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신학자의 과학 산책

제 5부 : 04. 기후 변화와 인류의 미래

w.j.lee 2024. 5. 31. 10:01

제 5 부 : 과학과 영성 사이에서

 

04. 기후 변화와 인류의 미래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갈수록 점점 더워지는 날씨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의 서두에서 앨 고어는 인공위성에서 찍은 대기권의 사진을 보여주며, 지구의 대기권이 얼마나 얇고 연약한지 설명한다.

고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하나의 잘못된 믿음을 지적하는데, 그것은 바로 "지구는 아주 크기 때문에 인간이 다소 영향을 끼치더라도 어떤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 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 밟고 있는 땅이 이대로 영원히 존속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지구 기후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것은 완전히 틀린 생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구의 기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보다 더욱 근본적인 변화를 겪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지구 대기의 구조는 아주 취약하다.

그 이유는 대기권이 너무도 얇기 때문이다.

 

지구를 농구공에 비유하면 대기권의 두께는 공 표면에 칠해진 광택제 두께 정도에 불과하다. 

대기권은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 등 네 층을 합하여 총 140킬로미터에 달하지만,

기체의 80퍼센트는 지상으로부터 약 12킬로미터 정도까지 뻗어있는 대류권에 포함 되어 있다.

실제로 우리는 4킬로미터 이하의 높이에서만 숨쉬며 살 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대기가 모여 있는 대기권의 두께는 지구 전체에 비교해볼 때 그야말로 농구공에 칠해진 광택제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대기가 쉽게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구가 형성된 이래 대기의 구성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변화해왔으며 지금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그 요인은 화산이나 판 이동에 따른 지질학적 격변, 생명체 활동에 의한 화학반응, 소행성 충돌 등이다.

 

지구 기후는 에너지 평형의 흐름이다.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태양광선을 통해 지구로 도달한 에너지 중 일부는 우주 공간으로 반사되고 일부는 지구에 흡수되었다가 결국 방출됨으로써 지구 전체적으로 볼 때는 에너지 평형을 이룬다. 

간단히 말해 기후란 지구 에너지가 평형을 이루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인식해야 할 점은 지구의 기후가 항상 평온한 상태를 유지해온 것만 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지구의 기후는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개입하기 전부터 지구기후는 변동을 겪어왔다.

슈테판 람슈토르프와 한스 요아힘 셸른후버의 공저 「미친 기후를 이해하는 짧지만 충분한 보고서」를 보면 기후변동 의 주요한 원인으로 세 가지 요인을 소개한다. 

 

첫째, 태양 에너지의 변화 혹은 지구 공전궤도의 변화가 기후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둘째, 우주로 반사된 빛 에너지가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셋째, 대기 중에 포함된 가스 중 복사열선에 영향을 끼치는 온실 기체와 에어로솔이 주된 요인이라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45억 년 전 태양으로부터 약 1억 5천만 킬로미 터 떨어진 공전궤도에서 가스구름이 응축되어 처음 지구가 탄생했을 때에 지구는 지금보다 아주 뜨거웠다. 

지구에는 수억 년에 한 번씩 급격한 온도하강이 일어나 지구전체가 얼어붙는 일이 여러 차례 일어나곤 했다.

이러한 온도하강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여 해양조차도 수백 미터 두께의 얼음으로 덮였었다.

이 시기에 지구의 생명체들은 혹독한 시련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빙하기에도 얼음 바다 밑에 서는 많은 생명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물이 얼었을 때 부피가 커지는 (=가벼워지는) 특이한 물리적 성질이 생명체의 유지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로운 점이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지구의 생명체가 빙하기에 절멸하지 않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얼음이 물보다 가벼워서 수면에서부터 얻게 되며, 수면을 덮은 두꺼운 얼음은 찬 기온에 의해 물속의 온도가 일정 정도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했기 때문이다.

얼어붙지 않은 대양의 밑바닥에 생명체들이 생존했다가 훗날 기후조건이 좋아졌을 때에는 땅으로 올라와 번성할 수 있었다.

 

반대로 만일 얼음이 물보다 부피가 작다면, 수면에서 동결된 얼음은 계속 바다 아래로 내려와 쌓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바다 전체가 밑바닥에서부터 얻게 되어 종국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물이 결빙되었을 때 부피가 커지는 것은 우리 우주가 지닌 하나의 가치중립적인 물리법칙일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립적인 물리법칙이 빙하기에 생명을 보호하여 지구에 다양한 생명이 번성하도록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따라서 물리적 우주가 생명친화적인 본질을 지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는 약 2만 년 전에 정점을 이루었다가 점차 따뜻해져서 지난 1만 년 전부터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온화한 기후를 보이고 있다. 

인류문명은 바로 충적세라 불리는 기간 동안 이룩 되었다. 

지질학적 시간에서 1만 년은 매우 짧은 시간이다. 

이때를 틈타 우리 인류는 씨앗과 열매를 뿌려 농사를 짓는 법을 개발했고, 가축을 길들였으며, 문자를 발명했고, 종교를 세워 궁극적 진리를 추구했 으며, 과학을 발전시켜 우주와 생명의 비밀을 알아내었고, 마침내 기술문명을 이룩하여 우주를 여행하고 인터넷을 통해 세계를 연결했으며, 인공지능을 개발해내었다. 

오랜 빙하기 가운데 잠깐 찾아온 따뜻한 시기간빙기 동안에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기"식으로 문명을 건설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헐리우드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는 분초를 재는 긴박한 시간 안에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는 데 성공한다.

지구 기후변동의 틈새에서 피워낸 인류 문명도 '미션 임파서블'과 같아 보인다.

 

이 놀라운 창조적 업적을 이룩한 인류가 이제 새로운 도전 앞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가 그것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구의 기후는 점진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를 갑자기 놓은 것처럼 튕겨지듯 변한다고 한다.

대기 중 온실가스가 증가함에 따라 수년 또는 수개월 만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기후 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영화 <투모로우>는 지구온난화가 역설적으로 빙하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근거해서 만들어졌다.

 

자연이 갑자기 변화의 방아쇠를 당기면 기후도 막대한 에너지를 가지고 새로운 평형을 향해 급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기후는 나무 늘보가 아니라 순식간에 달려드는 맹수다.

지난 1만 년 동안의 따뜻하고 안정된 기후는 지난 2-300만 년 동안의 빙하기 중에 찾아온 행운이라고 할 만한 아주 짧은 기간의 현상이었다.

 

인류는 아주 잠깐의 간빙기 동안 불가능해 보이는 여러 가지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기적적으로 성공했다.

그런데 문명의 대가로 엄청난 화석연료를 소비해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그것이 기후변화를 불러왔다.

만일 안정된 기후가 지금부터 격변의 단계로 들어선다면 과연 인류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이러한 전 지구적 규모의 변화로 인한 위기가 닥쳐 온다면 과학과 종교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과학기술의 지식은 위기 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종교는 위기 앞에 자기 혼자만 살려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극복하고 모든 시민들이 함께 위기를 극복하여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빙하기를 맞은 뉴욕 맨하튼의 모습, <영화 <투모로우>


출처 : 신학자의 과학 산책 (저자 김기석, 출판 새물결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