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 11일 : 신앙의 화수분(花水盆)

w.j.lee 2024. 2. 14. 12:32

 

신앙의 화수분(花水盆)

사순 11일  2024년 2월 26일·월

시편 105:1-42

1.  여호와께 감사하고 그의 이름을 불러 아뢰며 그가 하는 일을 만민 중에 알게 할지어다
2.  그에게 노래하며 그를 찬양하며 그의 모든 기이한 일들을 말할지어다
3.  그의 거룩한 이름을 자랑하라 여호와를 구하는 자들은 마음이 즐거울지로다
4.  여호와와 그의 능력을 구할지어다 그의 얼굴을 항상 구할지어다
5.  그의 종 아브라함의 후손 곧 택하신 야곱의 자손 너희는
6.  그가 행하신 기적과 그의 이적과 그의 입의 판단을 기억할지어다
7.  그는 여호와 우리 하나님이시라 그의 판단이 온 땅에 있도다
8.  그는 그의 언약 곧 천 대에 걸쳐 명령하신 말씀을 영원히 기억하셨으니
9.  이것은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이고 이삭에게 하신 맹세이며
10.  야곱에게 세우신 율례 곧 이스라엘에게 하신 영원한 언약이라
11.  이르시기를 내가 가나안 땅을 네게 주어 너희에게 할당된 소유가 되게 하리라 하셨도다
12.  그 때에 그들의 사람 수가 적어 그 땅의 나그네가 되었고
13.  이 족속에게서 저 족속에게로, 이 나라에서 다른 민족에게로 떠돌아 다녔도다
14.  그러나 그는 사람이 그들을 억압하는 것을 용납하지 아니하시고 그들로 말미암아 왕들을 꾸짖어
15.  이르시기를 나의 기름 부은 자를 손대지 말며 나의 선지자들을 해하지 말라 하셨도다
16.  그가 또 그 땅에 기근이 들게 하사 그들이 의지하고 있는 양식을 다 끊으셨도다
17.  그가 한 사람을 앞서 보내셨음이여 요셉이 종으로 팔렸도다
18.  그의 발은 차꼬를 차고 그의 몸은 쇠사슬에 매였으니
19.  곧 여호와의 말씀이 응할 때까지라 그의 말씀이 그를 단련하였도다
20.  왕이 사람을 보내어 그를 석방함이여 뭇 백성의 통치자가 그를 자유롭게 하였도다
21.  그를 그의 집의 주관자로 삼아 그의 모든 소유를 관리하게 하고
22.  그의 뜻대로 모든 신하를 다스리며 그의 지혜로 장로들을 교훈하게 하였도다
23.  이에 이스라엘이 애굽에 들어감이여 야곱이 함의 땅에 나그네가 되었도다
24.  여호와께서 자기의 백성을 크게 번성하게 하사 그의 대적들보다 강하게 하셨으며
25.  또 그 대적들의 마음이 변하게 하여 그의 백성을 미워하게 하시며 그의 종들에게 교활하게 행하게 하셨도다
26.  그리하여 그는 그의 종 모세와 그의 택하신 아론을 보내시니
27.  그들이 그들의 백성 중에서 여호와의 표적을 보이고 함의 땅에서 징조들을 행하였도다
28.  여호와께서 흑암을 보내사 그곳을 어둡게 하셨으나 그들은 그의 말씀을 지키지 아니하였도다
29.  그들의 물도 변하여 피가 되게 하사 그들의 물고기를 죽이셨도다
30.  그 땅에 개구리가 많아져서 왕의 궁실에도 있었도다
31.  여호와께서 말씀하신즉 파리 떼가 오며 그들의 온 영토에 이가 생겼도다
32.  비 대신 우박을 내리시며 그들의 땅에 화염을 내리셨도다
33.  그들의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를 치시며 그들의 지경에 있는 나무를 찍으셨도다
34.  여호와께서 말씀하신즉 황충과 수많은 메뚜기가 몰려와
35.  그들의 땅에 있는 모든 채소를 먹으며 그들의 밭에 있는 열매를 먹었도다
36.  또 여호와께서 그들의 기력의 시작인 그 땅의 모든 장자를 치셨도다
37.  마침내 그들을 인도하여 은 금을 가지고 나오게 하시니 그의 지파 중에 비틀거리는 자가 하나도 없었도다
38.  그들이 떠날 때에 애굽이 기뻐하였으니 그들이 그들을 두려워함이로다
39.  여호와께서 낮에는 구름을 펴사 덮개를 삼으시고 밤에는 불로 밝히셨으며
40.  그들이 구한즉 메추라기를 가져 오시고 또 하늘의 양식으로 그들을 만족하게 하셨도다
41.  반석을 여신즉 물이 흘러나와 마른 땅에 강 같이 흘렀으니
42.  이는 그의 거룩한 말씀과 그의 종 아브라함을 기억하셨음이로다


깊고 강렬한 내면적 체험은 겪는 이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화석처럼 쉬 굳어버리지 않습니다. 

