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 39일 : 십자가, 거절과 구원

w.j.lee 2024. 3. 20. 09:20


십자가, 거절과 구원

2024년 3월 29일 . 성금요일

시편 22편
1.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어찌 나를 멀리 하여 돕지 아니하시오며 내 신음 소리를 듣지 아니하시나이까
2.  내 하나님이여 내가 낮에도 부르짖고 밤에도 잠잠하지 아니하오나 응답하지 아니하시나이다
3.  이스라엘의 찬송 중에 계시는 주여 주는 거룩하시니이다
4.  우리 조상들이 주께 의뢰하고 의뢰하였으므로 그들을 건지셨나이다
5.  그들이 주께 부르짖어 구원을 얻고 주께 의뢰하여 수치를 당하지 아니하였나이다
6.  나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비방 거리요 백성의 조롱 거리니이다
7.  나를 보는 자는 다 나를 비웃으며 입술을 비쭉거리고 머리를 흔들며 말하되
8.  그가 여호와께 의탁하니 구원하실 걸, 그를 기뻐하시니 건지실 걸 하나이다
9.  오직 주께서 나를 모태에서 나오게 하시고 내 어머니의 젖을 먹을 때에 의지하게 하셨나이다
10.  내가 날 때부터 주께 맡긴 바 되었고 모태에서 나올 때부터 주는 나의 하나님이 되셨나이다
11.  나를 멀리 하지 마옵소서 환난이 가까우나 도울 자 없나이다
12.  많은 황소가 나를 에워싸며 바산의 힘센 소들이 나를 둘러쌌으며
13.  내게 그 입을 벌림이 찢으며 부르짖는 사자 같으니이다
14.  나는 물 같이 쏟아졌으며 내 모든 뼈는 어그러졌으며 내 마음은 밀랍 같아서 내 속에서 녹았으며
15.  내 힘이 말라 질그릇 조각 같고 내 혀가 입천장에 붙었나이다 주께서 또 나를 죽음의 진토 속에 두셨나이다
16.  개들이 나를 에워쌌으며 악한 무리가 나를 둘러 내 수족을 찔렀나이다
17.  내가 내 모든 뼈를 셀 수 있나이다 그들이 나를 주목하여 보고
18.  내 겉옷을 나누며 속옷을 제비 뽑나이다
19.  여호와여 멀리 하지 마옵소서 나의 힘이시여 속히 나를 도우소서
20.  내 생명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세력에서 구하소서
21.  나를 사자의 입에서 구하소서 주께서 내게 응답하시고 들소의 뿔에서 구원하셨나이다
22.  ○내가 주의 이름을 형제에게 선포하고 회중 가운데에서 주를 찬송하리이다
23.  여호와를 두려워하는 너희여 그를 찬송할지어다 야곱의 모든 자손이여 그에게 영광을 돌릴지어다 너희 이스라엘 모든 자손이여 그를 경외할지어다
24.  그는 곤고한 자의 곤고를 멸시하거나 싫어하지 아니하시며 그의 얼굴을 그에게서 숨기지 아니하시고 그가 울부짖을 때에 들으셨도다
25.  큰 회중 가운데에서 나의 찬송은 주께로부터 온 것이니 주를 경외하는 자 앞에서 나의 서원을 갚으리이다
26.  겸손한 자는 먹고 배부를 것이며 여호와를 찾는 자는 그를 찬송할 것이라 너희 마음은 영원히 살지어다
27.  땅의 모든 끝이 여호와를 기억하고 돌아오며 모든 나라의 모든 족속이 주의 앞에 예배하리니
28.  나라는 여호와의 것이요 여호와는 모든 나라의 주재심이로다
29.  세상의 모든 풍성한 자가 먹고 경배할 것이요 진토 속으로 내려가는 자 곧 자기 영혼을 살리지 못할 자도 다 그 앞에 절하리로다
30.  후손이 그를 섬길 것이요 대대에 주를 전할 것이며
31.  와서 그의 공의를 태어날 백성에게 전함이여 주께서 이를 행하셨다 할 것이로다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어찌 나를 멀리 하여 돕지 아니하시오며 내 신음 소리를 듣지 아니하시나이까(시 22:1)

 

 

겟세마네에서 잡힌 주님은 이리저리 끌려 다닙니다. 

