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이것저것 45

안성 산속에 있는 거대한 성당... 사연은 이렇습니다

박두진 시인의 문학길이 있는 금광호수와 신부 김대건을 모신 미리내 성지 한때 경기도를 대표하는 상업도시라고 할 수 있는 안성이었지만, 한동안 교통편이 발달하지 못해 발전의 속도가 다소 느렸다. 하지만 그 덕분에 지역이 가진 고유한 문화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두루 보존되지 않았나 싶다. 안성은 강원도처럼 높은 산은 없지만 그 어느 동네보다 풍부한 수자원을 보유한 덕분에 사방 어디를 가든 이름난 저수지 하나는 마주하게 된다. 안성을 대표하는 경관을 모아 만든 안성 8경 중 저수지가 두 개가 있으니 안성을 방문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우선 우리가 가볼 곳은 안성 시내에서 동쪽에 위치한 금광호수다. 1965년 9월에 준공된 금광호수는 비교적 편하게 접근할 수 있고 산자락에 자리 ..

쉼터/이것저것 2021.12.21

그림 같은 초원... 안성에서 무조건 가야 하는 여행지

드넓은 초원이 인상적인 안성팜랜드와 안성맞춤의 원조 안성 유기 안성을 며칠 동안 돌아다니면서 눈여겨볼 점이 여러 가지 있었다. 우선 수도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소 목장들이 도로를 지나갈 때마다 심상치 않게 보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의 규모가 다른 지방 도시에 비해서도 꽤나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도 안성의 하나로마트 매출이 경기도에서도 2번째로 높다고 하니 이 도시에서 농협의 존재감이 다른 동네보다 남다르게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이번에 가볼 장소가 안성의 다른 관광지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관광객의 수요를 끌어오고 있는데, 이 장소를 운영하는 주체가 다름 아닌 농협이다. 유럽의 초지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풍경과 색다른 체험으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쉼터/이것저것 2021.12.21

공유가 풍등 날리던 곳, 고요하고 아름답네요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석남사와 남사당패의 탄생지 청룡사 안성의 불교 유적 답사 이야기는 계속 진행된다. 사방에 퍼져 있는 안성의 문화재를 전부 보려면 발품을 꽤나 팔아야 하지만 풍성한 안성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안성 시내로 돌아가던 도중 석남사라는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을 도는 순간, 건너편에 심상치 않아 보이는 처마가 아른거린다. 한눈에 봐도 오래된 건축물인 것 같아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고려시대 주심포 양식이 남아있는 조선 초기의 관아 건물로 알려진 안성객사는 안성시내가 아닌 보개면의 외딴 위치에 자리 잡고 있었다. ▲ 안성을 대표하는 고건축물인 안성객사 몇번의 자리 이동을 거쳐 현재의 위치에 욺겨지게 된 안성객사는 고려말, 조선초의 양식인 맞배지붕 양식을 고스란히 보전하고 있다 객..

쉼터/이것저것 2021.12.17

궁예가 동자승으로 지냈던 사찰, 여깁니다

궁예의 흔적이 도시 전체에 남아있는 안성 2화에 걸쳐서 안성 도심의 문화재를 중심으로 두 발을 이용해서 샅샅이 둘러보았다. 이제 좀 더 범위를 넓혀 안성 전체에 걸쳐서 불교 유적을 중심으로 답사를 이어가고자 한다. 안성에는 크고 화려하거나 국보급 유적을 다수 지닌 사찰은 없을지 몰라도 절마다 가지고 있는 개성과 스토리가 각기 다르기에 전부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 먼저 칠장사다. 궁예와 임꺽정 그리고 어사 박문수까지 이름만 들어도 강렬한 인물들이 거쳐간 만만치 않은 내공의 사찰이다. 이 절을 가기 위해서는 안성의 산골을 꽤나 깊숙하게 들어가야만 한다. 안성은 강원도만큼 높은 산은 존재하지 않지만 칠장산, 서운산 등 명산이 많고, 그 골짜기를 따라 수많은 물길이 모여 안성 전역에 걸쳐 큰 규모의 저수지가 ..

