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침묵
2023년 4월 8일 성토요일
마태복음 27:57-66
(마 27:57) ○저물었을 때에 아리마대의 부자 요셉이라 하는 사람이 왔으니 그도 예수의 제자라
(마 27:58)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달라 하니 이에 빌라도가 내주라 명령하거늘
(마 27:59) 요셉이 시체를 가져다가 깨끗한 세마포로 싸서
(마 27:60) 바위 속에 판 자기 새 무덤에 넣어 두고 큰 돌을 굴려 무덤 문에 놓고 가니
(마 27:61) 거기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향하여 앉았더라
(마 27:62) ○그 이튿날은 준비일 다음 날이라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함께 빌라도에게 모여 이르되
(마 27:63) 주여 저 속이던 자가 살아 있을 때에 말하되 내가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나리라 한 것을 우리가 기억하노니
(마 27:64) 그러므로 명령하여 그 무덤을 사흘까지 굳게 지키게 하소서 그의 제자들이 와서 시체를 도둑질하여 가고 백성에게 말하되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다 하면 후의 속임이 전보다 더 클까 하나이다 하니
(마 27:65) 빌라도가 이르되 너희에게 경비병이 있으니 가서 힘대로 굳게 지키라 하거늘
(마 27:66) 그들이 경비병과 함께 가서 돌을 인봉하고 무덤을 굳게 지키니라
요절
그들이 경비병과 함께 가서 돌을 인봉하고 무덤을 굳게 지키니라 (마27:66)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고 난 뒤 날이 저물었습니다.
주님을 존경하던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빌라도에게 청하여 예수님의 시신을 인도받아 무덤에 안치합니다.
그는 정성스럽게 장례의 절차를 치렀고 여인들은 깊은 슬픔 가운데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손에 잡힐 것처럼 생생하게 일러주고
그 은총을 체험케 하던 주님이었기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겠지요.
슬픔을 가눌길 없 고 주님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은 마음을 다해 그분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얼른 이 모든 소란이 정리되길 바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총독을 찾아가 혹시라도 시신 도난이 일어날까 방비책을 마련합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을 떠들썩하게 하고 위기를 일으킬 뻔 한
모든 흔적을 한시라도 빨리 지우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합니 다.
그러니 안식일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책 마련에 바쁩니다.
하나님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아무 문제없이 모든 것이 처리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총독을 설득하여 경비병을 얻어내어 혹여라도 발생 할 수 있는 시신탈취까지 봉쇄하고서야 마음이 놓입니다.
그렇게 애쓴 결과 돌로 봉인된 무덤 앞에는 로마제국의 경비병들이 지켜 섰습니다.
이제야 숨가쁜 일들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성서는 주님의 장례 후 오롯이 침묵하고 있습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철저히 침묵하고 계심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아버지의 뜻에 합하여 순종하며 걸어온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산에서의 변모와 수난의 거듭된 예고와 함께 시작된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
예루살렘 입성과 환호, 성전에서의 가르침과 종교 지도자들의 질시와 음모,
겟세마네의 기도와 배신 그리고 흩어진 제자들,
홀로 걸으며 받으신 모욕과 십자가의 죽음까지
예수님의 걸음과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하나 되어 이루어졌지만 하나님은 침묵 가운데 계십니다.
당신의 뜻이 이 루어졌다는 성취의 정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은 무덤에서 고요히 잠들어 계시고 주님을 사랑하던 이들은 슬픔에 젖어있습니다.
마치 조각상 피에타처럼 침묵은 슬픔 속에서 영원히 계속될 것 같습니 다.
하나님은 신적 위엄과 권능, 영광의 현현이 아니라
아드님의 연약함과 수난 그리고 죽음으로 당신의 뜻을 이루고 계십니다.
하늘의 거 룩한 뜻은 허물과 죄로 가득한 땅에서 희생과 헌신,
자신을 내어놓는 사랑이 아니고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늘의 뜻은 이 땅에서 거절당하기 일쑤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끝내 포기하지 않고 당신의 아드님과 합력하여 구원의 역사를 이루고 계십니다.
이제 믿는 우리가 침묵을 통해 새겨야 할 몫이 있습니다.
이 땅, 하 나님의 뜻을 거절하는 땅에서 주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가 되길 더 간절히 빌어야겠습니다.
이것이 아버지의 뜻을 온전히 이루고
무덤에 계신 분을 그리스도요 주님이라 고백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길이며 십자가의 여정에 동참한 성도의 길입니다.
이 하루를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침묵, 그리고 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침묵과 함께 하십시오.
기도
침묵 가운데 계신 아버지 하나님,
저희의 죄로 인하여 무덤에 누우신 주님을 기 억합니다.
그러나 이 침묵과 슬픔 가운데서도 여지없이 주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 어진 줄 믿습니다.
저희도 침묵 가운데 주님과 머물며 당신의 뜻을 이루는 도구 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아멘
출처 : 동행하는 길(송대선, 지강유철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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