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대화

1-5-3. 두 관점의 비교

w.j.lee 2024. 4. 25. 10:28

 

 

1-5-3. 두 관점의 비교

우주의 기원에 관해 전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과학자가 우주의 기원을 빅뱅으로 설명하자, 그렇지 않다면서 우주는 거대한 거북이가 등으로 떠받치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한 사람이 있었답니다.

그렇다면 그 거북이는 누가 떠받치고 있냐고 과학자가 묻자 그 거북이는 다른 거대한 거북이가 떠받 치고 있다고 답했답니다.

그럼 그 거북이는 누가 떠받치고 있냐고 묻자 그 사람이 그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밑으로 계속 거북들이라고

 

농담 같은 이 이야기가 우주의 기원을 명확히 밝히기 어려운 근원적 한계를 잘 보여 줍니다.

"우주가 빅뱅에서 기원했다면 빅뱅은 어떻게 생겼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 존재하는 신이 빅뱅을 통해 우주를 창조 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반대로 빅뱅은 수많은 우주 중의 하나가 시작된 것일 뿐이고 그 수많은 우주는 스스로 존재한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이 두 설명은 모두 밑으로 계속 거북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존재하는 신이나 스스로 존재하는 물질을 밝히는 일은 과학으로 탐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우주의 존재에 관한 무신론의 답변과 기독교의 답변은 서로 전제가 다르므로 직접적인 비교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 둘을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저는 이 우주가 던지는 질문에 답하면서 기독교 입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지적 설계나 자연신학의 오류를 반복하자는 의도가 아닙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주의 특성에 대한 무신론이나 기독교의 답변은 둘 다 과학이 아닙니다.

과학을 수용하는 면은 동등하지만, 무신론과 기독교 둘다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는 답변들, 곧 형이상학적 답변을 시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이 영원 전부터 존재했는지, 물질이 영원 전부터 스스로 존재했는지는 과학으로 분별할 수 없습니다.

우주의 수학적 특성이나 인간 이성과의 공명, 그리고 우주의 우발성도 모두 현대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 영역입니다.

 

그렇다면 과학을 넘어서는 이 질문들에 대한 무신론과 기독교 유신론의 답변을 각각 인정했을 때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을까요?

저는 무신론의 답변이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무신론의 답변은 신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존재가 던지는 질문들을 회피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저는 오히려 과학을 넘어 경험의 다면성과 실재의 다층성이 던지는 질문들에 대한 기독교 유신론의 답변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음주의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형이상학적 질문들을 모두 포함했을 때 기독교가 무신론에 비해 훨씬 설명력이 크다고 말합니다.

물론, 악과 고통의 문제처럼 여전히 답하기 어려운 경험의 측면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들에 관해서도 기독교 유신론은 충분히 의미 있는 설명을 제시합니다.

가령, 자유의지 변론이나 자연법칙 변론들이 하나의 설명입니다.

분명해 보이는 것은 무신론의 답변과 비교해 볼 때, 기독교 유신론이 우주의 존재와 그 특성들을 설명하는 방식이 훨씬 더 설 득력 있고 통일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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