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곳(시편 130편)
여호와여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 사유하심이 주께 있음은 주를 경외하게 하심이니이다
(시편 30:1,4)
이 시편의 첫 구절 깊은 곳(de Profundis)'은 많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을 만난 곳입니다.
어거스틴은 그의 말년에 이 시편의 4절을 적어 날마다 읊조리며 위로를 얻었고 종교 개혁자 루터는 이 시편으로 찬송(363장)하였습니다.
존 웨슬리는 이 시편 찬송을 들으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을 그리스도께 이끈 자리는 '깊은 곳이었습니다.
- 깊은 곳과의 대면
주께 나아가는 여정은 일상의 더께를 걷어냅니다.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는 이 길은 주의 사랑의 손길'을 누리며, 일상의 번다한 일들을 내려놓아 영혼 더 깊은 곳으로 이끌어갑니다.
주님 을 향한 마음으로 고요해지면 일상에서는 좀처럼 마주하지 않던 어둠과 연약함이 머리를 듭니다.
눌러놓았던 상한 감정도 있고 감추어두었던 거짓된 모습도 있습니다.
나 자신도 감당하기 어려워 외면하던 기억들도 있습니다.
톨스토이는 이를 빛으로 나아가는 이는 빛이 가까워짐에 따라 자신의 더러운 것이 점점 더 잘 보입니다'라고 합니다.
그분께 가까이 갈수록 점점 더 드러나는 어둠이 믿는 이를 당혹하게 합니다.
주께 끌리는 마음과 외면하려는 두려움이 마주칩니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는 이 심연을 어찌할 수 없음을 절감합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주께 나아가는 중에, 더 사랑하려는 중에 이 깊은 곳을 대면한다는 것입니다.
주님을 향한 열망과 기도가 깊은 곳을 직면하게 하는 이 역설이 당혹스럽지만 그럼에도 빛인 주님을 청합니다.
가장 깊은 어둠의 자리에서 가장 높이 계신 주님을 우러릅니다.
- 사유의 주님을 기다리네!
깊이 감추어져 있던 어둠, 자신도 외면하고 싶은 허물이지만 믿음의 사람은 주께서 이 어둠을 보아주시길 청합니다.
주께서 죄악을 지켜보시면 누가 당신 앞에 서겠습니까
그렇다고 이어 둠을 감추고 주님 앞에 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믿음이란 어둠과 허물이 바로 나 자신임을 인정하는 것이고 주님 앞에서 이 어둠을 지니고는 살아갈 수 없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 믿음입니다.
주님 앞에서 탄식하는 것은 주께 용서하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아들이 아버지께 돌아가려는 것은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허물이 환히 드러나겠지만, 아버지께 용서하심이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러르며 용서를 기다릴 때 주께서 우리의 허물 앞에서 오래 기다리셨고, 내가 나의 어둠을 내어놓기를 나보다 더 기다리셨음을 깨닫습니다.
그분이 기다린 곳은 나의 어둠 앞에서입니다.
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용서는 우리가 빛인 주께 받아들여졌음을 알게 합니다.
용서받았으니 어찌 찬양하지 않겠습니까?
- 깊은 곳에서 건져진 이는 증언자가 되네
하나님의 용서란 그분이 우리의 심연, 깊은 곳에 내려오셨고, 나 자신으로는 어쩔 수 없는 그 자리를 빛으로 채워 어둠을 녹였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의 자리, 죄인의 자리에 온 것처럼 우리 어둠에 오셔서 그 어둠을 당신 것으로 삼고 빛으로 채우셨습니다.
주님을 향한 마음과 어둠으로 분리되었던 두 마음이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 발에 향유를 부은 여인(눅7:38)처럼 말입니다.
다들 수군거릴 때 여인의 깊은 어둠을 감싸신 주님은 '많이 용서받은 이는 많이 사랑한다'고 선언하십니다.
여인만이 감격할 수 있는 말씀입니다.
자신의 어둠과 깊은 곳을 외면하는 이는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용서받은 이는 온몸과 마음으로 주의 용서를 증언하기에 사랑으로 드러납니다.
우리의 깊은 곳은 어둡고 두려운 곳이지만 주님을 만난다면 그곳은 상흔이 남은 사랑의 장소가 됩니다.
믿는 이는 그 깊은 곳이 하나님이 찾아온 곳이며 오래 기다린 곳임을 깨닫지요.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그분이 계신 곳이었다는 스타인들-라스트의 고백이, '오복된 죄여(O Felix Culpa)'라고 노래하는 어거스틴의 고백이 끄덕여집니다.
기도
주님,
제가 은혜 가운데 이 믿음의 여정을 걷고 있습니다.
은혜로 주신 삶을 감사하 도 게 하시고 때로 제가 직면하는 어둠과 깊은 곳에서 주님을 바라보게 하십시오.
혹 그 어둠에 짓눌리더라도 주께서 저를 찾아오시고 이 어둠에서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십시오.
거기에서 용서로 품으시는 주님께 안기게 하십시오,
아멘
출처 : 대림묵상집 - 보일示 모실侍(송대선, 지강유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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