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있을 동안에
2024년 2월 28일. 수
요한복음 12:36-43
36. 너희에게 아직 빛이 있을 동안에 빛을 믿으라 그리하면 빛의 아들이 되리라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그들을 떠나가서 숨으시니라
37. 이렇게 많은 표적을 그들 앞에서 행하셨으나 그를 믿지 아니하니
38. 이는 선지자 이사야의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라 이르되 주여 우리에게서 들은 바를 누가 믿었으며 주의 팔이 누구에게 나타났나이까 하였더라
39. 그들이 능히 믿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니 곧 이사야가 다시 일렀으되
40. 그들의 눈을 멀게 하시고 그들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셨으니 이는 그들로 하여금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깨닫고 돌이켜 내게 고침을 받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 하였음이더라
41. 이사야가 이렇게 말한 것은 주의 영광을 보고 주를 가리켜 말한 것이라
42. 그러나 관리 중에도 그를 믿는 자가 많되 바리새인들 때문에 드러나게 말하지 못하니 이는 출교를 당할까 두려워함이라
43. 그들은 사람의 영광을 하나님의 영광보다 더 사랑하였더라
아침 햇살이 들기 전 방은 고요하고 깨끗합니다.
커튼을 거둬 빛이 들어오는 순간 방에 먼지가 얼마나 많은지 보입니다.
빛이 들지 않는 곳에는 여전히 깨끗하고 고요해 보이지만 빛이 있는 곳은 먼지의 산란이 느껴지고 우리가 숨쉬는 곳이 어떤지 보여줍니다.
방에 먼지가 많은 것이 드러나는 것이 싫어 창문을 꼭꼭 닫고 사는 이는 없지요.
오히려 더 사주 창을 열고 환기를 시킵니다.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 서면 햇살에 먼지가 드러나듯, 우리 안에 있는 허물과 어둠을 감출 수 없습니다.
충분히 감출 수 있다고 여긴 것들, 들키지 않은 허물과 어둠이 빛으로 인해 드러난다는 것은 썩 즐거운 일이 아니지요.
너무도 부끄러운 나머지 혹은 남이 알세라 다시 감추주고 싶은 유혹에 이끌리게 됩니다.
주님은 빛이 있는 동안, 빛을 믿고 빛의 자녀가 되라고 권합니다.
주님은 빛입니다.
빛의 자녀로 살게 되면, 빛이신 주님으로 인해 우리의 죄와 허물이 드러나도 '마땅한 일'이라 여기게 됩니다.
은혜라 고백하는 거지요.
죄와 허물로 인해 절망하거나, 감추려고 허둥대지 않게 됩니다.
먼지 같은 인생이 먼지로 드러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은 은혜의 시작이며 빛의 자녀된 이의 첫걸음입니다.
흙 놀이에 빠져서 손과 옷이 더러워진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 엄마의 손길을 통해 다시 깨끗해집니다.
우리도 주님의 빛으로 그리될 수 있습니다.
아담처럼 자신의 죄를 발견하여 당황하고 두려워해 숨거나 가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드러날까 두려워 떨며 숨기보다는 빛이신 주님께 나아가는 용기가 필요 합니다.
이 땅에서 빛의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그리스도는 영원한 주님이지만 그리스도를 빛으로 맞이할 수 있는 시간은 '잠시일 뿐입니다.
이 땅은 자주 어둠에 휩싸이고, 감추인 것에 짓눌리며 포로가 되는 곳입니다.
본문의 '빛이 있는 동안'이란 말씀에는 언젠가는 이 기회가 없어진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이 땅은 빛을 그리워해야 할 곳이며 빛이 임하길 기도할 곳입니다.
어둠을 벗어날 기회의 장소입니다.
우리에겐 빛을 싫어하는 어두운 마음이 있습니다.
하나님께 나아 가고자 하는 의지를 흔들고, 포기하도록 부추기고, 자기 합리화의 교묘 한 근거를 주며 어둠으로 유혹합니다.
성서는 이 세상을 '하나님의 끊임없는 사랑과 신실하심'과 '완고한 인생'의 줄다리기처럼 묘사합니다.
인간은 지치지 않고 어둠을 찾고,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을 거부할 묘수를 찾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이런 인간을 포기하지 않고 당신 품에 안으려 합니다.
거절당해도 다시 부르고 도망간 곳으로 친히 찾아 오십니다.
요한은 인간의 어둠과 어리석음이 하나님의 영광보다 사람의 영광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에게야 어려운 일이지만 이 땅에 오신 빛, 그리스도의 은총으로는 가능합니다.
그분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십자가의 여정은 우리가 무엇을 더 사랑하는지 밝히 드러내 줄 것입니다.
허물을 감추고 덮어둔 채 은밀히 어둠을 즐기 는지,
빛이신 십자가 앞에 허물을 내어드려 정결하게 씻기는 은총을 누리는지 살펴야겠습니다.
기 도
주님,
우리에게 주어진 믿음의 기회가 영원할 것처럼 착각하고,
빛 가운데 거하기를 미루는 어리석음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빛이 있는 동안!
이 말씀이 지금 여기에서 제게 이뤄져야 할 말씀임을 기억하고 빛으로 나아가게 하십시오.
허물이 잘 드러나면 빛이신 주님 덕분임을 잊지 않게 하시고,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며 감사하는 이가 되게 하십시오.
아멘
출처 : 사순절 묵상여정- 곁에 머물며(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