때때로 처음보다 더 생생하게 떠올라 새로운 깨달음과 변화를 더하기도 합니다. 

예언자는 이를 첫사랑이라고 말하고, 믿음의 선진은 하나님의 부르심이 삶에 인(印)쳐졌노라고 고백합니다.

초기 교회의 박해자였던 사울도 사도행전에서 예수님과 만난 체험을 세 번(행 9:1-19, 22:1-16, 26:12-18)에 걸쳐 언합니다.

그때마다 바울에게 새로운 깨달음이 더해집니다.

이야기를 억지로 덧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깊이 깨달으며 새로운 눈매를 더하게 된 것이지요.

 

이스라엘 신앙의 근본이 되는 출애굽도 그와 같습니다. 

강대한 제국 애굽에서 탈출한 후 오직 하나님의 손길에 의지하여 건넌 광야와 야훼의 백성으로 가나안에 정착한 사건은 '신앙의 화수분(花水盆)'이며 언제나 그들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스라엘은 가나안 정착 후에도 예언자와 사제를 통해 광야를 기억하길 거듭 권면 받습니다.

왕국의 성립과 전쟁의 승리 같은 감격스러운 사건뿐 아니라 성전이 무너지고 포로로 끌려갈 때도 광야를 기억하길 요구받습니다.

기억은 전혀 일률적이지 않습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떠오르는 기억은 다를 수밖에 없 지요.

감사의 시간에 광야는 하나님의 한없는 돌보심의 현장이지만,

포로로 끌려가거나 무너진 성전 앞에서는 순종하지 않던 조상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자신들을 보게 합니다.

광야는 하나님의 자비로 가득한 감격의 장이기도 했고, 조상의 죄로 가득한 불순종의 장소이기도 했습니 다.

 

출애굽이라는 거울은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히 자신들의 모습을 비춰주고 진단해 줍니다.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말을 건네며 길을 보여주는 현재 사건인 거지요.

광야에 비추어 호세아는 이스라엘을 향해 남편을 저버린 여인이라 했고,

아모스는 이스 라엘의 거듭된 불순종에도 한결같이 공의를 베푸신 하나님을 선포합니다.

이스라엘이 길을 잃을 때마다 지혜로운 이들은 출애굽으로 돌아가 오늘의 길을 찾아낸 거지요.

 

시편 105편은 출애굽이라는 거울이 비춰준 또 다른 모습입니다. 

시인의 눈에 비친 출애굽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맺은 계약을 기억하고 요셉을 먼저 보내어 준비한 사건입니다. 

하나님은 성조(聖祖)시대 부터 출애굽을 약속하고 준비하셨습니다.

요셉의 이야기는 성조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을 위한 여정의 일부입니다.

시급한 현안 앞에 쉽게 눈이 가려지는 우리에게 시인은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일러주고 있습니다.

그는 출애굽 이야기를 통해 우리 생각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서는 하나님과 그분의 계획에 대해 들려줍니다.

당신이 약속에 한없이 신실하신 하나님, 구원의 약속을 이루고자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세밀하게 이끌어가는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 말입니다.

 

시편 105편의 시인은 오늘 우리에게 십자가 사건을 어떻게 묵상하고 새겨야 할지를 일러주는 듯합니다.

2천 년 전 예수께서 짊어진 십자가는 오늘 여기에서 새롭게 다가오고, 미처 보지 못했던 눈을 뜨게 해 주는 '하나님의 힘입니다.

십자가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영원에 이끄는 지금 여기의 사건이며 믿는 이로 하여금 하나님의 자비와 은총을 발견케 하는 신앙의 화수분인 거지요.

이스라엘이 출애굽과 광야로 돌아가길 요청받듯 사순의 여정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우리 자신을 비추어 보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기도
주님, 

제게 이미 영원한 생명의 화수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인쳐 주셨는데 

그 걸 잊고 엉뚱한 걸 붙잡으려고 헤매는 것은 아닌지요? 

요셉의 삶에서 출애굽을 준비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발견한 시인처럼,

저희도 이 사순의 여정에 십자가의 신비와 능력을 새롭게 발견하며

풍성해지도록 은총을 허락해 주십시오.

아멘


출처 : 사순절 묵상여정- 곁에 머물며(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