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 넷째 주일 : 작품이 되고 있습니까?

w.j.lee 2024. 3. 11. 07:46

작품이 되고 있습니까?

 2024년 3월 10일 . 일

에베소서 2:1-10

1.  그는 허물과 죄로 죽었던 너희를 살리셨도다
2.  그 때에 너희는 그 가운데서 행하여 이 세상 풍조를 따르고 공중의 권세 잡은 자를 따랐으니 곧 지금 불순종의 아들들 가운데서 역사하는 영이라
3.  전에는 우리도 다 그 가운데서 우리 육체의 욕심을 따라 지내며 육체와 마음의 원하는 것을 하여 다른 이들과 같이 본질상 진노의 자녀이었더니
4.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을 인하여
5.  허물로 죽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고 (너희는 은혜로 구원을 받은 것이라)
6.  또 함께 일으키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하늘에 앉히시니
7.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자비하심으로써 그 은혜의 지극히 풍성함을 오는 여러 세대에 나타내려 하심이라
8.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9.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
10.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

 


신앙은 근원으로 돌아가는 여정입니다.

TS 엘리엇의 시가 이를 말 해줍니다.

 

우리는 모험을 멈춰서는 안된다네  

우리의 모든 탐험은

우리가 출발한 곳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그곳을 알게 될 때 끝나게 되리니

 

근원은 뿌리이자 처음 시작된 곳입니다. 

근원적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radical은 급진적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뿌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졌기에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가려는 행위 자체가 엄청난 변화로 여겨지게 된 것일까요?

 

믿음의 여정도 그 시작은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는 걸음인데, 어느새 다른 가치들이 끼어들어 방향을 잃는 경향이 꽤 있습니다. 

자주 첫 마음으로 돌아가 부지불식간에 끼어든 비신앙적인 것들을 덜어내야 합니다.

신앙은 내게 필요한 바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위해 나를 덜어내는 여정이지요.
바울 사도는 에베소 교우들에게 그리스도인이 어디서 출발한 존재인지를 상기시켜 줍니다.

그리스도인의 근본적 의미는 '죄에 죽은 사람' 이란 뜻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부름을 받기 전 그들은 세상 풍조에 따라 살던 사람, 공중권세에 잡힌 불순종의 자녀로 살았습니다.

사도의 서신에 등장하는 공중은 지상에서 달까지의 공간으로, 당시의 사람들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서 활동하는 신들로 이곳이 가득하다고 여겼습니다.

이곳을 차지한 신들은 인간의 필요와 욕구를 채워준다고 생각했기에 사람들은 필요한 신을 찾아 헤맸고, 신들에게 사로잡혀 살았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매체가 인간의 의식을 끊임없이 분산시키고 있습니다.

공중의 신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필요로 하는 지식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욕망하는 것을 당장 움켜쥘 수 있는 양 광고합니다.

유혹과 합한 욕망은 도무지 떨어질 줄 모르고 점점 더 강화되기 마련입니다.

사람이 욕망을 품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 사람을 휘두릅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이 제어할 수 없는 유혹과 합해진 욕망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죽었음을 경험한 사람입니다.

자신으로선 어쩔 수 없는 바를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죽게 하고, 수 안에서 새롭게 하셨음을 체험했습니다. 

이제 그는 그리스도와 깊은 관계로 살아가는 사람,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도전을 시작한 사람입니다. 

바울은 그리스도인,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이를 '하나님의 작품' 이라 합니다.

예수를 통해 새롭게 지어지기 시작했고 온전함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들어 가는 작품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뤄가는 작품이라면,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그리스도와의 연결됨 이 중요합니다.

머리 되신 그리스도의 지체로 긴밀히 연결되어야만 선한 삶을 창조하는 하나님의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창조의 첫 작품처럼 '보시기에 좋았다'고 말씀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작가가 자기 작품에 만족한다는 것은 그 작품에 자신을 온전히 쏟아붓고 마음과 영혼을 담았다는 의미겠지요.

마음과 혼을 담았으니, 자신의 분신과 같을 터, "너가 나로구나"하실 수도 있겠지요.

 

사순의 동행이란 그분의 뜻과 우리 몸의 동조(同)가 이루어지고, 거룩한 마음에 공명(共鳴)는 여정입니다. 

원활한 동조는 삶에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아름다운 결을 만들어 내고, 거룩에의 공명은 주님의 마음을 닮게 합니다.

우리는 작품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기도
주님, 

우리가 어떻게 이 믿음을 시작해서 여기에 이르렀는지 잊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예수님 안에서 지음받은 작품이라는 이 진실을 놓치지 않고 싶습니다.

주님과 더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채고 기도하게 하십시오.

제 마음에 주님의 마음과 공명 되는 시간을 자주 허락하셔서 주님을 우러르는 걸음이 되게 하십시오.

저를 붙잡으십시오, 주님.

아멘


출처 : 사순절 묵상여정- 곁에 머물며(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