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아론의 송아지

2-2. 예수님의 DNA는 개미 혹은 꿀벌?

w.j.lee 2024. 4. 18. 13:23

 

2. 예수님의 DNA는 개미 혹은 꿀벌?

 

대다수 동물들은 모계에서 받은 염색체와 부계에서 받은 염색체, 즉 쌍을 이루는 염색체 배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개미나 벌 같은 벌목에 속하는 곤충의 수컷은 미수정란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이들은 한 쌍의 염색체가 아닌 오직 모계 쪽 염색체만 지니고 있다.

이처럼 한 쌍의 염색체를 보유하지 않고 모계나 부계 쪽에서 받은 염색체만 갖고 있는 상태를 반수체 (haploid)라고 한다.

 

몇 년 전 일이다. 

스페인의 오비에도 성당에 있는 예수님의 수의로 추정되는 옷에 묻어 있는 혈흔에서 인간의 DNA가 검출됐다는 글이 그리스 도인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 해보면 이와 관련한 글들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23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모계로부터 23벌의 염색체를 물려받았고 부계 로부터 23벌을 물려받아 총 23쌍, 즉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만일 염색체의 숫자가 하나라도 많거나 적다면 그 사람은 염색체 이상 질환으로 고통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문제의 글에는 수의에 묻은 혈흔의 DNA를 검사한 결과 부계에서 받은 23벌의 염색체는 하나도 없고 모계에서 받은 23벌의 염색체 만 검출되었다는 희한한 말이 거침없이 적혀 있다.

그 글에서 한 구절을 인용해본다.

 

묻어 있는 피를 전문 연구소에 의뢰해 DNA를 분석한 결과 혈액형이 AB형 이라는 것과 함께 모친 쪽으로부터 이어받은 22개 염색체와 남성(XY) 염색 체 1개 등 23개만이 추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부친 쪽으로부터 받게 돼 있는 23개 염색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물학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만 있더라도 "혈액형이 AB형이라는 것” 과 "남성(XY) 염색체 1개라는 표현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B형은 모계에서 받은 염색체와 부계에서 받은 염색체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발현이 된다. 

따라서 부계에서 받은 염색체가 없는데 혈액형이 AB형이라는 것 자체가 이 이야기가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또한 "남성(XY) 염색체 1개"라고 쓰여 있는데 성염색체인 XY는 결코 한 개의 염색체가 아니다. 

이것은 모계로부터 받은 여성염색체 X, 그리고 부계로부터 받은 남성염색체 Y, 짝을 이루는 두 개의 성염색체를 일컫는 것이다. 

따라서 "모친 쪽으로부터 이어받은 22개 염색체와 남성(XY) 염색 체 1개 등 23개만이 추출된 것으로"라는 것은 틀린 말이다. 

이렇게 되면 염색체의 개수는 23개가 아니라 24개가 되며 부친에게서 받은 염색체가 없는데도 Y염색체가 검출되었다면 예수님의 어머니인 마리아가 Y염색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이 주장은 예수님을 수개미나 벌 같은 반수체의 기형적 인간으로 만들어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어머니인 마리아마저도 정상적인 XX 염색체를 가지셨던 여성이 아닌 XXY 성염색체를 가진 클라인펠터 증후군(Klinefelter's syndrome)이라는 성염색체 기형인 남성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주장을 유포하는 사람들은 진정으로 복음을 증거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이러한 거짓말을 퍼트려서 기독교에 대한 혐오감을 확산시키는 것이 진짜 목적인지 모르겠다.

 

창조과학회 안에서도 이런 사이비 과학에 해당하는 수준의 기독교 변증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혹시 독자들 가운데 "여호수아의 잃어버린 하루"에 대해서 들어본 분이 계신지 모르겠다.

한 개신교 출판사에서 출간된 해설 성경의 여호수아 10장이 실린 페이지 하단에는 다음과 같은 해설이 실려 있다.

 

Q&A | 왜 하루가 사라졌을까? (참고 구절 수 10:12-14)

 

볼티모어 시 커티스 기계 회사의 우주 관계 과학자들이 인공위성의 궤도를 작성하기 위해 태양과 달 그리고 주변 혹성들의 궤도 조사를 하던 중 컴퓨터가 멈추어버렸다.

