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 다섯째 주일 : 흔들리며 가네

w.j.lee 2024. 3. 11. 14:45


흔들리며 가네

2024년 3월 17일. 일

요한복음 12:20-33

20.  ○명절에 예배하러 올라온 사람 중에 헬라인 몇이 있는데

21.  그들이 갈릴리 벳새다 사람 빌립에게 가서 청하여 이르되 선생이여 우리가 예수를 뵈옵고자 하나이다 하니

22.  빌립이 안드레에게 가서 말하고 안드레와 빌립이 예수께 가서 여쭈니

23.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인자가 영광을 얻을 때가 왔도다

24.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25.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

26.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니 사람이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귀히 여기시리라

27.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우니 무슨 말을 하리요 아버지여 나를 구원하여 이 때를 면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러나 내가 이를 위하여 이 때에 왔나이다

28.  아버지여,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옵소서 하시니 이에 하늘에서 소리가 나서 이르되 내가 이미 영광스럽게 하였고 또다시 영광스럽게 하리라 하시니

29.  곁에 서서 들은 무리는 천둥이 울었다고도 하며 또 어떤 이들은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고도 하니

30.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이 소리가 난 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요 너희를 위한 것이니라

31.  이제 이 세상에 대한 심판이 이르렀으니 이 세상의 임금이 쫓겨나리라

32.  내가 땅에서 들리면 모든 사람을 내게로 이끌겠노라 하시니

33.  이렇게 말씀하심은 자기가 어떠한 죽음으로 죽을 것을 보이심이러라

 

 


커피의 향과 맛을 즐기던 분의 기도입니다.

 

원두를 볶고 맷돌로 갈아서 그 위에 끓는 물을 부으면 쌉쌀한 맛과 그윽한 힘이 우러나지요. 

덕분에 커피 한 잔 마시는 행복이 있습니다.... 

누가 저를 들볶거나 맷돌 같은 어금니로 갈더라도 놀라거나 피하려 하지 말고 그 모든 아픔을 받아들여 제 속에 숨은 맛과 향이 우러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제 신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당신께로부터 오는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게 도와주셔요.

<이현주, 하루기도>

좋은 향내로 주님을 기쁘게 해 드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붉으락 푸르락 합니다.

간구와 실재 사이는 간격이 있습니다.

이 간격을 좁히기 위해 기도와 신앙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는 말씀이 어렵고 무겁게 들립니다.

귀로는 수없이 들었지만, 마음과 몸에 적셔볼라치면 '왜 나만 그래야 합니까? 제게 상처 주는 사람은 그대로인데요?"라고 따지는 생각으로 기도하는 마음은 흔들립니다.

그렇다고 예수님의 가르침의 근원이 되는 이 말씀을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흔들리는 이에게 주님은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 많은 열매를 맺는다' 일러주십니다.

이처럼 자신을 내려놓는 길을 옛 신앙인들은 면형무아(麵形無我)라 하였습니다.

성찬의 빵은 자기 형태를 버림으로 주님의 몸을 상징한다는 의미입니다.

빵이 되려면 익은 밀의 껍질이 벗겨지고 갈려서 형체 없는 가루가 되어야 합니다.

물에 적셔서 반죽 이 되고, 치대면서 성질이 바뀌고 누룩이 들어가 부풀어야 합니다.

부푼 반죽은 다른 모양이 되어 불에 구워집니다.

이런 공정을 거쳐 밀은 빵이 되고, 그리스도의 몸으로 쓰입니다.

면형무아(麵形無我)입니다.

 

주님의 몸만 그런가요? 

주님의 피를 상징하는 포도주도 그렇지요. 

주렁주렁 달려 탐스러웠던 모습은 다 사라지고 으깨어지고 밟혀서 곤죽이 되어야 합니다.

불순물은 분리되고, 즙만 남아 밀봉되어 어둠에서 익어가야 합니다.

주님이 나눠주신 빵과 포도주는 자기가 없어져 주님의 살과 피가 됩니다.

 

예수께서는 당신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십니다. 

본인이 겪을 일을 들려주실 때,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양 '내가 이러한 헌신을 이미 이루었으니 이제 너희들 차례다'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이것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이지만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우니 무슨 말을 하리요, 아버지, 이렇게 부서지는 죽음의 시간을 면하게 해주십시오"(27절)라고 기 도하고 싶어 합니다.

그럼에도 주님은 부서지고 자아가 없어져 하나님으로 채워지고자 오셨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아버지의 뜻대로 이루어 시간,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길 청합니다.(28절)

 

몸이 말씀을 이뤄내기까지 걸어야 하는 길이 얼마나 외롭고 힘겨 문 일인지 몸소 보여주십니다. 

길은 이 두 마음을 아버지께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 고백을 통해 '내 뜻'에서 '아버지의 뜻'으로 옮겨가 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아들의 기도를 듣고 기뻐하며 응답합니다.

기도한 이에게는 분명한 응답이며 새 힘이지만 다른 이에겐 희미하고 잊혀질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습니다.

 

 

 

기 도

주님, 

거래의 세상,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는 세상 방식에 익숙한 저입니다.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며, 죽기까지 자신을 부인하는 주님의 길이 정말 어렵게 느껴지고 피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저를 말씀 앞에 머물게 하시고 말씀에 담긴 깊은 뜻과 힘을 맛보게 하십시오.

주님께서 들으셨던 아버지의 확신의 말씀을 저희에게도 들려주 십시오.

아멘


출처 : 사순절 묵상여정- 곁에 머물며(송대선, 지강유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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