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 27일 : 중재자

w.j.lee 2024. 3. 11. 10:26

중재자

2024년 3월 15일. 금

히브리서 4:14-5:4

4:14.  ○그러므로 우리에게 큰 대제사장이 계시니 승천하신 이 곧 하나님의 아들 예수시라 우리가 믿는 도리를 굳게 잡을지어다

4:15.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4:16.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

5:1.  대제사장마다 사람 가운데서 택한 자이므로 하나님께 속한 일에 사람을 위하여 예물과 속죄하는 제사를 드리게 하나니

5:2.  그가 무식하고 미혹된 자를 능히 용납할 수 있는 것은 자기도 연약에 휩싸여 있음이라

5:3.  그러므로 백성을 위하여 속죄제를 드림과 같이 또한 자신을 위하여도 드리는 것이 마땅하니라

5:4.  이 존귀는 아무도 스스로 취하지 못하고 오직 아론과 같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라야 할 것이니라

 


중재를 서본 경험이 있나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공감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양편 모두에게 오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상대편만 든다고 말이지요.

나름 애쓰고도 돌아오는 결과는 씁쓸할 수도 있습니다.

성서에도 둘 사이에 끼어 고통을 겪는 중재자의 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노예살이하던 히브리 백성을 이끌고 약속의 땅 가나안을 향해 가던 모세가 그러했고, 하나님의 입술이 되어 경고를 전해야 했던 예언자들이 그랬습니다.

 

예언자는 백성을 향할 때는 철저히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혔고, 거짓과 우상숭배에 분노합니다. 

어떻게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은총을 이리도 왜곡할 수 있느냐며 자신이 배반당한 것처럼 타오릅니다.

그 러나 예언자가 하나님을 향하는 순간, 어리석고 갈 길을 잃은 이스라엘을 등에 업고 하나님 앞에 엎드립니다. 

'주님 용서하여 주십시오, 야곱이 어떻게 견뎌낼 수 있겠습니까? 그러기엔 너무 약합니다'(암7:25). 

모세도 우상을 만든 백성을 멸하려는 하나님께 매달립니다.

'주님이 백성을 다 죽이신다면 애굽 사람들이 "그러려고 데려가셨는가!”(출 20:11, 12) 하지 않겠냐'며 진노의 오른손을 붙잡습니다.

저들을 용서치 않으시려면 제 이름도 지워주십사'(출 20:32) 청하기까지 합니다.

 

둘 사이에 끼어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채, 이와 저를 다 받아들이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가 중재자입니다.

때로 중재자는 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이들의 어리석음과 그들의 죄까지 짊어지고 하나님 앞에 고통스럽게 섭니다.

중재자의 애씀으로 용서받고도 어리석은 이들은 그를 기억하지 않고, 자기 허물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고 조롱하며 돌을 던지기까지 합니다.

성서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백성들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우리도 선한 중재자의 수고와 눈물과 아픔으로 여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의 보호와 감쌈, 섬김으로 지금 여기의 삶이 가능한데도 기억하지 못하고, 스스로 해냈다고 착각하기도 합니 다.

 

히브리서 기자는 예수님을' 믿는 이의 영원한 중재자요 중보자'라 고 말합니다.

사람의 몸을 입어 연약함을 몸소 겪었기에 인생을 향한 긍휼과 사랑은 절절합니다.

우리를 향해서는 하나님의 뜻을 밝혀주었고, 하나님을 우러러서는 '길 잃은 양' 같은 인생을 위해 긍휼을 청하셨
됩니다. 

청할 뿐 아니라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엎드려서 당신의 몸에 온 인류의 죄 짐을 지셨지요. 

저들은 저들이 하는 일을 모른다며 용서를 믿고, 십자가에 달리어 하늘과 땅의 간격을 잇는 중재자가 되었고, 죄 사함의 중보자가 되셨습니다.

 

믿음은 중재자가 계셔서 나의 생명이 유지되고 있음을 믿는 것입 니다. 

중재자 그리스도를 통해 진노가 사랑으로 바뀌고, 심판이 구원으로, 흙으로 돌아갈 인생이 영원으로 솟아나는 길에 들어섰음을 감사하 는 것입니다.

 

주님의 십자가는 하늘과 땅, 거룩과 죄를 잇는 '중재자'로 서 있습 니다. 

그 십자가에는 하나님의 거룩을 내려놓고 우리의 죄를 감당하면서도 끝내 버림받은 분이 계십니다.

그리스도이신 예수가 선 그 십자가 우러르는 우리도 이 땅의 중재자가 되길 청해야 합니다.

판단하거나 신뢰하지 않고, 판관이 되려 않고 평화를 이루는 중재자 그리스도를 닮아가야지요.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겪고도 생색내지 않으신 분 앞에서 어떻게 우리가 양편의 오해 때문에 힘들다고 투정하겠습니까?

 

 

 

기 도
주님, 

오늘 하루 당신의 십자가를 더 자주 바라보겠습니다. 

하늘의 거룩함을 이 땅으 로 당겨 우리의 죄를 녹이는 곳에 계신 주님을 바라보게 해주십시오. 

갈등과 상처를 주고받는 이 땅에서 주님을 의지해 양편을 끌어안는 예수쟁이가 되도록 은총을 허락해 주십시오. 

중재자 예수님 덕분인데 제가 잘난 줄 아는 이 착각을 깨뜨려 주시고 당신의 품에서 평화를 누리게 해주십시오.

아멘


출처 : 사순절 묵상여정- 곁에 머물며(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