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한국의 說話

달팽이 각시

w.j.lee 2016. 2. 16. 23:41


달팽이 각시


어떤 사람이 논에 물을 보러 가서 삽으로 논 수멍을  콱 찍으면서,

"이 농사를 져다 누구하고 먹나?" 이러니까,

"나하고 먹지 누구하고 먹어." 그래

깜짝 놀라 이상해서 또 한 번 콱 찍으며,

"이 농사를 져서 누구하고 먹나?" 이러니까,

"나하고 먹지 누구하고 먹어." 그래

 

거기 아무것도 없고 주먹만한 달팽이 한 마리만 있어.

그걸 주워다가 물두멍에다 놓더니 어디 갔다 오면 밥을 해 놓고 밥을 해 놓고….

 

그래 한 날은 (숨어서 모습을) 지키니까는 색시가 하나 나오더니 해를 이래 - 보더니

그만 밥을 해서 상을 차려 들어가려고 하는 놈을 꽉 붙드니까,

"아이, 사흘만 있으면 임자하고 백년 해로(百年偕老)할 턴데,

그런 사흘을 못 참어서 이별 수(數)가 있다."고 하더라는 거여.

그래, 인제 있는데, 참 얼마나 이쁜지 당체 나무도 못 하러 가고, 뭐 오금을 못 떼 놔.

나무를 하러 가도 곁에다 갔다 세워 놓고는 나무를 하고….

 

그래, 하도 그러니까는, 하루는 화상(畵像)을 그려 주며 가는 거여.

화상 그려 준 걸 나무에다 걸고서는 나무를 좀 깎다 보니까 난데없는 회오리바람이 불면서,

아 그걸 훌떡 걷어 갔단 말여.

 

그래 가지곤 어느 나라에 갖다 던졌는지, 그 나라 임금이 그 화상을 주워 가지고,

"아 요 사람, 어서 가 찾아 오라."고.

그래, 사―방에 인제 광고를 했지. 그 화상 가지고 다니며 찾는데, 한 군데 가니까, 참,

집에 하나 외딴집에 있는데 조그맣게, 그래, 그집에 새댁, 그 새댁이 똑 그 화상 같더래.

그래, 그만 데리고 왔지 응. 그래, 데리고 왔는데,

생전에 온 그 날부터 그러니까 웃는, 그 임금의 아낙이 돼도 웃는 법을 못 보거든.

 

임금이,

"아이, 당신은 대체 사람도 내 사람이요, 만물이 다 내 거여.

그런데 무엇이 부족해서 생전에 웃는 걸 못 보겠느냐."고.

"나를 거지 잔치를 한 서너너덧 달 해 주면 그렇게 거시기 할거라."고.

"아! 까짓 뭐, 거지 잔치 그까짓 것 뭐. 서너너덧 달 못 해 주겠느냐."고.

"일 년이라도 다 - 해 줄 수 있다."고.

 

그래, 인제 거지 잔치를 했는데, 아이, 한 날 거지가 지나가도 그 남자가 안 와.

한 날 인제 맨 끄트머리 들어오는데, 쥐털 벙거지에 새털 날개에, 그래 입고서는 들어오는데,

그렇게 쥐털 벙거지에 새털 날개를 했는데, 아주 옷이 그만 다 떨어져서,

그만 그러니까, 그만 새털이 됐지 뭐, 새털.

그러니 아, 그걸 보고 (여자가) 아부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하고 웃었어.

 

이 임금이 앉았다가,

"야! 저, 저렇게 웃으니 내가 저걸 쓰고서는 한 번 더 할거라."고.

"그걸 벗어 놓으라."고.

그래서 그걸 입고서는 춤을 추고 돌아가니까, 깡통을 차고,

그 사람매루 깡통을 두드리고 돌아가니까,그 여자, 한참 웃더니, 갑자기

"아, 저, 저놈 저기 잡아내라."고.

아 그래, 그래 그만 잡아 내라니, 그만 잡아 내라고 하니, 그만 쫓겨나고, 내쫓아 버리고.

아, 그 남자 그, 그만 용상에 그만 올라앉아 그만 임금님이 되고,

정작 임금은 떨려 나가 버리고…….

 

<1980년 충남 대덕에서 윤민녀 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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