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대림 3주(월) 마중 6 : 깊은 곳

w.j.lee 2024. 12. 9. 12:55

깊은 곳(시편 130편)

 

여호와여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 사유하심이 주께 있음은 주를 경외하게 하심이니이다

(시편 30:1,4)


이 시편의 첫 구절 깊은 곳(de Profundis)'은 많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을 만난 곳입니다. 

어거스틴은 그의 말년에 이 시편의 4절을 적어 날마다 읊조리며 위로를 얻었고 종교 개혁자 루터는 이 시편으로 찬송(363장)하였습니다.

존 웨슬리는 이 시편 찬송을 들으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을 그리스도께 이끈 자리는 '깊은 곳이었습니다.

 

- 깊은 곳과의 대면
주께 나아가는 여정은 일상의 더께를 걷어냅니다.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는 이 길은 주의 사랑의 손길'을 누리며, 일상의 번다한 일들을 내려놓아 영혼 더 깊은 곳으로 이끌어갑니다.

주님 을 향한 마음으로 고요해지면 일상에서는 좀처럼 마주하지 않던 어둠과 연약함이 머리를 듭니다.

눌러놓았던 상한 감정도 있고 감추어두었던 거짓된 모습도 있습니다. 

나 자신도 감당하기 어려워 외면하던 기억들도 있습니다. 

톨스토이는 이를 빛으로 나아가는 이는 빛이 가까워짐에 따라 자신의 더러운 것이 점점 더 잘 보입니다'라고 합니다. 

그분께 가까이 갈수록 점점 더 드러나는 어둠이 믿는 이를 당혹하게 합니다.

주께 끌리는 마음과 외면하려는 두려움이 마주칩니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는 이 심연을 어찌할 수 없음을 절감합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주께 나아가는 중에, 더 사랑하려는 중에 이 깊은 곳을 대면한다는 것입니다.

주님을 향한 열망과 기도가 깊은 곳을 직면하게 하는 이 역설이 당혹스럽지만 그럼에도 빛인 주님을 청합니다.

가장 깊은 어둠의 자리에서 가장 높이 계신 주님을 우러릅니다.

 

- 사유의 주님을 기다리네!

깊이 감추어져 있던 어둠, 자신도 외면하고 싶은 허물이지만 믿음의 사람은 주께서 이 어둠을 보아주시길 청합니다. 

주께서 죄악을 지켜보시면 누가 당신 앞에 서겠습니까 

그렇다고 이어 둠을 감추고 주님 앞에 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믿음이란 어둠과 허물이 바로 나 자신임을 인정하는 것이고 주님 앞에서 이 어둠을 지니고는 살아갈 수 없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 믿음입니다.

 

님 앞에서 탄식하는 것은 주께 용서하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아들이 아버지께 돌아가려는 것은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허물이 환히 드러나겠지만, 아버지께 용서하심이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러르며 용서를 기다릴 때 주께서 우리의 허물 앞에서 오래 기다리셨고, 내가 나의 어둠을 내어놓기를 나보다 더 기다리셨음을 깨닫습니다.

그분이 기다린 곳은 나의 어둠 앞에서입니다.

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용서는 우리가 빛인 주께 받아들여졌음을 알게 합니다.

용서받았으니 어찌 찬양하지 않겠습니까?

 

- 깊은 곳에서 건져진 이는 증언자가 되네

하나님의 용서란 그분이 우리의 심연, 깊은 곳에 내려오셨고, 나 자신으로는 어쩔 수 없는 그 자리를 빛으로 채워 어둠을 녹였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의 자리, 죄인의 자리에 온 것처럼 우리 어둠에 오셔서 그 어둠을 당신 것으로 삼고 빛으로 채우셨습니다.

 

주님을 향한 마음과 어둠으로 분리되었던 두 마음이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 발에 향유를 부은 여인(눅7:38)처럼 말입니다. 

다들 수군거릴 때 여인의 깊은 어둠을 감싸신 주님은 '많이 용서받은 이는 많이 사랑한다'고 선언하십니다.

여인만이 감격할 수 있는 말씀입니다.

자신의 어둠과 깊은 곳을 외면하는 이는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용서받은 이는 온몸과 마음으로 주의 용서를 증언하기에 사랑으로 드러납니다.

 

우리의 깊은 곳은 어둡고 두려운 곳이지만 주님을 만난다면 그곳은 상흔이 남은 사랑의 장소가 됩니다.

믿는 이는 그 깊은 곳이 하나님이 찾아온 곳이며 오래 기다린 곳임을 깨닫지요.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그분이 계신 곳이었다는 스타인들-라스트의 고백이, '오복된 죄여(O Felix Culpa)'라고 노래하는 어거스틴의 고백이 끄덕여집니다.

 

 

기도

주님, 

제가 은혜 가운데 이 믿음의 여정을 걷고 있습니다. 

은혜로 주신 삶을 감사하 도 게 하시고 때로 제가 직면하는 어둠과 깊은 곳에서 주님을 바라보게 하십시오. 

혹 그 어둠에 짓눌리더라도 주께서 저를 찾아오시고 이 어둠에서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십시오. 

거기에서 용서로 품으시는 주님께 안기게 하십시오, 

아멘


출처 : 대림묵상집 - 보일示 모실侍(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