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 38일 : 대야 사역

w.j.lee 2024. 3. 20. 09:03


대야  사역

2024년 3월 28일 . 목

요한복음 13:1~17
1.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2.  마귀가 벌써 시몬의 아들 가룟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더라
3.  저녁 먹는 중 예수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자기 손에 맡기신 것과 또 자기가 하나님께로부터 오셨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가실 것을 아시고
4.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5.  이에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를 시작하여
6.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니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주께서 내 발을 씻으시나이까
7.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하는 것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나 이 후에는 알리라
8.  베드로가 이르되 내 발을 절대로 씻지 못하시리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9.  시몬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내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옵소서
10.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미 목욕한 자는 발밖에 씻을 필요가 없느니라 온 몸이 깨끗하니라 너희가 깨끗하나 다는 아니니라 하시니
11.  이는 자기를 팔 자가 누구인지 아심이라 그러므로 다는 깨끗하지 아니하다 하시니라
12.  ○그들의 발을 씻으신 후에 옷을 입으시고 다시 앉아 그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을 너희가 아느냐
13.  너희가 나를 선생이라 또는 주라 하니 너희 말이 옳도다 내가 그러하다
14.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15.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16.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종이 주인보다 크지 못하고 보냄을 받은 자가 보낸 자보다 크지 못하나니
17.  너희가 이것을 알고 행하면 복이 있으리라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요 13:14)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동행의 시간은 끝나갑니다. 

제자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식사가 끝나면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제까지도 그러하였거니와 이 여정의 막바지에서 당신의 아들을 온전히 신뢰하며 모든 것을 위임했습니다.

아들 또한 아버지 하나님의 뜻에 오롯이 합하고자 제자들에게 마지막 나눔을 택합니다.

 

식사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 예수께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 앞에 놓고 무릎을 꿇습 니다. 

스승의 손이 제자의 발을 잡아 물에 담그고 닦습니다. 

주께서 수건을 허리에 두르고 대야에 물을 담아 오셨지만 그것이 자신들의 발을 씻어주려는 것임을 아무도 생각할 수 없었기에 이어지는 선생님의 행동에 제자들은 당황한 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롯 유다 조차도 말입니다.

 

발을 씻기는 물소리 말고는 정적이 가득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행함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이제까지 주님을 따르며 그분의 말씀과 기적을 많이 듣고 보았지만 지금 이 자리는 그들이 알고 있는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완전히 역전되었습니다.

그 무게를 견딜 수 없는 베드로가 침묵을 깨뜨립니다.

"주님 이럴 수는 없습니다."

그러자 주님은 “내가 너를 씻어주지 않으면 너와 나는 상관이 없다.”라고 선언합니다.

이 말씀은 너의 발을 씻어주지 않으면 너와 나눌 몫이 없으니 생명을 얻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 얼마나 당황스러운 선언인지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르며 헌신한 제자입니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수고와 동행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일까요?

주님은 발을 씻겨주며 분명하게 일러주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주는 이 사랑의 섬김, 이걸 너희가 받아야 하고 그래야 생명에 참여 할 수 있다는 거지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은 뭔가를 행함으로 구원을 받는게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그분의 사랑을 받아들임으로 구원을 누린다는 것입니다.

주님이 발을 씻겨 주는 그 사랑을 받아들이고, 감히 감당할 수 없는 그 사랑에 무너지는 게 구원이라고 일러주십니다.

이것이 예수께서 하늘의 뜻과 온전히 하나되어 행한 구원의 길입니다.

게다가 그 사랑은 무차별입니다.

배반할 이도 부인할 이도, 뿔뿔 이 흩어져 숨어버릴 이들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사랑입니다.

그러자 베드로도 그 사랑 한가운데로 뛰어듭니다.
주님은 그렇게 사랑에 속수무책으로 점령당한 제자들에게 일러 주십니다.

'너희는 나를 선생님이라 주님이라 부르지 않느냐?

옳다.

그럼 주이자 선생인 내가 종이자 제자인 너희를 씻어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도널드 크레이빌이라는 신학자는 기독교의 상징은 대야와 십자가와 빈 무덤인데

예수님의 사역을 더 잘 설명하는 것은 대야이며 십자가 만큼의 상징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한없이 낮아져 섬기는 대야의 사역으로 제국의 폭력의 도구인 십자가가 주어졌다고 말합니다.

주께서 명하신 사역은 서로 발을 씻어주는 대야 사역이라는 거지요.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이 대야 사역으로 정점을 이루었고 기독교 신앙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믿는다는 것은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 전에 먼저 주님의 사 랑에 사로잡힌 사람임을 새기는 것입니다. 

그분의 제자란 스승으로부 터 끝없는 섬김을 받았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제자된 이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자명한 일입니다

 

 

기도

주님, 

제발을 먼저 씻어주시고 제 죄를 먼저 감싸주셨음을 잊지 않게 하십시오. 

제기 뭐라도 된 양 사랑하고 용서한다는 어리석은 마음을 품지 않도록 일깨워 주십시오.

제가 뭐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주님께 받은 사랑이 낳은 것이며,

뭐라도 하지 않는 것은 제 무지임을 기억하겠습니다.

아울러 십자가의 주님을 묵상할 때마다 대야를 든 주님,

수건을 허리에 동이신 분임을 기억하게 하십시오.

아멘.


출처 : 사순절 묵상여정- 곁에 머물며(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