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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수나무

w.j.lee 2025. 3. 25. 01:00

 

계수나무

 

동화 속에 나오는 계수나무는 우리에게 퍽이나 친근한 나무로 느껴진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그 이름을 들어온 익숙한 나무이지만 막상 계수나무를 직접 볼 기회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계수나무를 본 것은 손기정 선수의 모교인 양정고등학교에 방문했을 때 교정에 심어져 있던 나무를 보았던 것과, 경부 고속 도로 상행선 천안휴게소에 심겨져 있는 나무를 우연히 본 것이 전부이다.

천안휴계소의 계수나무

 

계수나무는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신성한 나무로 여기고 있고 특히 일본은 계수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장가계시市에 계수로桂樹路라 명명한 길을 두고, 가로수를 모두 계수나무로 심어 놓고는 역시 원산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중국의 계림桂林이 계수나무의 고향이라고 전해 지고 있다.

동화 속 달나라에 있다는 계수나무의 수고는 1,500m나 되어서 그 크기가 워낙 크다보니 여덟 그루 밖에 안 되어도 달을 꽉 채운다는 설화가 전해오는데 그래서 여덟 그루인 달나라의 계수나무를 팔계성림八桂成林'이라 부르고 그 중 두 글자를 딴 '계림'이 그곳의 지명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고대 중국의 오강이라는 선인이 달나라에 귀양 가서 첫 번째 도끼질을 할 때, 주렁주렁 열려 있던 계수나무 열매가 수도 없이 많이 떨어졌는데 그 때 그 열매가 떨어진 곳이 항주의 영은사라고 하는데 그래서 계수나무의 원조가 중국의 '항주'라는 이설도 있다.

항주시를 대표하는 나무가 계수나무인 것도 그러한 설화를 근거로 한 것이라 여겨진다.

이 설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달나라의 계수나무가 계속 자라나 결국 거대해진 나무가 달을 잠식해버렸다.

달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옥황상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강에게 한달에 한 번씩 계수나무를 찍어 내게 하였다. 

오강은 옥황상제가 베푼 천상의 파티에서 실수로 술을 엎질러 달나라로 귀양을 간 자였다. 

그가 나무를 다 찍어내면 보름달이 되는 것이고, 다시 나무가 자라나게 되면 그믐달이 되어 작아 지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桂子月中落 계자월중락 : 계수나무 열매가 달 가운데서 떨어지니
天香雲外飄 천향운외표 : 그윽한 향기가 구름 밖에 나부끼네

당나라 시인이 쓴 '영은사'란 시도 있지만 계수나무의 고향이 일본인지, 계림인지, 장가계인지, 항주 인지는 과연 누가 알 수 있을까 싶다.

 

가장 오래 된 계수나무는 중국 '산시성' 근교의 성수사에 있는 것으로 수 령 2200년이나 되었다고 전해진다.

계수나무 는 금색, 은색, '단丹'색의 꽃이 핀다.

중국의 계림에선 금색의 꽃에 극상의 백포도주를 넣어 1 년간 숙성시킨 계화주를 삼화주三花酒라 하여 팔고 있다.

일본에도 '계수관'이라는 정종이 있어 일본 여행 때 한통씩 들고 들어오지만 막상 먹으려면 별로 당기는 맛은 아닌 것 같다.

정작 '계화주'는 달나라에 있는 오강이 계수나무 꽃으로 빚은 것이어야 진정한 '선주仙酒'라 할 수 있을 테고 그러니 마셔 본 사람은 없는 상상의 술이라 할 수 있겠다.

당나라 시인 이태백은 배 위에서 술에 취한 채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고 물속에 뛰어 들었다가 죽는다.

술을 좋아하는 태백이었기에 아무도 마셔보지 못한 달나라의 '계화주'를 한번 마셔보고 싶어 그랬던 것일까?

 

중국 계림의 계수나무 가로수


출처 : 잡설산책 (김연태 지음, 글샘 펴냄)

 

영은사 [靈隱寺]

鷲嶺鬱岧嶢 취령울초요  龍宮鎖寂寥 용궁쇄적료

樓觀滄海日 누관창해일  門對浙江潮 문대절강조
桂子月中落 계자월중락  
天香雲外飄 천향운외표

捫蘿登塔遠 문라등탑원  刳木取泉遙 고목취천요
霜薄花更發 상박화갱발  
氷輕葉互凋 빙경엽호조

夙齡尙遐異 숙령상하이  披對滌煩囂 피대척번효
待入天台路 대입천태로  
看我渡石橋. 간아도석교

영취산 같은 비래봉 봉우리 울창하게 높이 솟았고, 용궁 같은 절간 적료하게 잠겼구나.
누각에서는 바다의 솟는 해가 보이고, 절문을 나서면 절강의 조수 우뢰 같네.
달 속의 계수나무 열매 떨어져, 그 그윽한 향기 구름 밖까지 감도는데,
담쟁이 덩굴 그러잡아 멀리 있는 탑까지 오를 수 있고, 홈통을 통해 저 먼 샘물을 받는구나.
겨울에는 서리가 얕아 꽃은 바뀌며 잇달아 피고, 얼음도 두껍지 않아 잎이 서로 달리 시드네.
젊은 나이에 불교를 숭상하여, 가슴을 열어 번거롭고 시끄러운 세상 일 모두 씻어내네.
멀지 않아 신선 사는 천태산 길에 들르니, 그 생사를 초월한 돌다리를 건너는 나를 보게 되리.

항주 영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