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아름다운 글

길가에 버려진 돌

w.j.lee 2012. 11. 23. 08:09
      길가에 버려진돌
      길가에 버려진돌
      잊혀진돌
      비가오면 풀보다 먼저 젖는 돌
      서리가  내리면 강물보다 먼저 어는 돌
      바람 부는 날에도 풀도 일어서서 외치지만
      나는 길가에 버려진 돌
      조용히 눈 감고 입 다문 돌
      가끔 나그네의 발부리에 채여
      노여움과 아품을 주는 돌
      걸림돌
      그러나 어느날 나는 보았네
      먼 곳에서 온 길손이 지나다 멈추고
      여기 귓돌이 있다 하셨네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위해 집을 지을
      귀한 귓돌이 여기 있다 하셨네
      그 길손이 지나고 난뒤 부터
      나는 일어섰네
      눈을 부릅뜨고 입 열고 일어선 돌이 되었네
      아침해가 뜰때  
      제일먼저 번쩍이는
      돌
      일어서서 외치는 돌이 되었네 
       
      이어령「지성에서 영성으로」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