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마가복음 2:13-16)
그의 집에 앉아 잡수실 때에 많은 세리와 죄인들이 예수와 그의 제자들과 함께 앉았으니 이는 그러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예수를 따름이러라
막 2:15
종교와 철학의 위대한 스승들은 깨달음과 학문의 깊이를 이룬 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기다렸습니다.
제자가 되려는 이는 스승을 찾아 그의 깨달음을 잇고자 예물을 드리고 예를 다해 가르침을 청했지요.
스승은 찾아온 이가 그럴만한 그릇이 되는지 면밀히 살폈습니다.
자격을 따진 겁니다.
반면에 예수님은 찾아오길 기다리지도, 그릇이 되는지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먼저 찾아 나섰고, 불러 그와 함께하셨습니다.
그래야만 예수께서 주고자 하는 것이 온전히 전달되고 복음의 진수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환대의 그리스도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이 한결같이 경험한 것은 환대(hospitality)였습니다.
환대는 후하게 대접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용납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세상의 만남은 대부분 조건이 있는 거래이기 쉽습니다.
주고받는 것이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하나님 안에서의 만남은 아무 조건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잘못을 고치는 조건으 로 용서하신 것이 아니지요.
조건이 전제된 용서란 있을 수 없습니다.
허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환대로, 그 은혜의 힘으로 허물에서 벗어납니다.
예수님의 환대로 '그분이 부끄러운 내 모습 그대로 받아주셨구나'라고 감격할 때 삶은 변화됩니다.
용납하는 은혜와 환대로 말미암아 기적이 일어나는 거지요.
환대란 찾아온 이에게 집중하는 능력입니다.
환대란 찾아온 이가 자신 의 영혼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해 내는 능력입니다.
환대는 다른 이의 외로움과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외로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돕는 것입니다.
(마이클 포드)
예수님은 하나님 아버지의 참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오랫동안 율법이라는 전통과 관습으로 굳어지고 두껍게 쌓인 오해, '두려운 하나님'이 아니라 '사랑으로 가득한 아버지이신 하나님'입니다.
누가복음 15장, 탕자의 비유는 환대하는 아버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렘브란트의 그림 <탕자의 귀향>에서 작은아들은 손을 대기 꺼릴 만큼 추하게 그려졌습니다.
아버지는 마치 보지 못하는 양 눈을 감은 채 아들을 감싸안습니다.
아버지의 깨끗한 옷은 더 러움으로 물든 아들을 둘러 덮습니다.
주위에 있는 이들의 눈빛은 당혹스럽습니다.
아버지의 환대를 불편하게 여기며 희미한 어둠 속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습니다.
복음은 하나님께서 죄인을 확대한다는 소식이며 예수님은 환대의 실제를 보이셨습니다.
세리와 죄인을 불러 한 식탁에 앉았습니다.
유대인들에게 한 식탁에 앉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복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며 동등함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정결 함을 추구하는 이들이 극구 꺼리던 것을 주님은 귀히 여기셨고 복음의 진수로 드러냈습니다.
죄의 무거운 짐이 그리스도의 환대를 통해 벗겨졌습니다.
자신을 옥죄던 규정도 저들의 정죄도 힘을 잃었습니다.
그리스도의 환대가 새 영혼을 창조하였습니다.
내가 새사람이 된 것이 아닙니다.
주님의 은혜로 받아들여져 새 세상, 하나님의 나라 백성으로 새롭게 살아갈 힘을 얻은 것입니다.
이제 그들이 환대의 사람이 됩니다.
환대의 사람
기독교인을 경멸하며 교회를 핍박했던 로마 황제 율리아누스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이교도 사제에게 '이 경건하지 못한 갈릴리인들(그리스도인들)은 그들 자신의 가난한 사람들뿐 만 아니라 우리들의 가난한 사람들(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이방 사람들)도 똑같이 보살펴주는 것은 우리들을 창피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편지했습니다.
기독교를 경멸한 황제가 복음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일러준 셈입니다.
환대는 베푸는 이와 받는 이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게 합니다.
감히 내가 베풀었다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저 그리스도께 받아들여진 은총만 가득합니다.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시간은 주께서 베푸신 환대를 기억하며 확대가 필요한 이에게 나아가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기 도
주님,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셔서 용서를 누리게 하시고 아버지의 자녀로 살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그 시작점, 당신의 환대를 기억하고 저도 이 기다림의 계절에 환대의 사람이 되게 하십시오.
지친 영혼이 힘을 얻고 부서진 영혼이 치유되는 주님의 손길이 우리의 환대를 통해 일어나는 대림의 시간이 되게 하십시오.
아멘
출처 : 대림묵상집 - 보일示 모실侍(송대선, 지강유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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