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 10일 : 어디에 속하였습니까

w.j.lee 2024. 2. 14. 11:42

어디에 속하였습니까

2024년 2월 24일 · 토

마가복음 8:27-30

27.  ○예수와 제자들이 빌립보 가이사랴 여러 마을로 나가실새 길에서 제자들에게 물어 이르시되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28.  제자들이 여짜와 이르되 세례 요한이라 하고 더러는 엘리야, 더러는 선지자 중의 하나라 하나이다
29.  또 물으시되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는 그리스도시니이다 하매
30.  이에 자기의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경고하시고

가이사랴 빌립보는 헤롯의 아들 빌립이 건설한 도시입니다. 

헤롯 이 죽은 후 빌립은 분봉왕으로 임명됩니다. 

빌립은 감사의 표시로 로마식의 도시를 건설해 황제 가이사와 자신의 이름을 넣어 명명하고 황제에게 헌정했습니다.

황제를 위한 신전, 제우스 신전은 물론이고 지역 사내들이 섬기는 반인반수의 목축의 신 판의 석상도 세웠습니다.

황제의 이름이 새겨진 도시, 다양한 신을 섬기는 도시, 이 도시를 지나며 예수께서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묻습니다.

황제의 은덕을 기리고 판 신을 섬기는 도시에서 던져진 질문은 너희는 누구의 다스림을 받고 있는지, 누구에게 속하였는지를 고백하라는 도전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주님은 함께하는 제자에게 자애로운 선생님이었습니다. 

차근차근 일러주었고 동행하였습니다.

제자들은 돌봄이 필요한 '어린아이'같았고, 바리새인에게 공박을 받을 땐 감싸 주어야 했습니다.

 

'너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라고 묻는 예수님의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다릅니다.

죽음의 길로 향하는 시점에서 제자들과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세례 요한이니 엘리야니 선지자 의 한 사람이니 하는 입소문 말고,

제자들 자신의 고백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소문에 근거한 말은 힘이 없습니다.

권세 있는 말씀 이나 치유의 능력 때문에 따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까지, 예수의 죽음의 길까지 함께하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고백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너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는 이 물음은 '누구에게 속하였느냐?'는 것인 동시에 더욱 깊은 관계로 나아가자는 거룩한 초대입니다.

관계는 성숙하고 깊어져야 합니다.

주님을 깊이 알면, 때로 이해할 수 없더라도 사랑하기에 순종할 수 있습니다.

주님은 지금 그것을 요구하고 계십니다.

 

사랑을 고백하는 것은 사랑하는 이에게 온전히 속하겠다는 선언 입니다. 

당신으로만 내 삶을 채우겠다는 귀속의 선언입니다. 

복된 귀속이요 자발적 포로됨입니다.

이제 예수님을 어떤 분으로 고백하느냐에 따라 고백하는 이의 삶이 결정됩니다.

고백과 동시에 자신이 어디에 속 한 사람인지 정체성이 분명해지는 거지요.

"너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는 물음은 "나를 그리스도라 고백하는 너는 누구이며 어디에 속하였느냐?"는 것입니다.

참된 고백은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함께 드리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주는 그리스도십니다!”라는 베드로의 고백은 단순한 교리적 선언이 아닙니다.

자신의 삶 전부를 건 대답이며 삶을 오롯이 맡기는 신뢰입니다.

이 고백으로 베드로의 삶을 주님이 가지셨지요.

베드로의 고백은 "주님, 저를 당신 마음대로 하십시오"라는 항복선언입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의 대답을 듣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 합니다. 

고백으로 맺어진 둘의 관계는 어느 때보다 강력한 연대와 신뢰 안에 거하게 됩니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깊이가 있고 눈빛만으로도 상대의 뜻을 알아채고 이루기 위해 애쓰게 됩니다.

 

베드로의 고백은 점점 익어갑니다. 

고백은 입에서 나오는 말로 시작되어 삶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익어가는 과정에, 자신의 고백과 거리가 있는 언행을 발견하고는 실망과 좌절을 겪을 수도 있습니 다.

성장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낯부끄러운 기억과 어리석음도 있겠 지요.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백을 들으신 주께서 당신의 이름을 위해 온전케 하실 것이고 그런 과정 중이니 말입니다.

 

기도
주님, 

저를 초대하는 말씀 앞에 섰습니다. 

주님은 그리스도십니다 라는 제 고백이, 제 인생을 끌고 가는 고백이 되게 해주십시오. 

입술의 울림이 아니라 제 영혼의 울림, 제 행위의 고백이 되게 해주십시오. 

너는 정말 누구에게, 무엇에게 귀속된 인생이냐? 라는 이 물음으로 제가 어디에 소속된 인생인지 잊지 않게 하십시오.

이 고백이 삶과 신앙에 녹아져 저를 이루기까지 놓지 말아 주십시오.

아멘!


출처 : 사순절 묵상여정- 곁에 머물며(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