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고한 날의 은혜
2024년 2월 22일 · 목
시편 22:23-31
23. 여호와를 두려워하는 너희여 그를 찬송할지어다 야곱의 모든 자손이여 그에게 영광을 돌릴지어다 너희 이스라엘 모든 자손이여 그를 경외할지어다
24. 그는 곤고한 자의 곤고를 멸시하거나 싫어하지 아니하시며 그의 얼굴을 그에게서 숨기지 아니하시고 그가 울부짖을 때에 들으셨도다
25. 큰 회중 가운데에서 나의 찬송은 주께로부터 온 것이니 주를 경외하는 자 앞에서 나의 서원을 갚으리이다
26. 겸손한 자는 먹고 배부를 것이며 여호와를 찾는 자는 그를 찬송할 것이라 너희 마음은 영원히 살지어다
27. 땅의 모든 끝이 여호와를 기억하고 돌아오며 모든 나라의 모든 족속이 주의 앞에 예배하리니
28. 나라는 여호와의 것이요 여호와는 모든 나라의 주재심이로다
29. 세상의 모든 풍성한 자가 먹고 경배할 것이요 진토 속으로 내려가는 자 곧 자기 영혼을 살리지 못할 자도 다 그 앞에 절하리로다
30. 후손이 그를 섬길 것이요 대대에 주를 전할 것이며
31. 와서 그의 공의를 태어날 백성에게 전함이여 주께서 이를 행하셨다 할 것이로다
시편 22편의 전반부는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겪은 고난을 상징할 만큼 절망적이고 고통이 가득합니다.
처절한 신음으로 가득하고 본문 속 주인공의 곁엔 원수뿐입니다.
조롱거리였고 사람들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외면했습니다.
아무도 그의 곁에 없었고, 할 수 있는 것이라 곧 하나님께 몸부림치는 것뿐이었습니다.
경각의 위기에서 그는 하나님 의 손길에 의해 건져졌고 시인의 입술은 찬양으로 가득합니다.
시인이 만난 하나님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텅 빈 들판 같은 인생 의 위기, 다들 꺼리며 외면하는 시인의 신음에 귀 기울이고 찾아온 유일한 분입니다.
'곤고한 자의 곤고를 싫어하지 않는 하나님', 시인이 만난 하나님입니다.
다들 피하는 자리, 끝이라고 여긴 그 자리에 찾아온 하나님입니다.
믿음의 여정이란 하나님께서 어떤 분인지 영혼에 새기는 과정입니다.
구원은 어둠의 구렁에서 건져지는 더없는 감격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아가는 깊은 통찰이기도 합니다.
그분이 어떤 분인지 알았으니 살아가야 할 길도 드러납니다.
하나님께서 건져주심으로 말미암아 삶에 분명한 이유가 생기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는 이유가 선명해지는 거지요. 삶을 이끌어가는 하나 님의 명(命)이 있고, 명(命)이 삶의 이정표가 됩니다.
자기 삶에 이유가 있 는 이는 흔들림이 없습니다.
행복하지요. 부족함이 없으니 두리번거리 지 않습니다.
마음에 확신이 생긴 시인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습니다.
구원의 감격을 찬송하되 혼자만 기쁨을 간직하지 않고 이웃과 나눕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간증하며 자신이 하나님께 드린 약속을 지키고자 애 씁니다.
고난 가운데 품었던 서원을 갚으며 그분과 한층 깊은 관계로 나아갑니다.
더 나아가 시인은 자기 영혼의 풍족함만을 즐기는 것이 아 니라 가난한 이(겸손한 이)를 먹이며, 연약한 이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며, 하나님의 손과 발이 되고자 합니다.
곤고한 자의 곤고를 싫어하지 않는 하나님을 만났으니 그 또한 이웃의 곤고에 마음을 기울이고 다가 갑니다.
하나님을 안다는 것은 자신이 되어야 할 인생, 하나님이 그에게 원 하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알아채는 것입니다.
깨닫게 됐으니 순종할 수밖에요.
서원도 기꺼이 갚고자 합니다.
절박한 두려움 때문에 '주님 이렇게 해주시면 제가 이렇게 하겠습니다', 거래처럼 출발한 서원일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서원은 하나님과 깊은 관계로 나아가는 통로가 됩니다.
생각과 입술과 마음을 온전히 드리는 헌신이 된 거지요.
두려움에 빠져 거래하려 했던 어리석은 자신조차 넉넉하게 수용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만나 그분의 구원을 체험하는 것은 믿음의 확장을 가져옵니다.
시인은 하나님께서 이 땅의 주재이며 역사의 섭리자일 뿐 아니라 죽음까지도 다스린다고 고백합니다.
죽음도 하나님의 영역이라는 이 고백은 죽음이 끝이라고 여겼던 구약 신앙의 역사에 거대한 균열을 냈습니다.
믿음의 여정은 우리를 이전 사람으로 남겨두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구원은 우리를 날마다 새로운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갑니다.
우리는 그 여정의 어디쯤 있습니다.
기도
주님,
제 삶의 곤고한 날에 찾아오셔서 저를 어루만져 주셨음을 기억하길 원합니다.
그 감격으로 인해 드렸던 기도와 서원을 되새기며 제 영혼이 지금 어떤 형편인지 돌아 보게 하십시오.
그때 찾았던 삶의 이유를 회복하며 십자가를 향해 걸으시며 스스로 곤고한 이가 되신 주님을 붙잡게 하십시오.
도우소서. 아멘!!
출처 : 사순절 묵상여정- 곁에 머물며(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