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대림 3주(화) 마중 7 : 하나 됨

w.j.lee 2024. 12. 10. 08:51

하나 됨 (시편 133편)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시 133:1)


시편 133편은 순례 여정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길 위에서 체험한 은혜와 깨달음들, 그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이 시편은 성전에 모인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분 안에서 하나로 연합된 감격과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작은 다 달랐습니다. 

서로 다른 처지와 형편에서 출발하여 성전에 이르렀습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던 이들이며 길 위의 체험도 다릅니다.

자기 발견의 깊이와 도우심의 모양도 달 랐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 모든 것을 넘어서 성전에서 하나 됩니다.

흩어진 갈래길들이 성전에 이르러 하나가 되듯 순례자는 하나님의 은총 안에서 연합됩니다.

그러니 서로 격려하며 기뻐합니다.

'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사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 흐르는 은총
이를 암시하듯 시편은 형제(ahim)로 시작하여 영생(haim) 으로 매듭을 지어 형제자매의 연합 안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영생이 있음을 일러줍니다.

시인은 이를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보배로운 기름이 머리에서 수염을 지나 옷깃까지 흘러내리고 헐 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에 내림 같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은총은 한 개인 개인에게 따로 주어지거나 서로를 단절되게 놓아두지 않습니다.

거룩한 성전에서 시작되어 서로를 통해 흐릅니다.

은총은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연합한 이들에게 흐르고 물들고 스며드는 사건입니다.

 

기름은 생명의 활력이자 치유와 기쁨입니다. 

더 나아가 거룩함을 덧입게하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그 능력은 어느 한 사람에게 머물지 않습니다.

이 짧은 노래에 '흐른다'는 단어가 세 번 반복됩니다.

하나님의 은총은 흘러야만 하고 멈추거나 고일 수 없습니다.

독차지하는 은총은 어불성설입니다.

은총은 흐르는 중에 모두를 하나되게 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머리, 어깨, 옷 깃 다 다르지만 은총은 그 모두에 흘러 차이를 넘어서게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풍성함을 느끼고 감격하면서 차별이나 분열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

그저 서로 고맙기만 하지요.

 

메마른 중동에서 헐몬의 이슬-연평균 1,300mm, 대한민국 연평균 강수량 1,280mm-은 매일을 새롭게 하는 힘이며 생명입니다.

일상의 무게는 자주 삶을 무력하고 메마르게 합니다.

물질적 가치로 모든 것을 환산하는 세상은 삶의 단면들을 날카롭게 하여 쉽게 상처를 주고받게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마음을 이슬처럼 적셔 부드럽게 합니다.

아침 이슬 같은 기도는 하루를 삐걱거리지 않게 합니다.

 

- 그리스도의 공동체로 살아가기
어거스틴은 이 시편이 수도원 탄생의 근거라고 하지만 어찌 그렇기만 할까요? 

이 시편은 하나님을 중심에 모시고 출발하는 공동체의 지향과 목적이 됩니다. 

믿음의 길은 혼자 걷고, 성전을 찾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닙니다. 

이 길은 홀로 걷는 것 같으나 어느새 하나님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가 창조되는 길이며 그분 안에서 연합한 이들이 서로를 하나님의 은혜로 물들이며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누리는 곳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 신비를 교회라 하였습니다.

머리인 그리스도 안에서 성도가 지체를 이룹니다.

지체는 서로를 돌보는 가운데 온전해집니다.

이는 교회론이 아니라 성도가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으로 누려야 할 생 생한 하나됨입니다.

마치 주님 앞에 말 더듬는 이를 데려온 친구들과 같습니다.

병자는 나음의 은총을 입었고 친구들은 아픈 친구가 낫는 기적을 보기도 하였거니와 예수님을 더 깊이 체험하는 은총을 누렸습니다.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지체는 흠이 없는 이들의 결합이 아닙니다. 

부족함을 지닌 채 하나님의 손길을 청하는 이도 있으며 그들을 위해 은혜의 통로가 되는 이도 있습니다.

공동체는 서로를 통해 하나님을 체험하는 곳입니다.

그러니 그리스도의 은혜를 입은 이는 자신이 '나를 둘러싼 모든 이들의 사랑의 합임 을 고백하게 됩니다.

우리는 서로를 통해 그리스도의 구원에 참여하는 중입니다.


기도

주님, 

제가 홀로 당신을 찾거나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한마음으로 주님을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하게 하십시오.

저들이 당신의 사랑을 제게 흐르게 하는 은총의 통로임을 명심하며 저 또한 사랑의 통로가 되게 하십시오.

오늘 하루를 지났을 때 제게 흐른 사랑을 감사하게 하시고

저도 주께 받은 사랑을 흐르게 하는 복을 누리게 하십시오.

아멘


출처 : 대림묵상집 - 보일示 모실侍(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