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신학자의 과학 산책

제 5부 : 03. 우주는 생명을 환영하는가?

w.j.lee 2024. 5. 31. 10:02

제 5 부 : 과학과 영성 사이에서

 

03. 우주는 생명을 환영하는가?

 

우주에 인간 외에도 다른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까? 

이 질문은 과학이나 종교 모두에게 중요한 질문이다. 

만일 어떤 과학자가 외계 생명의 존재를 확인한다면 그것은 분명 전체 과학 역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꼽힐 것이다.

또한 생명의 기원에 관한 설명은 종교마다 각각 다르지만, 만일 지구 밖의 외계에서 생명체나 지적 존재가 발견된다면 그로 인해 종교를 향해 제기하는 질문 역시 매우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과학계에서는 일찍이 '세티'SETI. Search Extra-Terrestial Intelligence 프로 젝트를 통해 외계 생명체 혹은 지적 존재의 유무를 탐사해왔다. 

이와 관련하여 2016년 4월 초에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중대발표를 예고하여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었는데, 이제껏 그래왔듯이 막상 4월 14일에 발표한 내용은 그리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은 아닌 듯하다. 

 

아무튼 발표 내용은 이러하다. "무인 탐사선 카시니 Cassini가 지난 2015년 10월 토성 주위를 도는 위성인 엔셀라두스Enceladus의 물기둥에서 수소 분자와 이산화탄소를 탐지했으며, 현재까지 분석 결과 엔셀라두스의 지하 바다는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
얼음 표면 아래에 지열에 의에 녹은 해저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발표가 놀랍지 않은 것은 이미 2012년에 목성의 위성 유로 파Europa 에서 높이 160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물기둥이 지표면으로부터 솟구치는 장면이 허블 우주망원경에 포착되었고, 유로파 표면을 덮은 얼음 밑에 생명체를 간직한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유로파의 물기둥은 지구의 온천 지대에서 볼 수 있는 간헐천처럼 지하 깊숙한 곳에서 수증기와 물이 섞인 상태로 지상으로 뿜어져 올라오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미 1990년대 말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는 유로파를 지나면서 자기력을 조사해 얼음 아래에 100킬로미터 수심의 소금물 바다가 있으며 바닷물의 양은 지구 바닷물의 두 배로 추산됐다. 

나사는 2015년에도 유로파 남극 근처에서 물기둥이 최대 200킬로미터 높이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표면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관측했다.

 

물은 생명체가 살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H2O가 수증기나 얼음이 아닌 액체 상태로 존재해야만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데 천문학에서는 이를 '골디락스' 영역이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원래 영국의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 '금발머리 소녀'에서 빌려온 말인데, 태양과 지구의 거리처럼 에너지를 공급하는 항성으로부터의 거리가 적당히 떨어져 있어 기온이 너무 높거나 낮지 않고, 크기도 너무 크거나 작지 않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갖춘 영역을 가리킨다.

 

한편 태양계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나사는 2009년 3월 우주로 발사된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통해 2013년까지 모두 1041개의 외계 행성을 찾아냈으며 이번 발견까지 포함하면 모두 2325개의 외계 행성을 발견했다.

지구에서 1억 2000만 킬로미터 떨어진 궤도를 도는 케플러 망원경의 임무는 '지구와 비슷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는 것이었다.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의 꿈은 우주의 모든 별을 보는 것이었다.

눈이 아주 나빴던 그는 볼록렌즈 두 장을 이용한 '케플러 망원경'을 발명해 천문 관측을 했다.

또 지구와 같은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케플러 법칙'을 발표하여 근대 천문학의 토대를 쌓기도 했다.

 

 2016년 허블 망원경에 포착된 유로파 물기둥 [출처: NASA/ESA/K. Retherford/SWRI]

 

케플러의 꿈이 그의 이름을 딴 우주망원경으로 실현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16년 5월 11일 "케플러 망원경이 우리 은하 중심부에 있는 백조자리와 거문고자리 영역에서 1284개의 외계 행성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밝혔다. 

외계 행성 발견으로는 최다 기록이다.

 

"만일 이 우주에 단지 우리뿐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일 것이다."

이 말은 칼 세이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든 영화 <콘택트>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이 영화는 과학과 종교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외계문명탐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며, 외계문명과의 접촉에 대한 과학계와 국가권력, 대중과 종교 지도자 등 다양한 그룹들의 서로 다른 반응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외계생명체는 인류보다 훨씬 더 고등한 기술을 성취 한 존재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지구를 정복하지도, 직접 가르치려고도 않는다.

다만 그들은 인류가 더 높은 수준의 문명으로 나아가려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넌지시 암시할 뿐이다.

어떻게 이렇게 놀라운 문명을 건설했는지를 묻는 지구인에게 그들이 들려준 대 답은 다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라는 것이었다.


만일 외계 생명체나 지적 존재가 발견되면 종교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마 여기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는 종교는 기독교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기독교는 창조 교리를 믿는데 다른 생명이 등장하면 창조 교리가 틀린 가르침으로 판명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외계 생명이 종교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예측과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만일 외계 생명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이 우주가 생명을 환영한다는 강력한 증거다. 

오늘날 과학은 우주가 약 138억 년 전에 하나의 거대한 폭발, 즉 빅뱅에 의해 탄생되었으며, 우리 우주가 지닌 물리적 특 성들이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극단적으로 매우 작은 가능성이 실현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좀 어려운 개념이지만 여기서 물리적 특성들이란 우주의 모습을 결정짓는 요인들로서, 예컨대 팽창률이나 중력 및 전자기력의 세기 등을 가리킨다.

이러한 힘들이 우주 탄생 초기에 아주 미세한 정도만 달랐어도 이 우주는 현재와 전혀 다른 모습이거나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당연히 생명도 탄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지구 외에 우주의 다른 곳에도 생명이 존재한다면 우주는 생명을 환영하는 장소이며 그러한 특성은 우주가 탄생할 때부터 수학적으로 매우 정교하게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주가 생명을 환대하는 특성을 내재하고 있다면, 비록 옛날에 가르치던 방식의 창조 교리에는 맞지 않을지 모르지만, 과학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는 영성적으로 상당히 매력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따라서 외계 생명 체의 존재는 종교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과학자들이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여 지구인에게 보여줄 날을 고대해본다.


출처 : 신학자의 과학 산책 (저자 김기석, 출판 새물결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