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대림절 2주(토) 마중 4 : 우리 편이 아니셨다면

w.j.lee 2024. 12. 6. 09:02

우리 편이 아니셨다면(시편 124편)

 

이스라엘은 이제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우리 편에 계시지 아니하셨더라면 우리가 어떻게 하였으랴

(시124:1)


흔히들 역사에 가정은 소용이 없다고 합니다.

이미 일어난 역사를 바꿀 수도 없거니와 설사 가정을 통해 추론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편 124편의 순례자는 '하나님께서 우리 편에 계시지 않았더라면'이라는 가정을 담아 이야기를 건네고 있습니다.

가정으로 말하는 것이 별 무소용인 데 순례자가 제안하는 가정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성서는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라' '순종하라'고 하는데 순례자는 다른 방식을 권하고 있습니다.

순례자의 가정은 깊은 묵상입니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는 중에 동행하며 베푸신 하나님의 손길을 다시금 생생히 그려내어 지금 여기가 얼마나 놀라운 선물인지를 깨닫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편이 아니었다면

하나님은 말씀하는 분이지만 동시에 순례자의 여정과 고백을 듣길 원하는 분입니다.

어떤 길을 걸어 여기에 이르렀고 갈림 길에서 어떤 마음으로 선택하였는지를 듣고 싶어 합니다.

아이 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손길이 되어준 아버지가 선택의 순간에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 과 같습니다.

하나님의 마음도 그와 같습니다.

그분은 우리 이야 기를 들으며 더 깊은 일치를 이루기 원하십니다.

 

순례자는 걸어온 길을 말씀드리는 중에 지금 여기가 당연한 결과가 아니라는 걸 깨닫습니다.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이룬 여정이 아니고, 자신의 선택과 성취의 결과도 아닙니다.

하나님의 힘과 섭리였습니다.

그가 선택하기 전에 격려하는 든든함이 있었고, 때로 주저앉았지만 일어나도록 용기를 부어주셨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손에 이끌려왔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그 여정을 돌아보니 하나님은 한순간도 그를 떠나지 않았고 동행하셨습니다.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음에도 그때마다 가까이 계셔서 편들어 주시고 감싸셨음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키셨음을 깨닫습니다.

그때는 그저 안도할 뿐이었는데 이제야 그 손길이 얼마나 세밀 한지 발견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편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그는 없습니다.
믿음의 여정에는 하나님께서 내 편이 아니셨던 적이 없고 오히려 내가 하나님 편을 떠났고, 때로는 나조차 내 편이 되기를 포기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판단하고 정죄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도록 밀어냈습니다. 어리석은 자신을 용납할 수 없어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나조차도 나를 포기 하던 때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내 편이셨습니다.

지금 여기는 내 편이 되어주신 은혜의 열매입니다.

하나님이 그의 편이 아니었다면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그가 된 것에 실오라기 하나 더한 것이 없습니다.

순례자의 고백은 그를 겸손하게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자신을 편들어 주신 하나님을 기억하며 넘어진 이, 연약한 이에게 긍휼한 마음을 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그리 대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역사에서 가정은 필요치 않지만 믿음의 여정에서 가정은 지난 시간에 우리 삶에 드리운 하나님의 은총에 눈을 뜨게 합니다.

지난 시간에 깊이 배인 주님의 사랑을 깨닫는 이는 한결같이 돌보실 하나님을 신뢰하게 되지요.

 

- 터져 나오는 신뢰

지금 여기가 하나님이 편들어 주셔서 이루어진 은총이기에 순례자는 벅찬 마음으로 찬양합니다. 

지금 여기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지금 여기야말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이며 순례자에게 내어준 은총의 지평이며 경이입니다.

오늘은 결코 어제의 단순 반복이 될 수 없습니다.

순례자는 이 감격의 정수가 무엇인지 외치게 됩니다.

주님! 당신의 이름이 저의 구원입니다.

하나님! 그 이름이 저의 생명입니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중에 우리도 고백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지 않으셨더라면'

'그분이 우리 곁에서 진리의 걸음을 보이지 않으셨더라면'

'십자가의 길을 걷지 않으셨 더라면'

이 가정을 품고 우리의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기도

주님, 오늘 하루 순례자의 가정으로 저를 돌아보길 원합니다. 

제 삶의 소중한 순간마다 저를 눈여겨보시고 은총을 베푸신 주님의 손길을 더 세밀히 느끼고 싶습니다.

지금 저의 모습이 '당신이 편들어 주신 열매요 선물'임을 고백하며 감사드립니다.

여전히 어리석고 부족하지만, 그것은 당신의 편 들어 주심에도 꺾지 않은 제 고집과 어리석음이니 용서하시고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당신 은총으로 새로이 눈뜨게 하십시오.

아멘


출처 : 대림묵상집 - 보일示 모실侍(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