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벳 (누가복음 1:39-45 )
주께서 하신 말씀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고 믿은 그 여자에게 복이 있도다
(눅 1:45)
천사의 예고에 "예 저는 여종에 지나지 않습니다. 말씀대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라고 대답한 후 마리아는 홀로 남았습니 다.
그리고 곧 '예'는 두려움으로 바뀝니다.
말씀 앞에서 "예" 했 지만, 그 순종으로 인하여 일어날 일들의 무게는 가히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할 수도, 사정을 털어놓기도 어렵습니다.
이해를 구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때로 하나님의 일에 참여한다는 것은 고스란히 홀로 짊어져야 하는 짐 이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천사는 친척 엘리사벳의 소식을 들려주었습니다.
마리아로서는 자신의 속사정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녀를 만나면 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마리아는 서둘러 엘리사벳을 찾아갑니다.
- 엘리사벳의 환대
복음서는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은 순간 태중의 아기가 기뻐 뛰놀았다고 기록합니다.
기쁨과 함께 성령으로 충만함을 입은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환대하며 축복합니다.
'그대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은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복된 일이에요. 그러니 조금도 두려워할 것들이 아니에요'
'주님의 어머니께서 이렇게 찾아오시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요?'
엘 리사벳은 마리아의 방문을 통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하나님의 뜻 안에 있으며 마리아 또한 하나님의 손길 안에 있음을 확신합니다.
그녀는 마리아의 방문 덕에 얻은 확신을 나눕니다.
환대는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베풀고 누군가는 대접받는, 서로 다른 역할에 놓이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이 되고, 영혼에 가장 필요한 말씀과 위로로 함께하는 것입니다.
엘리사벳의 마음의 짐(눅1:24, 25)은 마리아의 문안, 평범하게 주고받는 인사말(눅1:40)에 가벼워졌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을 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될 때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 신다는 평안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깊은 하나님의 뜻으로 이끌립니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 함께하는 이에게도 느껴지기에 판단과 정죄 없이 따듯하게 위로
하고 권면합니다.
세상의 시선과 판단에 마음을 쓰지도, 흔들리지도 않게 됩니다.
환대는 서로를 하나님께로 인도합니다.
- 공감이 낳는 역사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만나기 전까지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남편 사가랴가 제사장의 직무를 행한 후 말을 못 하게 됐고 늘그막에 임신을 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있으리라 짐작만 할 뿐 모든 것이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임신한 다섯 달 동안 숨어지내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마리아의 방문을 받는 순간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임을 확신하게 되었고, 그녀의 가슴앓이는 두려움에 쌓인 마리아에게 들려줄 수 있는 위로로 바뀌었습니다.
때로 우리가 홀로 겪은 두려움과 힘겨움은 찾아온 이를 따듯하게 맞을 수 있는 환대의 소중한 요소가 되고 사랑을 낳는 공감이 됩니다.
아픔은 믿음 안에서 고통받는 이웃을 감싸 는 위로를 낳고 서로를 온전케 합니다.
엘리사벳의 환대는 두려움에 떨던 마리아에게 믿음의 눈을 열어줍니다.
한미한 시골 출신의 여인이 하나님의 위대한 구원 사역의 도구가 된다는 확신은 마그니피캇, 하나님의 구원 섭리를 노래하게 합니다.
엘리사벳의 격려가 마리아를 우주적인 구원의 눈매를 지닌 여인으로 승화시켰습니다.
한 사람의 환대가 놀라운 역사를 낳았습니다.
시인 정현종의 노래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 한 일'입니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오는 것이며 그의 일생이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환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오심은 하나님께서 베푸는 환대이며, 우리 또한 서로에게 환대의 선물이 되라는 부탁입니다.
기도
주님,
기껏 말을 하고도 허망합니다.
하루를 돌이키면 꺼내지 않아도 될 말들의 홍수에 휩쓸려 저를 잃곤 합니다.
우리의 만남과 말이 당신 안에 있게 하십시오.
엘리사벳의 환대를 통해, 마리아의 인사말을 통해 하나님의 손길이 임하였듯 우리의 만남과 말 또한 주님의 사랑에서 나올 수 있게 하십시오.
위로가 갈급한 시대에 환대의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십시오.
아멘
출처 : 대림묵상집 - 보일示 모실侍(송대선, 지강유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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