니 그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고..
이와 같은 이유로 가치판단이 매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러한 고민을 하고 있고, 또 그 고민을 하나님 앞에 기도로 나아 갔을 때, 하나님은 어떻게 바라보실까?
필자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당연히 의로워야 하고, 원칙을 지켜야 하고, 법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실 것 같은데,
만약 그렇게 해서 사업이 어려워지고 많은 사람이 고통을 당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그렇게 말씀하실지는 솔직히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행을 따르는 것이 불법의 영역이라면 따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성경적인 접근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설령 사업이 잘못되더라도 불법을 따르면서까지 사업을 이어가는 것은 사실 하나님 나라와 아무 관련도 없고,
오히려 크리스천 오너라고 하면 더욱 하나님 나라에 반하는 일을 이 땅에서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의 생계까지 위협이 생길 수 있다고 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한 위급한 상황을 전제로 해서 필자의 생각을 몇 가지 적어본다.
그럴 때에는 내일 당장 관행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몇 단계 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한데 그 절차는 다음과 같다.
① 오너가 직접 임원, 직원 등 회사의 전 구성원들에게 관행의 중단 계획을 알린다.
- 인원이 많은 기업이면 온라인, 영상 등을 활용해도 좋고, 인원이 많지 않으면 직접 모두 모아 놓고 커뮤니케이션을 한다(이메일 둥은 지양).
② 관행 중단 이유 및 그로 인한 사업적 리스크(Risk)를 충분히 설명한다.
- 지금 당장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중단할 것을 알린다.
- 그 기간 동안 자유롭게 이직을 알아볼 수 있도록 시간적 기회를 준다
- 다만, 관행 중단을 반대하는 임직원들의 의견, 주장에 대해서는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거절한다.
③ 오너 본인은 그 유예기간 동안 관행 중단으로 인한 사업적(Risk)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아볼 수도 있고, 같은 시장에서 관행을 따르지 않고 매출/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 도저히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사업을 어떻게 정리해 갈 것인지 절차를 고민해 본다.
④ 해당 기간 동안 떠나는 직원들에게 개인적으로 미안함과 감사함을 반드시 표시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가져가 보면 어떨까. 물론 필자의 회사도 아니고,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쉽게 이야기한 것은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도 크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해봐도
크리스천 오너들이 사업의 현장에서 기존 시장의 불법 관행을 계속 따라야 한다는 것을
어쩔 수 없다고 단정 짓기도 어려울뿐더러
신앙생활을 계속 이어가고 깊어질수록 오너 스스로가 굉장히 고통스러워질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포기할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을 위한 행동이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면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혹시 다른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을 핑계로 내 욕심, 내의를 채우기 위한 것은 아닌가?"
이렇게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먼저 묻고, 하나님께 같은 내용으로 기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을 먼저 솔직하게 들여다본 후 회개와 함께 하나님께 여쭤본다면 분명 답을 주실 것이다.
단순히 불법적인 관행을 계속할지 말지의 이분법적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
“또 주의 종에게 고의로 죄를 짓지 말게 하사 그 죄가 나를 주장하지 못하게 하소서 그리하면 내가 정직하여 큰 죄과에서 벗어나겠나이다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속자이신 여호와여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
(시편 19편 13~14절)
출처 : 크리스천 경영인과 직장인(지은이 : 조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