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신학자의 과학 산책

산책을 마치며 :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w.j.lee 2024. 5. 29. 12:28

산책을 마치며 :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1. 과학이야기 : 우리는 별에서 왔다가 별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별에서 왔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의 기원은 수소를 제외하고 모두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가장 먼저 생겨난 수소와 헬륨은 빅뱅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들어졌다.

수소와 헬륨 외에 대부분의 다른 원소들은 모두 별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졌다.

태양 보다 질량이 몇 배나 무거운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탄소를 비롯하여 우리 몸을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 우주 공간에 흩뿌려 놓았고 그것들이 지구에 모여 생명이 탄생하고,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우리가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만 별에서 온 것이 아니라 우리도 사실 별에서 왔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별에서 온 존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우리는 별로 돌아갈 것이다. 

먼 훗날, 아주 먼 훗날 우리는 다시 별로 돌아갈 것이다. 

약 50억년 후에는 태양이 적색거성red giant 이 될 것이다.

지난 세월처럼 미래에도 계속 에너지를 우주공간으로 방출하는 태양은 에너지-질량 등가의 법칙에 따라 질량을 잃게 되고 중력도 약해지게 된다.

중력이 약해지면 팽창력을 억제하지 못해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거대한 적색거성으로 커진 태양은 마침내 지구의 공전궤도를 삼키게 될 것이고 언젠가 한때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들이 그때까지 지구에 남아 있다면 그것들도 모두 적색거성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우주에서 태어나 우주로 돌아간다.

더 먼 미래에는 어쩌면 우리를 포함한 우주의 모든 별들과 먼지들이 하나의 점으로 모여 녹아버릴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우주는 점차 식어갈지도 모른다.

식고 식어서 마침내 더 이상 차가와 질 수 없을 정도로 온도가 내려가면 차가운 죽음의 우주가 영원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2. 신학 이야기 :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와서 하나님께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왔다. 

하나님은 사랑에 겨워 스스로 세계를 창조하셨다. 

하나님의 사랑이 없었다면 창조는 없었을 것이다. 

하늘의 빛나는 별과 아름다운 지구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켜보시며 늘 그 가운데 계신 그분의 사랑은 계속 솟아나바다와 땅과 하늘에 수많은 종류의 생명을 지어내셨다. 

아름다운 세계에 진귀한 생명들이 가득하여 그분은 매우 기뻐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었다. 

바로 피조물 가운데 하나님을 알고 그분의 사랑을 찬양하는 존재가 있어야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당신의 형상을 지닌 사람을 만드셨다.

사람은 창조주의 형상과 본성을 지녔기 때문에 피조물 가운데 가장 놀라운 걸작이 되었다.

 

우리는 하나님께로 돌아간다. 

피조물이 하나님을 알려면 지성을 필 요로 했다. 

인간이 지성을 가진 존재로서 사랑이신 하나님을 알게 되었을 때 동시에 죽음의 운명도 깨닫게 되었다.

창조주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분의 본질이 사랑이심을 알게 된 것은 엄청난 기쁨이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우리의 내면에는 창조주를 부인하려는 유혹이 뱀 처럼 똬리를 틀고 도사리고 있으며, 결국 우리 앞에는 죽음이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심연의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하나님은 이러한 절망으로부터 구해줄 분을 우리에게 보내주셨다.

우리와 똑같은 한계를 지닌 인간으로서 증오와 죽음의 세력이 지배하는 가운데서도 결국 궁극적으로 사랑이 죽음을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신 그분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다시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이 희망이 우리를 그분께로 인도할 것이다.

 

3. 과학과 신학이 함께 나누는 이야기

 

인간은 과학을 통해 가장 놀라운 업적을 이룩하였다.

광대한 우주의 기원을 밝혀냈고, 생명의 진화 과정을 훌륭하게 설명해냈다.

과학은 또한 기술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였고, 과학기술은 우리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었으며 그 외에도 무수한 혜택을 가져다주었다.

과학은 진리의 안내자이자 만능의 도깨비 방망이인 것이다.

내게 있어서 과학의 위대성은, 불가능을 가능케 해주는 그 실용성보다는 호기 심에 사로잡힌 우리들을 진리로 인도하는 믿을 만한 구도자라는 점에서 더 크게 부각된다.

