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 23일 : 매듭짓기

w.j.lee 2024. 3. 11. 08:35

매듭짓기

  2024년 3월 11일. 월

 

시편 107:1-16

1.  그는 허물과 죄로 죽었던 너희를 살리셨도다

2.  그 때에 너희는 그 가운데서 행하여 이 세상 풍조를 따르고 공중의 권세 잡은 자를 따랐으니 곧 지금 불순종의 아들들 가운데서 역사하는 영이라

3.  전에는 우리도 다 그 가운데서 우리 육체의 욕심을 따라 지내며 육체와 마음의 원하는 것을 하여 다른 이들과 같이 본질상 진노의 자녀이었더니

4.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을 인하여

5.  허물로 죽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고 (너희는 은혜로 구원을 받은 것이라)

6.  또 함께 일으키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하늘에 앉히시니

7.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자비하심으로써 그 은혜의 지극히 풍성함을 오는 여러 세대에 나타내려 하심이라

8.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9.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

10.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

11.  ○그러므로 생각하라 너희는 그 때에 육체로는 이방인이요 손으로 육체에 행한 할례를 받은 무리라 칭하는 자들로부터 할례를 받지 않은 무리라 칭함을 받는 자들이라

12.  그 때에 너희는 그리스도 밖에 있었고 이스라엘 나라 밖의 사람이라 약속의 언약들에 대하여는 외인이요 세상에서 소망이 없고 하나님도 없는 자이더니

13.  이제는 전에 멀리 있던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그리스도의 피로 가까워졌느니라

14.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15.  법조문으로 된 계명의 율법을 폐하셨으니 이는 이 둘로 자기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시고

16.  또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 원수 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

 

 


연세 많은 분이 지나온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늘 '내 인생을 풀어 소설로 쓰면 트럭 한 대 분량은 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삶이란 끊이지 않고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임에 틀림없으며, 사람마다 다 자기만의 이야기-서사(서술할 敍, 일事)가 있습니다.

비록 전쟁이나 기근처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시기는 아니더라도 혼자 져야 할 삶의 무게가 있고,

어떤 형태로든 그 시간의 다리를 건너 오늘에 이르렀을 터이니 말입니다.

경중(輕重)을 비교하며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삶의 여정과 서사를 돌아보며 때때마다 어떻게 매듭을 지었는가 살피는 것입니다.

삶에는 대나무의 마디처럼 매듭이 있고, 매듭에는 분명한 흔적과 기억이 있기 때문이지요.

 

시편 107편은 시인이 자신의 생과 이스라엘의 역사를 돌아보며 그안에 새겨진 흔적을 고백하는 노래입니다. 

머물 곳을 찾지 못해 유랑하는 인생으로 광야를 지나기도 했고(4-9), 

허물로 자유를 잃고, 죄에 갇힌 인생이기도 했고(10-16), 

육신의 질고로 죽음의 문턱에 이르기도 했고(17-22),

생계를 위해 먼바다까지 나갔으나 풍랑으로 인해 희망이 없이지기도(23-32) 했습니다.

때로는 자기 잘못으로 고통에 몰렸고, 때로는 영문도 모른 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했습니다.

인생을 축 약해 놓은 듯합니다.

 

자신의 삶이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던 적도 있습니다. 

한 물결이 잠잠하기도 전에 또 다른 물결이 일어나 정수리까지 덮쳐오는거지요(一波未平而一波又起兮 傷夫洪濤之頂  시 42:7).

그러나 믿는 이에게 삶은 한없는 넋두리가 아닙니다.

끊이지 않고 덮쳐오는 삶의 무게들로 인해 근심과 고통으로 마지막까지 내몰렸지만 바로 그 순간 주님께서 삶에 개입하셨다는 것입니다.

내 삶에 개입하신 주님의 인자하심과 베푸신 기적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는 거지요.

삶의 굴곡마다 하나님께서 맺어준 '은총의 매듭'이 선연한데 어찌 넋두 리로 치부하겠습니까?

 

인생은 이 시편처럼, 여러 단막극으로 이어진 장편 드라마입니다. 

세 상 풍파에 휩쓸리다 하나님 은총의 항구에 정박합니다. 

어둠을 헤매다 하나님 은혜의 빛으로 돌아와 매듭을 짓습니다.

헨리 나웬은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을 묵상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시작에서 끝까지 우리는 그분 품에 있는 것이며 다만 들락날락거릴 뿐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끊임없이 들락거리는 아들딸로서 생명을 주시는 분께 사랑을 받고 있지요.

자신이 걷고 있는 여정을 면밀히 관찰할수록 매일, 아니 매시간 떠나고 돌아오길 되풀이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됩니다.

생각은 시시때때로 곁길로 새어 나가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마음은 애정을 찾아 떠났다가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옵니다.

몸은 욕망을 좇아 뛰쳐나가지만 머지않아 길을 되짚어 돌아옵니다.

떠나고 돌아오는 건 삶의 단막극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연속극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믿음은 삶의 마디마다 새겨진 하나님의 손길을 기억하는 예술이기도 합니다.

폭풍우에서 안전한 항구로, 광야에서 집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마디마다 매듭지은 그 솜씨를 기억하며 찬양하는 예술입니다.

하나님께서 일으킨 그 역전과 역설을 기억하며 찬양하면 할수록 생생한 삶으로 채워질 수 있지요.

우리도 이 믿음의 여정에서 이미 여러편의 단막극을 매듭지었습니다.

매듭에 새겨진 흔적을 어루만지며 그분이 개입하신 손길을 기억하십시오.

 

 

기도

제 삶의 마디마다 주님이 개입해서 역전시켰던 흔적을 발견하고 감사하며 찬양하길 원합니다. 

이 삶이 아버지 하나님을 향한 신뢰로 들락날락하는 가운데 은혜만이 점점 더 생생해질 수 있도록 저를 일깨워 주십시오.

제가 주님 품 안에서 출발하였다는 것, 끝내 당신께로 돌아가는 여정임을 잊지 않게 하십시오.

아멘


출처 : 사순절 묵상여정- 곁에 머물며(송대선, 지강유철 지음)

 

 

一波未平,一波又起 (일파미평, 일파우기) : 문제나 일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다.

傷夫洪濤之頂(상부홍도지정) : 나무꾼은 홍수를 두려워 하다

(濤 : 큰물결 도, 頂 : 정수리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