쉼터/이것저것 2021.12.17

안성에 가면 꼭 봐야 할 건축물 두 가지

안성1동 주민센터와 안성성당 의외로 도시 전체에 걸쳐서 역사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안성이었다. 길가에 서 있는 사소한 돌덩어리든 이름 없는 건물이든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안성의 도심 여행은 오늘도 계속된다. 첫 번째는 안성1동 주민센터. 등본 뗄 것도 아닌데 안성까지 와서 갑자기 주민센터를 언급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건축물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이 건물의 외형이 범상치 않음을 바로 느낄 수 있다. 낙원역사공원 바로 맞은 편에 안성 1동 주민센터가 있다. ▲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있는 안성1동 주민센터 예전 안성군청으로 이용되었던 안성1동 주민센터는 1928년 일제강점기 시절에 지어진 이후 줄곧 관공서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근대문화재다. 붉은 벽돌과 붉은 기와 지붕으로 이루어진 ..

쉼터/이것저것 2021.12.17

역사 도시 경주, 전주 못지않네... 안성의 재발견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안성 도심의 매력 유럽의 도시를 걸어갈 때마다 항상 부러운 점이 하나 있다. 중세시대의 시가지, 아름다운 건물들을 살필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굳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아도 걸어서 웬만한 명소들을 둘러보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 항상 부러웠다. 우리나라 도시들은 70년대 산업화가 계기가 되어 급속도로 팽창했기에 100여 년 전의 자취도 좀처럼 찾기 힘들다. 경주, 전주 등 소수의 도시들을 제외하면 주요 명소가 시 외곽에 자리해 명소에서 그 도시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란 어렵다. 하지만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던 안성 시내에서 뜻밖의 수확을 거두게 되었다. 차분한 느낌을 주는 도심을 기준으로 다양한 볼거리가 산재해 있었다. 하루 정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걸으면 예스..

쉼터/이것저것 2021.12.17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 안성에 이런 곳이?

송문주 장군의 활약이 얽힌 죽주산성과 불교 유적 안성의 동쪽 끝에 위치한 죽산면 일대는 영남대로가 조령과 추풍령 일대로 갈라지는 분기점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흔적만큼이나 역사의 향기가 진하게 남아있다. 인상적인 봉업사지 5층 석탑도 있고, 태평 미륵이라 부르는 매산리 석불입상도 있지만 지금은 죽주산성 안으로 오르는 길이다. 몽골의 매몰찬 침략도 왜란도 이겨낸 이 산성의 실체가 어떨지 무척 궁금해 주차장에서 죽주산성의 동문까지 꽤 경사진 길을 빠르게 올라갔다. ▲ 죽주산성의 동문 전경 죽주산성의 사실상 정문 역할을 하는 동문은 현재 문루는 복원되지 않았지만 양옆의 성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 길의 끝에 이미 문루는 불타고 없었지만 성벽과 문의 형태는 고스란히 남은 동문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비봉산의 능..

쉼터/이것저것 2021.12.17

궁예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있는 고장 안성

라면 선호도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지역이 신라면을 선호하지만 유일하게 부산, 경남 지역은 안성탕면이 1위를 차지한다는 기사를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다. 원인을 살펴보면 영남 지역 소비자들은 구수한 된장 맛을 좋아해 안성탕면을 선호했다고 한다. 라면 이름이 왜 안성탕면인지 궁금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후에 안성탕면을 생산하는 '농심 공장이 안성에 있어서'라는 연유를 알고 나선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 안성에 대한 관심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고, 대학 시절을 지나 지금까지 안성을 간 적도, 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안성이 경기도라 하지만 서울과의 거리가 꽤 멀어 좀처럼 발길이 닿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주나 경주처럼 관광도시로 이름을 날리거나 속초, 구례, 제주처럼 아름다운 바다와 산 ..

