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안에서 태어나다
살다 보면 부득이하게 한계상황 속에 직면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 직면할 때 어떤 사람은 무너지지만, 어떤 사람은 실존적 도약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도약을 감행해도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가항력적인 일들입니다.
이런 경험을 할 때 사람은 비로소
'아, 이 세상에는 인간의 이성이나 경험으로 통합할 수 없는
더 큰 세계가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더 큰 세계와의 접속, 거룩한 것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여러분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본 다큐멘터리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어른 김장하'입니다.
전직 지역신문 기자와 방송사 피디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취재기 형식의 다큐멘터리입니다.
김장하 선생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한약방에서 머슴살이를 하다가 열아홉 살에 한약종상 시험에 합격해 한약사가 되었습니다.
싼 값에 좋은 약재를 쓰니 손님이 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그렇게 번 돈으로 호의호식하지 않고, 공부를 하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워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50년 이상 지속되었으니 그가 지급한 장학금은 액수로 환산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수혜자들 가운데서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나왔고 현재 사회 도처에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기억 속에 김장하라고 하는 인물은 '참 아름다운 어른', '이 시대의 어른'입니다.
그는 형평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 백정들이 얼마나 천대받고 어려움을 겪었는지 돌아보면서 오늘날 여전히 공고한 사회의 차별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 봅니다.
그러다 보니 아주 보수적인 이들로부터 욕도 먹고 전화로 위협까지 당합니다.
그럼에도 김장하 선생은 자신의 일을 침착하고 꾸준하게 해나갔습니다.
그는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금은 연세가 많아 약간 구부정한 모습으로 종종걸음을 하듯 걷습니다.
출연자 중 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걸으세요?” 하고 묻자,
그는 간단하게 대답합니다.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가면 돼."
그렇습니다.
살다 보면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는 생각에 막막하고 암담할 때가 있습니다.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이렇게 조금씩 걷는 게 인생의 지혜가 아닐까요?
성큼성큼 걸어도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고 여겨 줄달음질하는 이들도 있지만,
조급해한다고 해서 인생이 수월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씩이라도 꿈틀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은근함이 필요합니다.
출처 : 고백의 언어들(저자 '김기석', 출판 '복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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