원인을 조사해보니 계산상 하루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그 때 한 사람이 여호수아 10:12-14의 태양이 멈추었던 사실을 떠올렸고,

과학자들은 그 "사라진 하루"를 찾기 위해 컴퓨터 전자 계산기를 돌려서 여호수아 시대의 궤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23시간 20분 동안 궤도가 정지했다는 답을 얻게 되었다.

또한 열왕기하 20:8-11 히스기야에 관한 기록은 태양의 궤도가 10도 뒤로 물러갔다고 했는데,

시간으로 계산하면 이것은 40분[(24시간×60분+10 도/360도)=40분]에 해당된다.

이 둘을 합하면 정확하게 하루가 된다.

하나님은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자연 현상까지도 조절하실 수 있는 분이다(사 38:7-8).


이 이야기는 단순히 웃어넘길 해프닝이 아니다. 

이런 허황된 거짓말이 어떻게 성경을 만드는 출판사의 편집자에게까지 전달이 됐을까? 

결론부 터 말하자면 이것은 누군가가 지어낸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다. 

그 누군가는 허구로 지어낸 이야기에 신빙성을 덧입히려고 "볼티모어 시 커티스 기계 회사"라는 곳에서 일어났다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제시했다.

이 이야기는 너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여서 어디 어디가 틀렸다는 것조차 지적 하기 힘들다.

먼저 "여호수아 시대의 궤도를 조사했다"라는 표현을 살펴 보자.

대체 여호수아 시대가 언제인가?

대략 약 3,500년 전에 벌어졌던 가나안 정복 과정에서 아모리 족속과의 전투가 벌어진 날이 과연 정확히 기원전 몇 년, 몇 월 며칠일까?

사건이 벌어진 정확한 날짜도 모르는데 그 사건으로부터 하루가 비는지, 이틀이 비는지, 일주일이 비는지, 한 달이 비는지는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보내는 데 왜 과거의 조건이 필요하단 말인가? 

우리가 수영해서 강을 건너려면, 100년 전이나 1,000년 전의 수심, 유속, 수온 같은 과거의 조건은 하나도 필요 없다.

단지 현재의 수심, 유속, 수온에 대한 정보만 필요할 뿐이다.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도 과거의 지구와 다른 행성들의 운동 조건은 필요가 없다.

현재의 지구의 자전, 공전 같은 운동 조건만 있으면 된다.

 

이 여호수아의 잃어버린 하루는 한국창조과학회 웹사이트에 게재 되어 있다. 

1,500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진, 즉 종이에 옮긴다면 A4용지 6장 정도 분량의 장황한 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도출될 수 있는 단 하나의 결론은 이런 것이 될 것이다. 

즉 이 이야기는 허위라는 것이다.

이 결론이 사실일진대 더 이상 이 이야기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상식적인 안목으로 조금만 깊이 조사해보면 전혀 현실적인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이런 이야기를 가지고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려고 한다"면, 우리는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을 상하게 할 뿐이다.

 

A4용지 6장 분량의 길고 장황한 글 뒤에 나오는 두 문장의 간단한 결론이 말하는 바는 이 사건은 전적으로 "허위"였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허위 글이라고 밝히면 될텐데 왜 이리도 길고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잘못된 정보가 전파되었고 심지어 성경에도 실렸을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버렸다면 웹사이트에 무슨 말인지도 모를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보다 확실하게 틀렸다고 언급하고 신속히 수습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태도가 아닐까?

 

어찌 됐든 "여호수아의 잃어버린 하루"는 한국창조과학회 웹사이트에서 비록 완곡하긴 하지만 사실이 아닌 허위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팔룩시 강의 발자국"은 여전히 창조과학회의 웹사이트 상에서 잘못된 정보들과 함께 버젓이 게재되어 있다.

이 사건은 1930년대 에 벌어졌던 일이다.

 

미국 텍사스 주를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인 달라스에서 남서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진 글렌로즈라는 조그마한 시골 마을은 팔룩시라는 강을 끼고 있다.

그 강에서 공룡의 발자국 화석과 인간의 발자국으로 보이는 듯한 화석이 같은 지층에서 발굴되었다.

만약 1,500년 전의 천마총 같은 신라시대 고분을 발굴할 당시, 처음 고분을 열고 발굴을 시작했던 고고학자들이 고분 속에서 부장품인 "봉황장식 고리자루큰 칼"을 발견했다면 그다지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봉황장식 고리 자루 큰 칼" 옆에 대한민국 육군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K-2 소총을 닮은 총 한 정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면 과연 그 충격은 어떠할까?

