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3주(목) 모심(侍) 2 : 요셉
요셉 (누가복음 1:18-25)
요셉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 주의 사자의 분부대로 행하여 그의 아내를 데려왔으나
(마1:24)
빛은 어둠을 배경으로 할 때 더 찬연하고 아름답습니다.
주인공의 아름다움이 드러나기 위해서는 배경은 희미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에 임하는 첫 성탄의 빛은 묵묵히 배경으로 머무는 요셉으로 인해 빛을 발합니다.
- 배경이 된 사람
첫 성탄에서 요셉은 말없이 주어진 길을 감당합니다.
정혼 한 여인이 성령으로 임신했을 때도, 황급히 떠나야 하는 피난길에도, 낯선 곳 나사렛에 자리 잡는 여정에서도 그는 한마디의 말도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배경으로 머물며 일이 이루어지도록 할 뿐입니다.
복음서 어디에도 요셉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주장하는 모습은 없습니다.
천사의 말이 전해지면 그 말을 이루는 몸이 되고, 길잡이가 되어 어두움을 더듬어갑니다.
요셉이라는 배경이 없었다면 무력한 한 아기로 오시는 예수님의 첫 성탄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배경이나 배경음악이 없는 드라마를 상상해 보세요.
극적 요소들은 사라지고 그저 그림자극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극적 요소이긴 하지만 배경을 눈여겨보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배경은 그저 등장인물을 도드라지게 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무사히 이 땅에 탄생하는 것으로, 마리아가 하나님의 구원역사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돕는 배경이 된 요셉은 막 뒤에 조용히 물러나 있습니다.
우리의 삶과 신앙 역시도 배경이 되어준 이들 덕분에 존재 합니다.
나의 생물학적 배경인 어머니와 아버지는 나의 생김새와 버릇, 습관까지도 나눠주어 생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배움의 과정에서 자신의 성취와 지혜를 나누어준 선생님들로 인해 성장했습니다.
분명하게 기억하는 배경도 있지만 소중한데도 기억하지 못하는 배경 또한 적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좋은 이들이 배 경이 되어주었던 것처럼 성숙한 믿음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배경이 되곤 합니다.
곁에서, 뒤에서 희미하게 머물며 한 생명이 주님의 사랑으로 풍성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 또한 감격스럽습니다.
때로 내가 은혜를 입는 것보다 더 감사합니다.
- 배경, 하나님을 닮아가는 길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위해 묵묵히 함께하는 이는 요셉만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도 이 모든 이들의 배경이 되어주십니다.
믿는 이 그 누구도 삶이라는 무대에서 결코 홀로 분투하지 않습니다.
겸비하신 하나님은 우리를 앞세워 주시고 묵묵히 뒤에 머무십니다.
배경이 되는 이는 하나님과 닮아갑니다.
아기 예수와 아내 마리아가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루도록 돕는 요셉의 역할은 아버지 하나님과 겹칩니다.
배경이 되는 것은 하나님과 더 가까 워지며 그분을 닮아가는 길입니다.
누군가 빛을 발하도록 도우며 묵묵히 뒤에 서는 것은 자신을 낮추고 감추어야 가능합니다.
세례자 요한이 '그분은 흥하여야겠고 나는 망해야겠노라'라고 노 래할 때 그는 역사를 이끄시는 하나님께서 배경이 되고 있다는 비밀을 깨달았기 때문이겠지요.
그는 뒤로 물러나 사라지는 자의 비극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의 품으로 뛰어드 는 비상을 노래하는 겁니다.
- 희미한 가운데...
요셉은 꿈에 의지해 이 여정에 참여합니다.
마리아처럼 선명하게 들은 말씀도 아닙니다.
꿈이 지시하는 바를 깨어있는 믿음으로 분별해야 합니다.
현실과 꿈은 간격이 있습니다.
결혼 전에 아기를 가진 여인을 가만히 끊는 것이 현실에서 찾아낸 요셉의 최선이라면, 꿈은 그 여인을 아내로 맞으라고 합니다.
동방박사의 경배가 왕되신 아기를 향한 예언이라면 꿈은 살해의 위협을 피해 피란길에 오르라는 것입니다.
참된 길은 때론 희미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분명하게 말씀해 주시길 원하고, 그러면 능히 순종할 것이라 여기지만 진리는 희미하게 다가옵니다. 믿음으로 선명해지기까지 여쭙고 식별의 지혜를 청하는 것은 믿는 이의 몫입니다.
희미한 진리에 순종하고 나서야 확신으로 다가오고 점점 선명해집니다.
첫 성탄 이후 그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배경이 되어 자기를 비워 영원으로 존재하는 이가 되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시간의 길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기도
주님,
당신 오실 때 묵묵히 배경이 되어 주님을 맞이한 요셉을 기억합니다.
아울러 지금 우리의 삶과 신앙의 근원적 배경이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희의 여정에 배경이 되어 준 이들의 수고를 기억하며 저희도 기쁨으로 누군가의 묵묵한 배경이 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십시오.
말없이 머무는 가운데 하나님 아버지의 거룩 하심에 닿는 은총을 누리게 하시고 아버지의 마음을 짐작하게 하십시오,
아멘!!
출처 : 대림묵상집 - 보일示 모실侍(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