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성경 내용 요약

21. 사이버 시대와 사이버 교회

w.j.lee 2014. 7. 3. 20:45

 

 

21. 사이버 시대와 사이버 교회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온 땅에 널리 흩어져 살기를 원하신다.

그래서 사람을 지으시면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1:28)고 하셨다.

그리고 사람들이 흩어져 살기를 거역하고 바벨탑을 쌓았을 때는,

그 탑 쌓기를 중단시키시고 언어를 혼잡케 하여

서로 흩어지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드셨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땅을 정복하려고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관심을 땅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바다와 하늘,

그리고 우주 공간으로 점점 더 넓혀왔다.

그것도 부족하여서 최근에는 가상의 공간까지 만들어 냈다.

 

지금은 의사소통, 정보교환, 물건거래 등 거의 모든 일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편리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의 상상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가상 공간의 이용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 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교회도 가상의 공간 속에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실제적인 작업들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추세로 볼 때, 그 주장은 앞으로 매우 거세질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가.

 

복잡하거나 미묘한 문제일수록, 또는 새롭게 부딪히는 문제들일수록

그 근본으로 돌아가서 가장 단순화시켜 보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대해서도

교회란 어떤 곳인가 하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 보기로 하자.

 

사이버 교회와 관련하여 우리는 교회의 다음 세 가지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 교회는 성도의 인격적인 교통이 이루어지는 모임이다.

성경에서의 교회의 의미는 구원에로의 부르심을 입은 사람들의 모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성경은, 교회에서는 외형적인 건물이나 규모나 조직 또는 의식절차가 아니라

오히려 보이지 않는 내면적인 것, 즉 구원에로의 부르심과 그 응답,

그리고 그 구원에 대한 감사의 표현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가르친다.

 

구원은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는다.

그러므로 교회는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기도 하다.

그런데 모임에서는 반드시 구성원들 사이의 교통이 생겨난다.

교회에서는 구원받은 사람이 자기를 구원에 이르게 해주신 성삼위 하나님과 가지는 교통,

그리고 구원을 받아 형제가 된 사람들 사이에서 가지는 교통이 있다.

 

성도가 하나님이나 성도들과 나누는 교통은 인격적인 것이다.

단순히 지식이나 정보를 서로 나누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차원의 교통이다.

그래서 긴 설명이 없어도 눈빛만으로 속마음을 알 수도 있고,

상대방의 필요를 위해서 수고와 희생을 기쁨으로 감수해내는 교통이다.

이 교통은 마치 포도나무와 그 가지의 경우처럼,

"주님께서 내 안에, 내가 주님 안에" 있는 상태로 표현되기도 하고,

"형제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수준의 사랑을 가지고 탄식을 하기까지 하며

서로를 위하여 기도하는 상태로 표현되기도 한다.

 

2) 교회는 하나님을 만나는 지정된 장소이다.

하나님께서는 안 계시는 곳이 없이 어디에나 계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원하기만 하면, 하나님을 어디에서든지 만날 수가 있다.

집에서든 들에서든 하늘에서든 땅 아래에서든 토굴 속에서든 물 속에서든 상관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리석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영이신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우상을 만드는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적지 않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장소를 따로 지정해 놓으셨다.

그것이 바로 성전 곧 교회이다(합 2:20). 

 

이 때문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어디에서 살고 있든지

제사를 드릴 때나 절기 때마다 성전을 찾았고,

외국에 흩어져 살던 사람들도 온갖 불편함을 개의치 않고 예루살렘을 찾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예루살렘을 향한 문이라도 열어 놓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단 6:10).

 

3)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아담을 지으신 하나님께서는 아담이 혼자 있는 모습을 좋지 않게 여기셨다(창 2:18).

그래서 하와를 만드시고 아담의 돕는 배필을 삼으셨다.

이것은 사람이란 본래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사회적인 존재임을 의미한다.

사람은 가족이나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알지 못했던 것을 배우며,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간다.

 

성도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서로가 지체들로 연합이 된 사람들이다.

