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아름다운 글

어느 초신자의 기도

w.j.lee 2011. 4. 26. 18:57

 

 

어느 초신자의 기도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부르기 전에는 
아무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닙니다.
아렴풋이 보이고 멀리에서 들려 옵니다.

어둠의 벼랑 앞에서
내 당신을 부르면
기척 없이 다가서시며
"네가 거기 있느냐"
네가 그동안 거기 있었느냐"고
물으시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달빛처럼 내민 당신의 손은 
왜 그렇게도 야위셨습니까
못자국의 아픔이 아직도 남으셨나이까.
도마에게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나도
그 상처를 조금 만져볼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혹시 내 눈물방울이 그 위에 떨어질지라도
용서 하소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옵소서.
여태까지 무엇을 하다 너 혼자 거기 있느냐고
더는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냥 당신의 야윈 손을 잡고
내 몇방울의 차가운 눈물을 뿌리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