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 28일 : 주저앉기

w.j.lee 2024. 3. 11. 14:30


주저앉기

 2024년 3월 16일 · 토

시편51편
1.  하나님이여 주의 인자를 따라 내게 은혜를 베푸시며 주의 많은 긍휼을 따라 내 죄악을 지워 주소서
2.  나의 죄악을 말갛게 씻으시며 나의 죄를 깨끗이 제하소서
3.  무릇 나는 내 죄과를 아오니 내 죄가 항상 내 앞에 있나이다
4.  내가 주께만 범죄하여 주의 목전에 악을 행하였사오니 주께서 말씀하실 때에 의로우시다 하고 주께서 심판하실 때에 순전하시다 하리이다
5.  내가 죄악 중에서 출생하였음이여 어머니가 죄 중에서 나를 잉태하였나이다
6.  보소서 주께서는 중심이 진실함을 원하시오니 내게 지혜를 은밀히 가르치시리이다
7.  우슬초로 나를 정결하게 하소서 내가 정하리이다 나의 죄를 씻어 주소서 내가 눈보다 희리이다
8.  내게 즐겁고 기쁜 소리를 들려 주시사 주께서 꺾으신 뼈들도 즐거워하게 하소서
9.  주의 얼굴을 내 죄에서 돌이키시고 내 모든 죄악을 지워 주소서
10.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11.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며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12.  주의 구원의 즐거움을 내게 회복시켜 주시고 자원하는 심령을 주사 나를 붙드소서
13.  그리하면 내가 범죄자에게 주의 도를 가르치리니 죄인들이 주께 돌아오리이다
14.  하나님이여 나의 구원의 하나님이여 피 흘린 죄에서 나를 건지소서 내 혀가 주의 의를 높이 노래하리이다
15.  주여 내 입술을 열어 주소서 내 입이 주를 찬송하여 전파하리이다
16.  주께서는 제사를 기뻐하지 아니하시나니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드렸을 것이라 주는 번제를 기뻐하지 아니하시나이다
17.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하지 아니하시리이다
18.  주의 은택으로 시온에 선을 행하시고 예루살렘 성을 쌓으소서
19.  그 때에 주께서 의로운 제사와 번제와 온전한 번제를 기뻐하시리니 그 때에 그들이 수소를 주의 제단에 드리리이다

 

 


오늘의 시편은 범죄한 다윗이 감추었던 자신의 죄가 선지자 나단을 통해 드러났을 때 드렸던 고백입니다.

나단의 지적을 받는 순간 그는 자신이 숨겨 왔던 모습을 선명히 보았습니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 앞에서는 위엄있는 왕일지 몰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한낱 죄인에 불과했습니다.

다윗은 왕의 자리에서 죄인의 자리로 내려와 털썩 주저앉았습니 다.

 

죄와 허물이 드러난 이가 취할 수 있는 자세는 바로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것입니다.

부끄럽고 황망하기 그지없고 그 자리를 피해 도망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겠지만, 털썩 주저앉아야 합니다.

의기양양했 왕의 위엄과 권위를 내려놓고 변명 없이 그 자리에 머물러야 합니다.

'주저앉음'은 자신의 허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주저앉은 바닥을 떠난다면 그는 모면할 변명의 꾸러미를 찾느라 바빠질 것입니다.

 

다윗은 들판의 목동에 지나지 않던 사람이었고, 많은 형제의 막내 아버지의 마음에조차 각인되지 않았던 인생이었습니다. 

그런 다윗을 하나님은 왕으로 세웠고 승리를 주셨습니다.

다윗이 가는 곳마다 하나님께서 동행해 주셨습니다.

그랬던 그가 어느새 부하들은 전쟁터로 보내고 자신은 안락한 궁궐에 머무는 이가 되었습니다.

안전이 준 여유가 다윗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잊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왕국의 영화에 취해 충성스러운 부하 우리아의 아내를 취하고, 우리아를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큰 허물을 짓고도 모른 채 합니다.

 

주저앉아 머무는 그 자리에서 다윗은 산산이 부서지고 흩어진 자 신을 보며 "이게 저입니다 주님"이라고 아룁니다.

벌거벗은 영혼, 모든 이러한 포장을 걷어버린 가난한 영혼으로 주님 앞에 서는 거지요.

그리고 죄의 무게에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당황스러움을 토로합니다.

죄를 발견하고 뉘우치는 마음은 있으나 그 스스로는 고칠 힘이 없기 때 문입니다. 우리가 회개(悔改 뉘우치고 고침)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뉘우칠 있을 수 있을뿐 고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물쭈물 머뭇거리 다 낙심하고 기도마저 포기하게 됩니다.

 

다윗은 "주님, 이게 저입니다"라는 자기발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주님께로 마음을 돌립니다. 

엎드려 자기를 본 후 우러러 주님께 호소합니다. 

"당신만이 저를 바꾸실 수 있고 새 영혼을 지으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입니다. 

그는 주저앉은 채 자신에게서 하나님께로 옮겨갑니다.

여기에 길이 있습니다.

주저앉은 채 자신의 가장 바닥에서 주님을 뵙는 것!

털썩 주저앉아 자기를 보고 하나님 우러러 청하기!

이것이 진실한 기도입니다.

 

주께서 죄를 깨닫게 하는 것은 죄책감으로 그의 인생을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새롭게 주님을 만나는 통로로 삼고자 하는 거지요.

죄책감으로 짓누르려는 것은 거짓된 유혹입니다.

주님은 고백을 기다리는 분입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자신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보이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분이 전능하신데 우리에게 무슨 능력을 요구하겠습니까?

그분은 자복하는 인생을 찾아서 그 영혼에 새로운 역사를 일으키길 원합니다.

 

기독교가 죄를 말하는 것은 정죄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부끄러운 허물을 하나님을 만나는 통로로 삼으며 이 허물을 통해 거룩에로 인도하려는 역설이지요.

그러니 내어놓기는 허물을 내어놓고, 얻어 누리기 는 하나님의 '용서의 은총'입니다.

 

 

 

기도

주님, 

당신이 제게 보여주는 허물을 감추고 듣지 않으려는 고약한 마음을 없애 주십시 오. 

지금처럼 가만히 주저앉아 저 자신이 어떤 인생인지 보게 하십시오. 

허물이 더 많을 것은 자명할 터이니 감추려 하거나 변명거리를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게 하십시오.

대신 저에게 절망하지 않고 당신을 우러르며 주님의 은총을 기다리게 하십시오.

아멘


출처 : 사순절 묵상여정- 곁에 머물며(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