쉼터/이것저것 2021.12.17

각하, ‘태조 왕건’ 83화를 보시옵소서

각하, ‘태조 왕건’ 83화를 보시옵소서 직언한 승려 처형한 폭군 궁예, 對언론 ‘징벌적 손해배상’ 떠올라 대신들 눈 질끈 감고 자리 보전… 궁예는 길바닥서 백성 손에 죽었다 정상혁 기자 조선일보 2021년 2월 18일 22:03 드라마 '태조 왕건' 83화 속 폭군이 된 궁예(위)와 그에게 간언하다 죽임당하는 승려 석총. /KBS “저 자는 지금 마구니의 더러운 입으로 중얼거리고 있다…. 내군들은 무엇을 하느냐? 저 입을 철퇴로 으깨주어라.” 이 장면은 KBS 드라마 ‘태조 왕건’ 83화에서 미륵을 자처하며 ‘쇼’를 벌이던 궁예가 입바른 소리를 한 승려 석총을 처형하는 장면이다. 일개 백성은 죽기를 각오하고 일인자에게 고한다. “소승은 어려서 불문에 입문하여 이 나이가 될 때까지 미륵만 배워왔사오나 폐..

쉼터/이것저것 2021.02.19

진인 조은산을 탄핵하는 영남만인소(嶺南萬人疏)

소인은 경상도 산촌에 은거한 미천한 백두(白頭)로서, 본디 조정 의논의 잘잘못과 지난 일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일에 관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하오나, 삼가 생각건대 이치와 의리를 따르는 천성은 사람이면 누구나 같고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함은 초야의 사람이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습니다. 더구나 윤리(倫理)의 문란은 풍속(風俗)에 관계되고 예의(禮義)의 어그러짐은 책임이 유자(儒者)에게 있으니, 어찌 때가 지났다고 핑계 대고 지위에 벗어남을 이유로 끝까지 입을 닫고 한마디도 하지 않아, 유학(儒學)을 숭상하고 문사(文士)를 우대하는 황상폐하의 교화를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이에 미천한 소인은 분수를 헤아리지 아니하고 감히 영남 유자들을 널리 모아 황상폐하(皇上陛下)께 상소하려 하오니, 만약 황상폐하께..

쉼터/이것저것 2020.09.05

塵人 조은산이 뉴노멀의 정신을 받들어 거천삼석(擧薦三席)의 상소문을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폐하 천지신명이 동하여 새로운 하늘이 열렸으니 낡고 묵은 것은 풍우에 쓸려 사라지며 전지전능한 민주와 촛불의 기치 앞에 새로운 가치와 척도가 이 땅에 세워졌는 바, 비로소 만물이 다주택, 일주택, 무주택으로 나뉘어지는 천하삼분책이 강립하였고 이른 바 뉴우-노멀의 시대가 도래하여 조정 대신들과 관료들의 새로운 인사기준이 명확해졌으며 또한 백성을 다스리기 위한 척도가 바로 세워졌으니 참으로 경하드려 마땅할 일이옵니다 다주택자를 척살해 세금을 취하는 경제의 논리에서 작금에 이르러는 이를 도덕적 가치로까지 삼아 다주택자냐 일주택자냐 무주택자냐하는 시비가 조정의 대신들에게까지 들불같이 번졌는 바, 조정 대신들은 폐하께서 수여하신 존엄한 임명장 대신 등기권리증을 택하여 야반도주를 감행하였고 이는 모두 폐하의 높으신..

쉼터/이것저것 2020.08.29

塵人 조은산이 시무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기해년 겨울 타국의 역병이 이 땅에 창궐하였는 바, 가솔들의 삶은 참담하기 이루 말할 수 없어 그 이전과 이후를 언감생심 기억할 수 없고 감히 두려워 기약할 수도 없사온데 그것은 응당 소인만의 일은 아닐 것이옵니다 백성들은 각기 분(分)하여 입마개로 숨을 틀어 막았고 병마가 점령한 저잣거리는 숨을 급히 죽였으며 도성 내 의원과 관원들은 숨을 바삐 쉬었지만 지병이 있는 자, 노약한 자는 숨을 거두었사옵니다 병마의 사신은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를 가려 찾지 않았사오며 절명한 지아비와 지어미 앞에 가난한 자의 울음과 부유한 자의 울음은 공히 처연 했사옵고, 그 해 새벽 도성에 내린 눈은 정승댁의 기왓장에도 여염의 초가지붕에도 함께 내려 스산하였습니다 하오나 폐하 인간의 본성은 본디 나약하나 이 땅의 백성들은 ..

쉼터/이것저것 2020.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