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 32일 : 낮아져 하나님 뵙기

w.j.lee 2024. 3. 16. 08:35

 

낮아져 하나님 뵙기

2024년 3월 21일. 목

빌립보서 2:1-11

1.  그러므로 그리스도 안에 무슨 권면이나 사랑의 무슨 위로나 성령의 무슨 교제나 긍휼이나 자비가 있거든
2.  마음을 같이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마음을 품어
3.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4.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5.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6.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7.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8.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9.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10.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에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11.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빌 2:5)


본문은 예수님을 믿는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어떤 열매를 맺느냐 고 묻습니다. 

예수님의 믿음과 순종으로 죄 때문에 죽을 인생에게 영원한 생명의 길이 열렸는데 빌립보 교우들의 믿음은 이웃에게 어떤 영향 미치느냐는 물음입니다.

 

물음은 다양합니다.
- 주저앉고 포기하고 싶은 자리에서 주님의 격려와 권면으로 다시 일어서는지요?

- 사랑하려다 미워하고, 베풀다가 손해다 싶어 속상하던 마음이

  주님의 말씀으로 위로가 되어 '조금 더 손해 보자' 다짐하는지요?
- 선뜻 다가가기 어려우나 성령의 감동으로 감당하며 사귐이 더 깊어지는지요? 

- 믿음 가운데 다른 이의 덕이 보여 그를 높이고, 내 어리석음도 보여 허물을 인정하는지요?
- 머리되신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다른 지체가 소중해져서, 그의 일을 내일 처럼 함께하는지요?

 

이러한 믿음은 자기를 넘어섬으로 맺을 수 있는 선한 열매입니다. 

 

옛사람들은 이를 극기(克己), 자기를 이기는 것이라 했습니다.

자기 지키기는 가을 서릿발처럼 하고, 다른 이를 대하기는 봄바람처럼 하리 (持己秋霜 待人春風지기추상 대인춘풍)고 했지요.

자기를 이기기 위해선 엄격해야 한다는 겁니다.

자기를 이기는 길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왜 내게만 엄하고, 거듭 허물 짓는 이에게는 관대하냐는 억울함을 다독이기 쉽지 않습니다.

 

사도는 자기를 이기는 믿음의 길을 안내합니다.

'자기를 이기는 길 은 그리스도 안에서만 이뤄질 수 있으니, 예수의 마음을 품으십시오!

그 마음은 자기를 비워서 낮아지는 마음입니다!

그분은 하나님과 같은 분이지만 이를 내려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셨고 우리와 같은 사람이 되셨습니다.

죽기까지 순종하여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샤를 드 푸코는 '그분이 얼마나 낮아지셨는지 예수님 이후로 아무도 그분보다 더 낮은 자리에 처할 수 없을 만큼 낮아지셨다.' 말했습니 다.

'비우고 낮아지는 마음'은 아주 구체적입니다.

자신에게 충분한 권리와 힘이 있음에도 스스로 안 쓰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로서 누릴 수 있는 자격과 권리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비우고 낮아져 비난과 멸시를 받아도, 인간의 어리석음 때문에 조리돌림을 당하고 죽기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비우고 낮아져 바닥으로 내려간 것은 그보다 더 힘겹고 고 스러워 자신을 포기하는 사람이 없도록 돕고자 하신 거지요. 

예수님이 비우고 낮아짐을 아는 이라면 누구도 자기 처지를 핑계 삼아 변명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이를 살리기 위해 어렵고 낮은 조건에 처한 그 자 새로 주님은 우리의 위로이며 소망이 된 거지요.

그리고 끝내 우리에게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생각한다면... ' 이라고 고백하게 합니다.

 

놀라운 것은 예수께서 낮아진 그 자리에 하나님이 계셔서 그분을 높였습니다. 

예수께서 내려간 가장 낮은 자리에 하나님이 계셨습니다. 

그곳이 하나님께서 기다리는 자리이며 하나님 뵙는 자리입니다. 

하나님은 가장 낮은 곳의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양(高揚)시켰습니다.

 

오늘에는 빌 2:6~8절을 '케노시스 - 자기겸허'라는 신학적 명제로 정리하지만,

초대교회 성도들에겐 예수를 따르는 중에 겪은 구체적인 체험으로 우러난 찬양입니다.

예수를 따라 비우고 낮아졌더니 거기서 하나님을 만났다는 영적 고양(高揚)을 노래한 거지요.

이것이 초대교회의 믿음의 길이며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기도
주님, 

당신이 계신 낮은 곳으로 저도 갈 수 있게 하십시오. 

저의 능력으로는 불가하지 만, 주님이 저를 차지하시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낮아지는 척하며 은근히 높여주길 바라는 이 고약한 마음을 당신 앞에 드리니 녹여주십시오. 

그리되기까지 더 자주 주님을 우러르며 한없이 내려가는 당신을 묵상하길 원합니다.

저를 도우소서.

아멘


출처 : 사순절 묵상여정- 곁에 머물며(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