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 40일 : 하나님의 침묵

w.j.lee 2024. 3. 20. 09:41


하나님의 침묵

2024년 3월 30일 . 성토요일

마태복음 27:57~66
57.  ○저물었을 때에 아리마대의 부자 요셉이라 하는 사람이 왔으니 그도 예수의 제자라
58.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달라 하니 이에 빌라도가 내주라 명령하거늘
59.  요셉이 시체를 가져다가 깨끗한 세마포로 싸서
60.  바위 속에 판 자기 새 무덤에 넣어 두고 큰 돌을 굴려 무덤 문에 놓고 가니
61.  거기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향하여 앉았더라

경비병이 무덤을 지키다

62.  ○그 이튿날은 준비일 다음 날이라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함께 빌라도에게 모여 이르되
63.  주여 저 속이던 자가 살아 있을 때에 말하되 내가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나리라 한 것을 우리가 기억하노니
64.  그러므로 명령하여 그 무덤을 사흘까지 굳게 지키게 하소서 그의 제자들이 와서 시체를 도둑질하여 가고 백성에게 말하되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다 하면 후의 속임이 전보다 더 클까 하나이다 하니
65.  빌라도가 이르되 너희에게 경비병이 있으니 가서 힘대로 굳게 지키라 하거늘
66.  그들이 경비병과 함께 가서 돌을 인봉하고 무덤을 굳게 지키니라

 

그들이 경비병과 함께 가서 돌을 인봉하고 무덤을 굳게 지키니라(마 27:66)

 

 

끝이 났습니다.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셨고 날이 저물었습니다.

주님을 존경하던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빌라도에게 청하여 예수님의 시신을 인도받아 무덤에 안치합니다.

그는 마음을 다해 장례를 치르고 여인들은 깊은 슬픔 가운데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손에 잡힐 것처럼 생생하게 일러주고 그 은총을 체험케 하던 주님이었기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겠지요.

슬픔을 가눌 길 없고 주님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여인들은 마지막까지 그분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얼른 이 모든 소란이 정리되길 바라는 이들이 있습니 다. 

예루살렘을 떠들썩하게 하고 위기를 일으킬 뻔한 모든 흔적을 한시라도 빨리 지우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안식일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대책 마련으로 분주합니다. 

하나님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아무 문제 없이 모든 것이 처리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총독을 설득하여 경비병을 얻어내 혹여라도 발생할 수 있는 시신 탈취까지 봉쇄하고서야 마음이 놓입니다.

예수님이 계신 무덤은 돌로 봉인됐고 로마제국 경비병이 지켜섰습니다.

 

성서는 주님의 장례 후 오롯이 침묵하고 있습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철저히 침묵하고 계심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아버지의 뜻에 합하여 종하며 걸어온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산에서의 변모와 수난의 거듭 예고와 함께 시작된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

예루살렘 입성과 환호, 성전에서의 가르침과 종교 지도자들의 질시와 음모,

겟세마네의 기도와 배신 그리고 흩어진 제자들,

홀로 걸으며 받으신 모욕과 십자가의 죽음까지

예수님의 걸음과 하나님의 뜻이 하나되어 온전히 이루어졌습니다.

모든 것이 완전해진 시간에 하나님은 침묵 가운데 계십니다.

당신의 뜻이 이루어졌다는 성취의 정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은 무덤에서 고요히 잠들어 계시고 주님을 사랑하던 이들은 슬픔에 젖어있습니다.

마치 조각상 피에타처럼 침묵은 슬픔 속에서 영원히 계속될 것 같습니 다.

 

하나님은 신적 위엄과 권능, 영광의 현현이 아니라 

아들의 순종과 세상의 거절 가운데 받으신 수난 그리고 죽음으로 당신의 뜻을 이루고 계십니다. 

하늘의 거룩한 뜻은 허물과 죄로 가득한 땅에서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으로만 이루어진다고 일러주고 있습니다. 

하늘의 뜻은 이 땅에서 거절당하기 일쑤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끝내 포기하지 않고 당신 아들의 희생으로 구원의 역사를 이루고 있습니다.

 

땅에서는 자기 뜻을 이룬 이들, 계획대로 되었다며 서로의 수고를 격려하며 기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제야 문제가 해결되었다며 일상으로 돌아가 편안함을 누리는 거지요.

그들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그늘 진 곳에 사랑하는 주님을 기억하며 슬퍼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늘에서는 죽기까지 복종하며 죽음 가운데 머무는 아들과 함께 침묵하는 아버지 하나님이 계십니다.

어떤 이들은 제 뜻을 이루어 기뻐하고, 하늘 아버지는 당신의 뜻을 이루어 슬픔과 침묵 중에 계십니다.

 

우리가 주님, 그리스도라 고백하는 분은 지금 무덤에 머물고 계십 니다. 

분명한 것은 이 하루가 침묵으로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 온전한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침묵,

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침묵의 자리에 머무십시오.




기도

주님, 

하늘의 뜻이 땅에 이루어지는 것이 기쁨이 아니라 견디기 힘든 침묵이요, 

슬픔이라는 것이 힘겨울 때가 있습니다.

피하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 침묵하시는 아버지 하나님을, 무덤에 누우신 주님을 더 기억하게 하십시오.

제게 받은 은혜와 감격, 사랑이 이 시간을 거쳐 제게 주어졌음을 잊지 않게 해주십시오.

오늘 하루 어둠에 머물고 계신 주님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아멘


출처 : 사순절 묵상여정- 곁에 머물며(송대선, 지강유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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