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대림절 1주(월) 보이심(示) 1 : 낮아짐

w.j.lee 2024. 12. 3. 10:16

낮아짐(빌립보서 2:5-11)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빌2:5-7


본문은 초대교회의 찬송입니다.

그들은 이 찬송을 통해 복음의 핵심을 표현했고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정체성을 담았습니다.

초대 교우들은,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을 통해 그분이 보이고자 한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는 겸비임을 발견 했습니다.

 

하나님은 자기 권리까지 포기하고 신의 자리에서 사람의 자리로 내려왔습니다.

사람됨에서 멈추지 않고 더 낮아져 '종의 자리', '죄인의 자리'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명령하실 분이 순종하는 이가 되었고 거룩한 분이 죄인의 자리에 이르러 끝내는 모든 인류의 죄를 담당하여 십자가에 달려 죽음으로 버림받음의 표상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누구도 그분보다 더 낮아질 수 없는 바로 그곳에서 하나님은 그분을 높이어 만유의 주가 되게 하셨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에겐 그분의 길이 자신들이 걸어야 할 길이었습니다.

 

- 겸비의 주님
그리스도의 낮추심은 추상적인 겸손이 아닙니다. 

하나님으로서 힘을 부릴 수 있지만 오히려 부림을 당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입니다.

능력을 포기한 것입니다.

명령의 자리를 포기하고 연약함을 껴안고 같이 짐을 지십니다.

심판관인데 한없이 기다리며 참습니다.

높아지려하고, 힘을 추구하여 남을 부리려 하는 세상에서 거꾸로 가는 길을 보이고 그 길을 한결같이 걸으셨습니다.

곁에서 지켜보기엔 어리석고 답답해 보이는 길입니다.

오죽했으면 베드로 같은 수제자가 예수님의 어깨를 흔들며 그러면 안 된다고 설득하려 했을까요?

결국 거꾸로 가는 길의 끝인 십자가에서는 아무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제자들은 부활의 주님을 만나고서야 그분이 걸으신 길이 참된 길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어리석은 자신들을 위해 한없이 기다렸음을 절감했습니다.

성령이 임하고서 그들은 그분의 걸음을 닮으려 힘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리 스도를 닮은 사람, 그리스도인이라 불리게 됐습니다.

높고 거룩 한곳, 하늘에서는 낮아지는 길이 없습니다.

이 땅에서만 행할 수 있는 낮아짐의 길, 겸비의 길을 걸어 만유의 주께 이르는 거지요.

 

그리스도인이란 낮아짐의 길을 걷는 이들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권리와 힘을 포기하길 주저하지 않으므로 새로운 길이 되었습니다. 

부유한 이는 부를 나누어 가난으로 나아갔고 힘과 권세를 지닌 이는 권력을 내려놓고 연약한 이에게 다가가 그들을 섬김으로 예수님의 마음을 품었습니다.

남들이 꺼리는 자리에 가길 기꺼워한 것은 거기 말고 주님을 뵐 곳이 없었기 때문이고 그곳에서 주님과 하나 됨을 누렸기 때문이지요.

그리스도는 그 곳에서 그들을 기다리셨습니다.

 

-사람의 자리
고대에 사람이란 정해진 운명의 그물에 걸려 꼼짝할 수 없는 존재요, 그 운명에 끌려다니다 사멸하는 존재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삶이란 그리스 연극처럼 비극이었습니다.

영웅이야 이 운명 앞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눈 부릅뜨고 저항하였지만, 사람들은 운명에 끌려다니는 노예로 살다 무(無)로 돌아갈 뿐이 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되심, 당신의 낮아지심으로 말미암아 인간은 운명에 따라 사멸하는 존재가 아니라 영원하신 분께 나아가는 존재, 이 땅에서도 능히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새로운 길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시간 안에 오셔서 우리를 영원으로 이끌고, 연약한 육신을 입어 영원한 생명의 분깃을 주셨습니다.

낮아짐은 영원으로 나아가는 길이었습니다.

 

 

기도

주님,

저 높은 곳에 계시지 않고 저희가 자주 헤매고 허물짓는 이곳까지 내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곁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내려오신 길을 잊지 않게 하십시오.

그 길을 저도 따를 수 있도록 부추겨 주십시오.

오늘 하루 지내는 동안 혹 제게 힘이 있다면 먼저 내려가고 먼저 손 내밀고 먼저 낮아지도록 제발걸음을 재촉해 주십시오.

아멘


출처 : 대림묵상집- 보일示 모실侍(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