대사제의 관저 에서 모욕을 당하고 로마 총독부에서 병사들로부터 폭력을 당합니다. 

모욕과 고통을 오롯이 홀로 겪은 후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에 올라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아무도 그분 곁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무력한 여인들만 눈물로 그분 가까이 머물고 있습니다.

주님을 둘러싼 모든 것이 그분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세상에서 철저하게 모욕당하고 거절당하여 홀로 남겨지는 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십자가에 달린 주님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라고 절규합니다. 

주님은 시편 22편 1절 말씀으로 하나님 을 찾습니다. 

성서시대 유대인은 첫 구절을 인용하여 그 단락 전체 의미를 이끌어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시편 22편은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드리는 마지막 기도요 간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탄식하며 부르짖지만 하나님은 너무 멀리 계십니다. 

하나님 손길을 누렸던 구원의 체험도 지난 일일 뿐입니다. 

그의 위기와 고난은 하나님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 여기 고난의 자리에 하나님께서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너무 멀리 있고 그는 무력합니다.

온통 원수들에 둘러 싸여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두의 손가락질에 짓눌려 무너지고 있습니다.

저들의 폭력은 야수와 같아 몸은 찢겨지고 빼마디는 부서집니다.

옷마저 벗기고 나눠 가지며 '하나님이 건져주나 보자'고 비웃기까지 합니다.

저들은 철저한 승리자요 그는 패배자이며 어가는 자입니다.

 

시인은 하나님을 향한 신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비록 하나님의 응답은 없지만 그는 하나님을 향한 신뢰와 믿음을 버리지 않습니다. 

자기 목숨을 조롱하는 이들을 저주하거나 벌하라고 청하지 않고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그는 죽음의 바로 옆자리, 모든 것이 끝나가는 순간에 있지만 생명의 하나님, 구원의 하나님만바랍니다.

 

시편 시인과 같이 예수님의 고난은 인간 비극의 정점에 닿아있습니 다. 

이 땅에서 거절되어 땅에서조차 밀려나 십자가에 달려 있는데 언제나 친밀한 사랑 가운데 연합되었던 하나님마저 침묵하고 부재중입니다.

하늘과 땅, 그 어디에도 거할 자리가 없는 곳이 십자가 위입니다.

그럼에 도 주님은 기도 가운데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고 있습니다.

하늘 아버지는 부재중이나 아버지의 뜻까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늘과 땅 그 모두에서 거절당해도 예수님은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버리지 않습니다.

인간의 연약한 육신에 남은 고난을 오롯이 채움으로 아버지의 뜻을 이루고 있습니다.

마치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에 오실 때 구유에 누우실 만큼 겸손히 오셔서 아무도 그분보다 더 겸손해질 수 없게 했듯이,

주님은 십자가 고난 중에도 하나님 아버지를 신뢰하며 그분의 뜻을 온전히 이룸으로 누구도 고난으로 절망하지 않게 하셨습니다.

버림받는 이의 정점에 계셔서 버림받는 이들의 구주가 되시는 거지요.

끝내 주님은 거절 의 상징인 십자가 위에서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심으로 고난과 하나님 부재의 정점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이루는 신비를 드러내셨습니다.

 

이로써 십자가는 우리 믿음의 상징이 되고 고난 가운데서도 소망이 되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2천 년 전의 과거가 아니라 믿는 이에게 지금 발휘되는 영혼의 능력이 되었습니다. 

그분이 십자가 위에서 우리의 모든 아픔과 고난을 품으셨기에 믿는 이는 이제 더 이상 홀로 남겨질 수 없습니다. 

그분이 우리보다 먼저 아픔을 겪고 고난을 받으셔서 우리를 치유하시고 구원을 누리게 하십니다.



기도

십자가에 달린 채 드리신 주님의 간구를 기억합니다.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 

어찌 하여 저를 버리십니까라는 외침과 '다 이루었다'는 말씀이 

십자가에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기억하게 하십시오. 

거절과 모욕, 고난의 십자가를 담당하셔서 

저희에게 참된 생명을 주셨음을 감사드립니다. 

이 하루 주님의 십자가 아래 머물길 원합니다. 

아멘


출처 : 사순절 묵상여정- 곁에 머물며(송대선, 지강유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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