이 연합은 교회 안에서 가장 잘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성도는 서로 지체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보이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을 보기도 하고 섬기기도 할 뿐만 아니라,

두세 사람이 함께 모여 마음을 같이하여 기도함으로 성령이 임하시게 하기도 하고,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이 땅 위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당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경은 하나님께 예배하기 전에 형제에게 용서하지 못한 것이 생각나거든

먼저 가서 그 형제와 화해를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마 5:24).

 

근래에 사이버 교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이버 교회가 가지고 있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장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1) 편의성

현대의 도시에는 높은 빌딩들이 많다.

그것은 평면적인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높은 빌딩들의 밀집은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인구의 밀도를 증가시켜서 각종 문제들을 생겨나게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교통문제이다. 교통의 혼잡은 사람들의 이동을 어렵게 만든다.

반면에 시골은 도시에서 겪는 것과 같은 혼잡은 없어도,

그 대신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동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가상의 공간은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가상 공간의 세계에는 사람의 이동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가상의 공간에서는 움직이지 않고도 화면을 통해서

얼마든지 현장의 모습이나 의사를 전달한다.

가상공간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사이버 교회가 주목을 받는다.

사이버 교회는 예배를 위해 먼 거리 또는 복잡한 거리를

이동해 가야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현대인들이 중하게 여기는 시간적·경제적·육체적 이익을

매우 크게 안겨다 주기에 충분하다.

 

2) 경제성

교회는 예배당이라는 건물이 필요하다.

때로는 교육을 위한 교육관이나 친교실과 같은 부속 건물도 필요하다.

주차공간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건물들을 마련하고 유지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한번 마련한 건물도 인구의 증가나 예술감각의 변화로 말미암아 증축이나 개축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교인들의 수고와 눈물, 그리고 경제적인 부담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이버 교회는 예배당을 짓거나,

늘어나는 교인 때문에 예배당을 증축을 해야 하는 경제적인 손실이 필요 없다.

주차장도 필요 없다. 기존의 교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약간의 비용이면 충분하다.

이 모든 문제가 클릭 한번으로 해결이 된다.

 

3) 신속성

성경에서 말세의 현상을 예고했듯이(마 24:5이하),

현대인들은 빠른 것을 좋아한다. 한국 사람은 더욱 그러하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가 번개의 거리만큼이나 가깝다.

지구촌 구석구석의 소식이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가상의 공간에는 말세를 사는 사람들의 이러한 특징이 잘 반영되어 있다.

가상 공간에서는 수많은 각종의 정보들이 국경이나 대륙의 막힘도 없이 신속하게 전달된다.

한 사람이 올려놓은 정보라도 지체없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파가 된다.

 

교회는 보통 일주일에 한번 모인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형편을 모르고 지낼 때가 많다.

때로는 각종 예배와 기도회, 모임 등으로 거의 매일 모이기도 한다.

그러나 분주함이나 많은 사람들 때문에 만나는 사람이 제한되어 있거나,

만나야 할 사람을 못 만나는 경우도 있다.

현대는 주변이 너무 빨리 변하고, 예기치 못한 일들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기에,

성도들 간의 진정한 교통이 더더욱 절실하게 아쉽다.

사이버 교회는 이러한 아쉬움을 손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4) 익명성

교회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많은 유익을 얻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항상 유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상처를 입거나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을 더 잘 배우기도 한다.

그래서 아무개 보기 싫어 교회 나가기 싫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것은 구원받은 성도라 하더라도

아직 완전한 거룩함에는 이르지 못한 수준의 부족한 사람들로 구성된

이 땅의 교회에서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이버 교회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된다.

그래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보지 않아도 된다.

허물과 실수투성이인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

불필요하거나 부담되게 여겨지는 일을 맡지 않아도 된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혼자 숨어 있을 수 있다.

만일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이버 교회는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는 대중문화에 길들여진 현대의 교인들에게

신선한 대안처럼 여겨질 수 있다.

 

앞에서 제시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교회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1) 인격적 교통의 한계교회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구원과 구원받은 성도들 간의 교통이다.

