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향하여 나아가다
하나님과의 만남이 깊어가면서
점점 그분의 세계 속에 끌려 들어갑니다.
하나님의 세계가 감각되기 시작합니다.
만져질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고 경험하지도
못했던 세계가 내 앞에 열립니다.
우리 속에서 사랑이 뛰놀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이 우리 속에서 일하시는 것입니다.
이윽고 하나님의 사랑의 품에 푹 안깁니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꿈에서 깨어 우러러보니 오히려 영광 그윽한 빛이
타오르는 것을 감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현존이 뚜렷하게 느껴진 것입니다.
그 영광의 빛 속에 잠기니,
지금까지 '나'라고 생각하던 것은 녹아 버리고
크고도 충만한 세상이 눈앞에 전개됩니다.
지평의 한계조차 사라진 세계,
그 속에서 하나님과의 깊은 일치를 경험합니다.
오늘은 어떤 분이 제게 던진 질문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자기를 부인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이 질문은 급진적입니다.
문자적 의미를 묻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실존적 삶의 태도를 결정하기 위해 하는 진지한 물음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따르려는 이들에게 두 가지를 요구하셨습니다.
자기부인과 십자가 지기가 그것입니다.
둘 다 쉽지 않은 요구입니다.
몸을 가진 인간은 누구 할 것 없이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자연 인간 의 모습입니다.
자기를 부인한다는 말은 자기를 세상의 중심으로 보는 근본적 태도를 포기하는 것과 관련됩니다.
자기를 부인하라고 해서 자기를 비하하거나 말살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철학자 레비나스에게 자기부인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아마도 타자의 고통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양의 고전 가운데 『시경』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경'자가 들어 있기 때문에 무척 엄숙하고 진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 짐작하곤 하지만, 실제로 이 책에는 사람살이의 풍경 혹은 사람의 마음 풍경이 흥미롭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주나라 때 사람들이 부르던 노래를 담은 민요집인 동시에 4언체로 이루어진 시입니다.
사람들은 『시경』을 서민들의 노래인 풍風, 왕실의 연향에서 불 리던 아雅, 선조들을 기리는 노래인 송頌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본래 3천여 편이었고 공자가 311편으로 간추려 정리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은 305 편입니다.
"시삼백 일언이폐지왈 사무사詩三白 一言以藏之曰 思無邪 『시경』에 나오는 시 전체를 꿰뚫는 핵심을 공자는 “사무사”思無邪로 간추리고 있습니다.
'삿된 마 음을 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이 시를 암송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은 우리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사는 동안 우리 마음에는 때가 묻고, 그래서 불투명해지거나 더러워집니다.
자기중심성이 더욱 강화되는 것을 가리켜 기독교는 죄라 합니다.
이때 불순해진 우리 마음을 닦아 맑고 투명하게 만들어서 본래의 청정함을 되찾게 하는 것이 시의 본령입니다.
출처 : 고백의 언어들(저자 '김기석', 출판 '복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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