고분 을 열고 발굴 작업을 하던 고고학자들은 기절초풍할 것이고, 인류의 문명사와 과학사가 한순간에 뒤죽박죽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공룡은 6,500만 년 전 멸종되었다. 

현대 분자 생물학의 연구에 따르면 현생 인류의 조상과 침팬지의 조상이 진화적 분기를 겪은 것은 500만 년, 아무리 길게 거슬러 올려 잡아도 800만 년 전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현생 인류의 가장 오래된 조상과 공룡이 생존했던 시간 간극은 무려 5,700만 년 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같은 시간대에 생성된 지층에서 공룡의 발자국과 인간의 발자국이 나란히 출토된 것이 사실이라면

진화론을 포함한 생 물학, 역사학, 지질학, 지구과학 등 현대 과학의 토대는 일순간에 붕괴되고 말 것이다.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인류학자인 롤랜드 버드가 과학저널인 「내추럴 히스토리」(Natural History)에 게재했던 이 논문은

당연히 홍수 지질학을 추종하는 젊은 지구론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젊은 지구를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로 채택되었다.

그로부터 50년 이상이나 극단적인 젊은 지구론 자들에게 애용되어왔던 이 팔룩시 강의 인간과 공룡 발자국 화석에 대해,

1985년 미국 창조연구소(Institute for Creation Research, ICR)는 최종적으로 "진화에 반대하는 그 어떤 확실한 증거도 제공하지 않는다"라고 결론내 렸다.

 

미국창조과학 내부에서조차 마을 주민이 발자국 화석을 조각했느니, 증거가 날조되었느니 하는 구설수에 끝없이 시달려왔던 이 팔룩시 강 발자국 화석은 창조과학의 도덕성에 상처만 남기고 해프닝으로 마무리되 었다.

 

하지만 한국창조과학회의 공식 웹사이트에는 아직도 이 해프닝이 젊은 지구에 대한 증거로 버젓이 올라와 있다.

단순히 한두 편의 글이 아니라 꽤 여러 편의 글이 게재되어 있다.

그런 글들은 팔룩시 강뿐만 아니라 애리조나 주 튜바시, 중앙 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

그리고 대한민국 남해군 가인리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인류의 선조가 공룡과 나란히 거닐었던 발자국이 화석으로 남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버딕의 발자국은 진짜다"(The Burdick Track is Genuine!)라는 글까지 게재되어 있는 실정이다. 

"버딕 발자국"의 주인공인 클리포드 버딕은 팔룩시 강 발자국을 최초로 조사했던 미국창조과학회 멤버였다.

그는 석사 학위 위조, 무인가 유령 대학에서 받은 박사학위 사칭 등으로 계속해서 잡음을 일으켰던 사람이었다.

클리포드 버딕이 젊은 지구론에 대 한 신념에 사로잡혀서 의도적으로 왜곡된 연구 결과를 보고했고,

미국창 조과학회에서는 그 보고를 엄정하게 검토해보지도 않고 덜커덕 발표를 해버리는 바람에 숱한 잡음과 구설수 속에서도 팔룩시 강의 화석을 반세기 동안이나 전전긍긍하며 붙들고 있다가 결국은 포기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창조과학회의 공식 웹사이트에는 아직도 버딕이 옳다는 종류의 글들이 여러 번에 걸쳐 포스팅되고 있다.

 

"흙 두둑을 산이라 하지 말지니"는 필립 키처의 '과학적 사기'(이제이북 스 역간)라는 저서의 네 번째 장의 제목이다.

그는 이 장에서 창조론자들이 과학적 개념인 엔트로피, 유전과 진화, 화석상의 증거를 가져다가 어떻게 변형시키고 왜곡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흙 두둑을 산이라 하지 말지니"라는 은유적인 제목을 달았다.

 

에베레스트 산 자락에서 서너 삽의 흙을 떠다가 흙 두둑을 만든 후 구름을 뚫고 하늘에 닿을 듯 솟아 있는 에베레스트 산은 가짜이고 이 흙 두둑이 진정한 에베레스트 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본다면 과연 무슨 생 각이 들까?

그럼에도 주님의 몸 된 교회 안에는 왜 이리도 흙 두둑을 에베 레스트 산이라고 여기는 형제, 자매들이 많은 걸까?


출처 : 아론의 송아지(저자 임택규, 출판 새물결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