이 두 요소에서 반드시 강조되어야 할 것은 인격적인 만남이다.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만남 없이는 구원이 있을 수 없고,

성도들과의 인격적인 만남이 없이는

지체들 간의 유기적인 관계가 생겨나거나 유지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버 교회에서는 다량의 정보 교환이나

빈번한 의사 소통이 있을 수 있을런지는 모르지만,

진정한 의미의 인격적인 만남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격적인 만남은 화면이나 문자를 통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직접적인 눈빛으로 통하고, 말없는 미소나 느낌,

또는 따뜻하게 한번 잡아주는 손길 속에서

더 많이 그리고 더 진하게 통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또 진정한 인격적인 교통은 인격적인 존재가 피차간에 나누는 교통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이버 교회에서는 쌍방적인 교통이 아닌

일방적인 전달만 있어지기가 쉽다는 한계도 있다.

 

2) 성별된 일정한 장소에 대한 혼란교회는 구별이 있어야 한다.

건물이든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이든 분명한 구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세속적인 것이나 죄악된 것으로부터의 구별이다.

그래서 성경은 교회를 성령의 전이라고도 부른다(고전 3:16).

우리가 이러한 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교회 건물만 보아도 은혜가 되기도 하고,

그 곳에 가고 싶어 사모하는 마음도 생겨난다.

 

그러나 컴퓨터는 구별되어진 대상이 아니다.

대부분의 컴퓨터는 업무용이고 오락용이다.

평상시에는 업무를 처리하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오락을 즐기던 컴퓨터 앞에서

과연 얼마나 구별된 의식을 가질 수 있겠는가.

한 대의 컴퓨터를 따로 구분해 놓을 수도 있겠으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컴퓨터에 대한 인식 자체가

구별의식을 쉽게 용납해 들이지를 않는다.

 

3) 봉사와 헌신생활의 제약바람이 불면 나무 가지가 흔들리게 마련이듯이,

   믿음은 반드시 행함을 수반한다.

그래서 성경은 행함이 없는 믿음을 가리켜서,

영혼이 없는 몸처럼 죽은 믿음이라고 부른다(약 2:26).

믿음에서 나오는 행함은 성경의 교훈에 대한 실천으로 표현이 된다.

이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 주님과 이웃을 향한 봉사와 헌신의 생활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눈에 보이도록 드러나지 않는 영적 세계의 정확한 상태를 평가하려 할 때,

봉사와 헌신의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모습들을 기준으로 삼기까지 한다.

 

사이버 교회가 정보의 전달이나 전도의 매체로 이용될 수는 있다.

그러나 사이버 교회에서는 가상의 공간이라는 것 때문에

성도의 의무인 동시에 보람이기도 한, 봉사와 헌신의 생활에 극도의 제한이 따른다.

그러므로 사이버 교회는 일상적인 성도의 삶을 유지케 하는 교회가 되기 어렵다.

 

우리는 지금 사이버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사이버 공간이 지니는 편의성, 경제성, 신속성, 익명성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 또한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사이버 교회는 분명히 우리에게 적지 않은 장점을 제시해 준다.

그러나 그 장점들 뒤에는

교회의 참 모습을 손상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요소들이 숨겨져 있다.

장점을 뒤집어 생각하면 그것이 바로 약점으로 뒤바뀌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이버 교회를 무비판적으로 일반화시켜 수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보인다.

 

교회는 편의성보다 주님의 남은 고난을 채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골 1:24).

우리는 옷깃을 여미고 무릎을 꿇어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한다.

모이기를 폐하거나 변경시키려 하지 말고,

모이기를 힘쓰라는 명령을 지켜야 한다(히 10:25).

하나님과 성도들 앞에서는 익명이 아니라, 당당한 한 인격으로 나서야 한다.

세상은 날아가듯 변하여도,

하나님께서 세우신 진리는 어떠한 여건에도 변함이 없이 지켜야 한다.

 

하지만 사이버 교회가 가진 장점들을 활용할 수 있는 예외적 가치는 인정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 교회는 질병이나 신체적인 이유 때문에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

특별한 사정으로 고립이 되어 있는 경우,

분업화 다양화된 사회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 등에 한하여

부득이한 예외로 도입해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