과거에는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우주와 생명과 인간의 기원에 관해 과학이 진리의 근사치에 가까운 거의 정확한 이야기를 말해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과거의 어느 한 시점에 태어나, 우주와 생명의 역사에 대해 궁금한 것은 많은데 제대로 아는 이가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이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들을 길이 없었다면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이런 점에서 과학은 숭배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과학, 혹은 과학기술은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오늘날온 세계의 바다 속에 크고 작은 플라스틱을 둥둥 떠다니게 하여 고래와 물고기를 죽음으로 몰아가도록 원인을 제공한 것은 과학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미세먼지에 시달리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공장식 축산 시스템 속에서 사육되는 날개 달린 동물과 네 발 달린 동물 들이 조류독감과 구제역으로 대규모로 살처분되는 끔찍한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과학이 도입되기 전에 농부들이 소박하게 마당에서 동물을 기르던 시절에는 일어나지 않았던 재앙이다.

남들보다 앞서서 과학 연구의 결과를 가장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언제나 자본 세력이다.

그들이 전 세계 시장에 대한 독점적 지배를 강화하고 이윤 추구를 극대화함으로써 부의 양극화 심화되고 분쟁이 빈번 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난민과 이주민이 폭발적으로 증가 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어떠한가?

정말로 머지않은 미래인 2045년경 4차 산업혁명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고, 인공지능 속에서 지능의 폭발이 일어나 강한 인공지능이 출현한다면 과연 인류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가장 섬뜩한 과학의 얼굴은 인류를 절멸시킬 수 있는 핵무기다. 

핵무기가 개발되기 전까지 인간이 손에 쥐었던 강력한 무기는 '블록버스터'였다.

블록버스터는 흔히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르, 혹은 비디오 대여점 이름으로 보다 친숙하게 알려진 단어지만,

본래는 도시의 한 구역을 통째로 날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폭탄에 붙여진 이름인데,

이 초대형 고폭탄은 TNT 약 20톤 규 모의 폭발력을 지녔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이 폭탄들이 아름다 운 유럽의 도시 위로 투하되었다.

그런데 히로시마에 투하된 인류 최초의 핵폭탄은 TNT로 환산하자면 약 20킬로톤에 해당한다.

블록버 스터 1천개의 위력인 셈이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하나의 원자폭탄으로 인해 약 10만 명 가량이 희생되었다.

1950년 들어 미국이 개발한 최초의 수소폭탄은 약 15메가톤의 폭발력을 지녔는데 이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거의 1천배에 해당한다. 

만일 서울 같은 대도시에 수소폭탄이 투하될 경우 살아남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 살상규모와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참고로 최근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는 50-100킬로톤 사이의 규모로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5배 정도다.

오늘날 미국과 러시아는 수만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코스모 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인류가 보유한 핵폭탄에 담긴 폭발력의 총량을 계산하면 전 세계의 모든 가정에 초대형 고폭탄, '블록버스터' 를 하나씩 나눠주고도 남을 정도라고 말했다.

어찌 보면 인류는 참으로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어린아 이들이 놀이터에서 수류탄과 폭탄을 가지고 노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이제 산책을 마치기에 앞서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지고자 한다. 

우리 인류는 앞으로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류는 앞으로 50년, 100년, 500년, 아니 1,000년 동안 생존할 수 있을까? 

미래를 가늠하기 전에 과거를 살펴보면 1,000년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우리는 선조들이 이어온 5,000년이 넘는 문명의 역사, 10,000년이 넘는 농경의 역사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는 앞으로도 10,000년, 아니 100,000년 이후에도 살아남을 것이라 기대해도 좋을까?

 

우리의 후손들이 먼 미래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발달하는 과학에 상응하여 반드시 지녀야 할 한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무엇인 가?

그것은 과학의 파괴력을 통제할 수 있는 인류의 도덕적 능력이다.

과학기술의 위력은 시간축을 따라 기하급수 곡선을 그리며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과학기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가피하게 대중 화되고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첨단 과학기술도 처음에는 소수의 집단만이 소유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차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접하게 되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로 미래에 소규모의 테러 집단이 강력한 수소폭탄 규모의 핵무기를 손에 쥐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핵무기 외에도 자원 문제, 에너지 문제, 기후변화 문제, 환경 파괴와 오염 문제, 식량 문제, 신종 바이러스 문제, 이 모든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자와 공존 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도덕적 능력과 지혜가 필수적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필자는 과학이 지배하는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십자가에 달리시기까지 미움이 아닌 사랑을, 탐욕이 아닌 희생의 삶 을 보여주신 그분을 그리스도, 즉 구세주라고 고백한다.

물론 그분과는 다른 하늘 아래서 잘 아는 이웃과 잘 모르는 낯선 이웃과도 함께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보여주신 모든 성현들과 예언자들의 가르침도 그분이 보여주신 길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산책을 마친다.

산책에 동행해준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출처 : 신학자의 과학 산책 (저자 김기석, 출판 새물결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