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한국의 說話

여수 백도에 얽힌슬픈 전설

w.j.lee 2016. 2. 15. 22:23


여수 백도에 얽힌슬픈 전설



수 거문도에서 배로 20분 거리에 있는 백도는

섬이 워낙 많아서 백 개쯤 될 것 같다고 백도(百島)라 하였는데,

아무리 세어 봐도 백 개가 못된다고 하여

백(百)자에서 글자위에 있는 한 일(一)자를 빼 백도(白島)라 부른다고 한다.

백도는 실제로는 39개의 무인도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옥황상제의 막내아들 환백(桓白)과 용왕의 딸 아리수에 얽힌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아주 먼 옛날 옥황상제가 늦둥이를 낳았다.

옥황상제는 막내의 이름을 환백이라 하였다.

환백이 아바마마의 사랑을 독차지하자 질투에 눈이 먼 형들이 동생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번번이 옥황상제에게 들통이 나 형들만 벌을 받기 일쑤였다.

언젠가는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동생을

마구간에 몰래 들여보냈다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한 일도 있었다.

또 한 번은 옥황상제 외에는 출입이 금지된 천도밭에 막내를 들어가게 부추겨서

막내가 하마터면 하늘나라에서 쫓겨날 뻔한 일도 있었다.



왕자들 사이에 틈이 벌어지자 신하들 역시 편이 나눠졌다.

그러다보니 평화로운 하늘나라가 어느 틈에

시기와 질투, 중상모략이 판을 치는 곳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래서 옥황상제는 그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서둘러 후계 구도를 정하려 하였다 옥

황상제가 후계구도를 정하려 한다는 소문을 들은 형들은

막내 환백을 제거할 음모를 꾸미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 형들이 은밀하게 막내를 불러 꼬드겼다.

옥 황상제의 왕관은 그것을 물려받을 사람의 머리에 자동으로 맞춰진다며,

만약 맞으면 막내에게 양보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거절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환백은 형들의 제안을 수락하였다.

왕관이 맞지 않는다면 형들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맞는다면 형들의 말대로 그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환백은 아바마마가 잠이 든 틈을 타서 왕관을 써보았다.

그런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내심 실망도 하였지만,

그러면 그렇지 하고 막 왕관을 벗으려는 순간 한 무리의 신하들이 들이닥쳤다.

그 바람에 옥황상제도 놀라 깨었다.

형들의 계략 때문에 환백은 졸지에 역모로 몰리고 말았다

결국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을 겨우 물리치고

하늘나라에서 추방하여 지상으로 귀양을 보내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옥황상제의 막내아들 환백이 귀양을 온 곳이 거문도 근처였다.

지상의 거처에서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환백이

어느 날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다가 이상한 물건을 주웠다.

오색 빛 영롱한 것이 조개껍질 같은데 난생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다음날 오전, 그날 역시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던 환백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하늘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미인이었다.

그런데 긴 머리칼을 휘날리는 아리따운 아가씨의 발이 맨발이었다.

그녀가 한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어제 환백이 주운 것과 똑같았다.

신발이 인연이 되어 그렇게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알고 보니 아가씨는 남해바다 용왕의 딸 아리수였다.

어느 날 옥황상제는 자신의 막내가 용왕의 딸 아리수와 사랑에 빠졌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형들이 은연중에 그 사실을 흘렸던 것이다.

며칠을 고민하던 옥황상제는 막내 환백을 서둘러 귀양에서 풀어

하늘나라로 불러들이기로 결심하였다.

옥황상제는 신하 100명을 뽑아 환백을 승천시킬 사절단을 꾸렸다.

환백이 아리수와 함께 바닷가 바위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하늘이 황금빛으로 환해지더니 한 무리의 천신들이 그들을 향해 내려왔다.

그러나 아리수와 사랑에 빠진 왕자는 하늘나라로 돌아가는 것을 거절하였다.

형들의 시기와 질투, 신하들의 갈등과 반목 등이 너무도 눈에 선연하였기 때문이다.

막내 왕자를 설득하다 실패한 신하들은 돌아갈 시간이 다 되어

어쩔 수 없이 하늘나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거문도 주변 지상세계의 경관에 푹 빠져버린 신하들 가운데도

막내 왕자와 함께 지상에 남아 살고 싶어 하는 신하들이 생겼다.

지상세계를 내려다보던 옥황상제의 분노는 극에 달하였다.

돌아오라는 막내아들은 사랑에 빠져 돌아올 생각을 않고,

아들을 설득하여 데려오라던 신하들조차 돌아오네 마네 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마른 하늘에 벼락이 치더니 커다란 호통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들을 수 없는 천둥소리였다.

진노한 옥황상제의 마지막 명령이었다.

신하들 가운데 대부분이 서둘러 하늘로 올라갔다.

그 난리에도 왕자는 낚싯대를 던졌다. 착잡한 심정을 잊기 위해서였다.

낚싯대를 던지자마자 뭔가 묵직한 것이 걸렸다.

놀랍게도 왕자가 휘두른 낚싯대에 날아가던 매가 걸리고 말았다.


백도에서 가장 유명한 매바위

옥황상제는 진노하였다
그 순간 번쩍 천지를 가르는 빛이 나더니 모든 것이 바위로 변하고 말았다.
왕자가 낚았던 매는 지금의 '매바위'로 변하였고
왕자 역시 지금의 '서방바위'로 변하였다.

서방바위와 각시바위가 나란히 서 있다.

마지막 순간임을 깨달은 왕자가 아리수를 살리기 위해 그녀를 멀리 밀쳐냈다.
그러나 아리수 역시 불행하게도 옥황상제의 진노를 피할 수 없어
지금의 '각시바위'로 변하고 말았다.
그래서 옥황상제와 남해 용왕은 지금까지도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한다.





출처 : 설화 그 원석을 깨다

허석 / 한국설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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