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한국의 說話

개안설화(開眼說話)

w.j.lee 2017. 6. 9. 21:43


개안설화(開眼說話)


앞을 볼 수 없던 사람이 어떤 일을 계기로 눈을 떴다는 내용의 설화. 이 설화에는 효녀자기희생형(孝女自己犧牲型), 산삼동자형(山蔘童子型), 쫓겨난 여인 발복형(發福型), 지렁이 고기를 먹고 눈 뜬 시어머니형 등 네 가지 유형이 있다. 
              

효녀자기희생형 개안설화는, 가난한 효녀가 많은 공양미를 부처님에게 바치고 축원하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중국 뱃사람에게 자기 몸을 팔아 공양미를 바쳤더니, 뒤에 효녀는 중국 황제의 황후가 되고, 아버지는 눈을 떴다는 내용이다.


이 설화는 자기 몸을 팔아 공양미를 바치고 소원을 비는 효녀의 효성에 감동한 부처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심청전〉과도 관련된다. 이 설화에는 효성과 함께 불력의 신비성이 강조되어 있는데, 불력에 의한 개안은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천수대비가 千手大悲歌〉와 관련된 설화에도 나타난다. 
  

산삼동자형 개안설화는, 중병에 걸린 아버지의 병을 낳게 하기 위하여 자신의 아들을 삶아 아버지에게 드린 한 효자가 눈이 어두워져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을 때. 죽은 아들이 돌아와 인사하자 반가움에 눈을 떴는데, 알고 보니 먼저 삶은 것은 아들이 아니라 산삼이었다는 내용이다.


이 설화는 산삼동자형 효행설화와 결합되어 있는데, 개안이 효행에 따른 이적으로 처리되었다. 쫓겨난 여인 발복형 개안설화는, 누구의 덕에 먹고사느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자기 덕에 산다고 대답한 딸이 쫓겨나 고생하다가, 부자가 된 뒤에 맹인 잔치를 열어 맹인이 되어 걸식하는 아버지를 만나 눈을 씻겨 드리니 그 아버지가 눈을 떴다는 내용이다.  
  

이 설화는 쫓겨난 여인 발복형 설화의 유형에 개안 단락이 첨가된 것이다.지렁이 고기를 먹고 눈 뜬 시어머니형 개안설화는, 가난한 며느리가 남편 출타 중 장님인 시어머니에게 드릴 것이 없어 지렁이를 잡아 조리해 드렸는데, 아들이 오자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봉양을 잘한 며느리를 칭찬하며 며느리가 해 준 고기를 보였더니, 아들이 그것은 지렁이라고 소리치자 장님 어머니가 그 말에 놀라서 눈을 떴다는 내용이다. 
              

지렁이를 먹고 눈을 뜬 것은 지렁이가 약용으로 쓰이는 동물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렁이가 ‘달동물(lunar­animal)’로 생생력(生生力)을 가진 것으로 상징되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어머니를 잘 봉양하라고 준 돈은 다 써버리고, 눈먼 시어머니에게 지렁이를 잡아 드린 며느리가 벼락을 맞아 두더지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며느리가 눈먼 시어머니에게 드린 것은 똑같은 지렁이이지만, 그것이 효심의 발로인가 아닌가에 따라 그 결말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이처럼 개안설화는 그 밑바탕에 효가 뒷받침되어 있어, 효행에 따른 이적으로 개안이 일어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어 있으며, 개안은 생사를 모르거나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자식을 만남에 따른 인간적 경이나, 징그러운 지렁이를 자기가 먹었다는 놀라움이 계기가 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심청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 개안설화는 밝음과 어둠처럼 극한적인 상황일지라도, 그것이 변하지 않고 항구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아니고 서로 교체되어 순환될 수 있다고 믿는 민간의 순환사고(循環思考)를 바탕으로 하여 형상화된 것이다.

≪참고문헌≫ 韓國民間傳說集(崔常壽, 通文館, 1958), 關北地方巫歌(任晳宰·張籌根, 文化財管理局, 1965), 韓國의 民譚(任東權, 瑞文堂, 1972), 全北民譚(崔來沃, 螢雪出版社, 1979), 沈淸傳硏究(崔雲植, 集文堂, 1982), 韓國口碑文學大系(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1988).(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