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누가복음 1:26~38))
마리아가 이르되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하매 천사가 떠나가니라
(눅 1:38)
하나님께서 사람이 되셔서 사랑과 구원의 길을 시작하실 때 홀로 행하지 않고 함께 할 이를 찾으셨습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은 하나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다니시고 그들의 "예" 를 얻어 마련된 여정입니다.
"예"라고 응답한 이들은 최선을 다해 아기 예수님을 맞았고 가장 연약한 모습으로 소박하게 임하는 거룩한 첫 성탄을 준비했습니다.
그 첫 번째 사람 마리아입니 다.
- 하나님의 뜻
결혼을 앞둔 마리아였으니 꿈에 부풀고 행복한 미래를 기대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를 찾아온 천사는 마리아의 기대와는 아주 먼, 상상하기에도 버거운 하나님의 계획과 꿈을 들려줍니다.
마리아는 당황스럽습니다.
가정을 꾸리려는 소박한 여인의 꿈과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에는 건널 수 없는 간격이 있습니다.
이 간격은 그녀 자신의 성실함이나 노력으로 메 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 손에 잡혀 알 수 없는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며 두려운 일입니다.
마리아는 이 건널 수 없는 간격 앞에서 천사의 말을 곰곰이 사유합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말씀은 그분의 돌보심과 사랑 안에 있다는 은혜의 말씀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당신의 뜻을 이루려 내 삶을 주장하고 이끌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은 자주 내가 세운 계획과 다릅니다.
그분은 나에게 양보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믿는다고 하지만 때로는 시편 시인처럼 하나님에게서 벗어나 도망하려(시139편) 합니다.
더 두려운 것은 처녀의 몸으로 잉태한다는 것입니다.
결혼 하지 않았으니 잉태는 불가하다는 마리아의 말에도 하나님은 할수 있다 하십니다.
부정한 여인으로 수치를 고스란히 겪어야 하고 누구의 이해도 받을 수 없는 처지에서 태중의 생명과 함께해야 합니다.
더 이상 그녀의 삶은 그녀의 것이 될 수 없고 앞날을 가늠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뜻에 사로잡힌다는 것은 나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는 순종은 '나의 나'가 아니라 '그분의 나'로 살겠다는 떨리는 고백입니다.
- 예 종이오니 말씀대로
하나님의 구원과 사랑이 우리가 능히 추측할 수 있는 방식과 익숙한 삶의 범주에서 이루어질 수는 없는 법입니다.
하나님은 자기 생각과 뜻을 깨트려 자기를 내어놓는 이의 순종을 받아 그 그릇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 당신이 쓸 수 있는 도구로 삼습니다.
그 과정이 녹록지 않으리라는 것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천사는 '두려워 말라'며 북돋습니다.
말씀 앞에서 마리아는 "예, 저는 주님의 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답합니다.
마리아의 '예'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아니오'입니다.
'종'이라는 고백은 자기 인생의 주권을 하 나님께 맡기는 것입니다.
'말씀대로 이루어지이다' 라고 고백할 때 인생은 말씀을 이루기까지 자기가 없어지는 여정을 거쳐야 합니다.
밀이 벗겨지고 으깨져 가루가 되고 반죽이 되어 구워져 하나님의 잔치에 오르는 빵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신을 온전히 내어드리는 이 기도는 후에 아들이신 분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드린 "예 아버지, 제 뜻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기도와 이어졌습니다.
한 여인의 '예'를 통해 이 땅에 하나님께서 임하실 장소가 마련되었습니다.
우리의 '예'는 하나님께서 거하실 장소입니다.
우리의 '예'는 하나님의 뜻이 시작되는 장소이며 주께서 펼치는 역사를 체험하는 출발지입니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시간은 높으신 하나님의 거룩하신 뜻과 "예, 저는 주님의 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 지이다."라고 말씀드린 한미한 시골 여인 마리아의 순종이 만나는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기도
하나님의 아들의 성탄을 위한 첫 순간을 묵상하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제가 세운 계획과 당신이 세운 계획의 간격이 보일 때 온전히 주님을 의지하며 당신의 계획 안에 뛰어들 수 있는 믿음을 허락해 주십시오.
두려워 머뭇거리기보다는 저희의 "예"를 통해 역사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넉넉히 누리길 원합니다.
아멘
출처 : 대림묵상집 - 보일示 모실侍(송대선, 지강유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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