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 14일 : 버려진 돌

w.j.lee 2024. 2. 23. 09:02

 

버려진 돌

2024년 2월 29일. 목

베드로전서 2:4-10

4.  사람에게는 버린 바가 되었으나 하나님께는 택하심을 입은 보배로운 산 돌이신 예수께 나아가
5.  너희도 산 돌 같이 신령한 집으로 세워지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실 신령한 제사를 드릴 거룩한 제사장이 될지니라
6.  성경에 기록되었으되 보라 내가 택한 보배로운 모퉁잇돌을 시온에 두노니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하였으니
7.  그러므로 믿는 너희에게는 보배이나 믿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건축자들이 버린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고
8.  또한 부딪치는 돌과 걸려 넘어지게 하는 바위가 되었다 하였느니라 그들이 말씀을 순종하지 아니하므로 넘어지나니 이는 그들을 이렇게 정하신 것이라
9.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
10.  너희가 전에는 백성이 아니더니 이제는 하나님의 백성이요 전에는 긍휼을 얻지 못하였더니 이제는 긍휼을 얻은 자니라

처음 교회 성도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버려진 돌'이라 고백하면서도 이를 자랑스럽게 전했습니다.

그들의 고백은 분명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예수께서는 세상에서 버림받았고 그것은 분명히 이 땅에서 발생 한 사건이었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예수께서 보배로운 산 돌, 하나님께서 생명을 주고자 보내신 분임을 체험했습니다.'

 

버림받은 사건이 현실 이라면, 하나님의 구원은 믿는 이의 체험이요 고백입니다.

믿음으로 현실을 이겨낸 거지요.

다수의 천대와 박해를 소수인 그들이 구원의 감격으로 이겨낸 것입니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말이지요.

세상의 거대한 권세와 폭력적 힘에 굴하지 않고 오로지 주님만 의지하여 극복한 위로와 소망의 싸움이기도 했습니다.

 

베드로의 편지를 읽은 이들은 소아시아에 흩어져 사는 소수의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들은 고향과 조국을 떠나 뿌리뽑힌 삶을 살아갔습니다.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녹록한 일이 아니지요.

그들 중에는 노예살이하는 이도 있습니다.

타국살이, 노예살이의 설움에 믿음으로 인해 겪어야 하는 어려움도 더해졌습니다.

그야말로 첩첩 산중, 어디 하나 안정을 누릴 구석이 없습니다.

 

이들을 향해 사도는 말합니다. 

'여러분은 이 땅에서 버림받은 사람 처럼 살아가며, 나그네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버림받은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께서 신령한 돌로 택하셨고 신령한 집을 지으셨습니다.

이제 신령한 집인 예수께서 버림받은 여러분을 부르셔서 이 집의 거룩한 제사장으로 삼으십니다.

그러니 주께 더 나아가십시오'

 

'버림받은 처지'가 버림받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통로가 됩니 다.

'절망스러운 처지'로 인해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하나님의 뜻과 신비를 잘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버림받은 삶, 나그네살이는 오히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도구가 됐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처지에서 주님과 하나되는 은혜를 입었습니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삶이 오히려 주께 나아가는 디딤돌이요,

그분의 초대장이었습니다.

이 초대에 응하여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절망의 어둠에서 소망의 빛으로, 땅의 종살이에서 하나님 나라의 제사장으로, 떠밀려가는 나그네 삶에서 선택된 하나님의 백성으로 말이지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과는 다른 신분을 부여받은 그들은 믿음의 걸음을 걷게 됐습니다. 

이방인이라고 따돌리고, 노예라고 멸시해 도,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로 높이 들리신 것을 알기에 간절히 그리스도를 붙잡고자 힘썼습니다.

그분의 자비를 덧입고, 빛이신 주께 나아갈수록 그들의 영적 정체성은 확고해집니다.

세상이 부여한 외적 신분이 믿는 이의 삶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께서 주신 신분이 그들의 삶의 방향을 이끌었습니다.

세상에선 낮은 자이나 영적 위엄을 덧입는 거지 요.

 

히틀러 암살 모의로 사형수가 된 목사 본회퍼를 보며 감옥의 동료 죄수들은 '마치 영주가 성채에서 두려움 없이 위엄있게, 그러나 미소 지으며 친밀하게 지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본회퍼는 짓눌리고 낙담하는 마음이 있음을 시인하며 고백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건 간에, 하나님 당신은 나를 아십니다.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

사도는 묻습 니다.

"당신은 이 세상에서 어떤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있습니까?"

 

기도
주님, 

이 땅에서 살아가는 저의 정체성을 다시금 마음과 삶에 새길 수 있도록 저를 북 돋아 주십시오. 

이 땅에서 기죽지 않게 하십시오. 

세상이 인정하는 것을 갖고자 애쓰기보다는

믿음으로 낮은 자리, 연약함에 기꺼이 처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거룩한 주님을 제대로 모시고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저의 내면에서 당신의 빛이 흘러나오는 날이 많게 하십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