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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w.j.lee 2025. 2. 8. 01:59

 

참새

 

참새는 우리와 가장 친근한 텃새이며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새일 것이다.

참새는 곡식을 먹기 때문에 벼가 웬만큼 익으면 온 가족이 새를 보러 들에 나가게 된다.

팔매를 던져 쫓기도 하고 큰 소리를 내서 새를 쫓아보지만, 실은 쫓아보니 옆 논으로 가고 거기서 쫒으면 또 그 옆 논으로 가기에 넓게 보면 새를 볼 필요가 없는 무의미한 행위였다.

참새는 곡식과 함께 벌레를 잡아먹기 때문에 참새를 잡으면 벌레가 횡행하여 농작물이 피해를 더 많이 받기에 어찌 보면 착한 일을 부지런히 해주는 익조라고도 할 수 있다.

 

군작도 부분 /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예전에는 가까이서 흔하게 참새를 잡아먹기도 했다.

그러나 몸집이 작아 고기의 양이 적다보니 필연적으로 맛이 아주 좋게 느껴진다.

날이 저물어갈 즈음의 퇴근길에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참새집이라는 포장마차에서 참새를 구워놓고 마시던 소주의 맛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나마 참새가 귀해지자 그 대용으로 메추리나 병아리가 등장하면서 순수 참새집은 문을 닫았다.

 

참새를 잡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가장 손쉬운 건 새총(Y-자로 된 나무를 깎아 기저귀 고무줄로 만든)을 쓰는 것, 참새가 많이 앉아 있는 곳에 대충 쏘면 된다.

보통의 경우 그물을 이용해 잡는 것이 가장 일반 적이다.

참새가 잘 앉는 나무 주위에 그물을 치고 씨 참새 몇 마리 새장에 가두어 그물 안에 놓아두면 갇혀 있는 참새의 소리를 듣고 다른 참새가 날아와 그물에 걸리게 된다. 

또 겨울에 눈이 왔을 때, 마당의 눈 일부를 치우고 모이를 뿌려 두고 널빤지(삼태기도 이용)를 비스듬히 기대어 버팀목에 얇은 새끼줄을 연결해 기다리고 있다가 참새가 그 안에 들어 가면 끈을 잡아당겨 잡는 방법도 퍽이나 재미있다. 

이 경우 널빤지가 넘어지는 속도가 중요하여 널빤지 위에다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아 빨리 넘어지게 하는 것이 요령이다.

 

다른 고기와 마찬가지로 참새고기도 여름엔 맛이 없어 대개는 겨울에 맛이 좋을 때 참새를 잡는다. 

참새는 짚으로 만든 초가집의 끝에 구멍을 만들어 살 곤 하는데 밤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손으로 참새를 꺼내면 된다. 

통상 밤에는 날지 않지만 도망을 가지 않게 하려면 플래시를 비춰 눈이 부셔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뱀인데, 참새를 잡자고 손을 들이밀다가 참새집에 먼저 들어가 있던 뱀에게 손을 물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자는 겨울에 가끔 사냥을 나가곤 하는데, 주로 꿩과 비둘기, 참새를 노린다.

사냥을 나가 보면 가장 많은 새가 까치인데 이상스레 까치는 잡고 싶지가 않다.

보통 눈이 와서 2~3일 지나면 양지바른 쪽 논둑 부분의 눈이 먼저 녹게 되는데, 산에 있는 꿩이나 비둘기가 배가 고파 눈이 녹은 곳으로 내려와 먹이를 찾게 된다.

사람이 걸어가면 불규칙한 발소리와 사람 모습에 새가 도망가지만 차를 타고 접근하면 사정거리에 도달해도 도망가지 않는다.

꿩이나 비둘기를 노릴 땐 양쪽에 낮은 산이 있는 들판 가운데, 차가 다닐 수 있는 곳을 물색하여 두었다가 눈이 온 뒤 사냥을 한다.

통상 사냥은 3인 1조로 하게 되는데 한 사람은 운전을 하고, 또 한 사람은 사냥감을 발견하고 한 사람 은 총을 쏜다.

새가 앉아 있는 상태에 따라 총을 급히 쏠 때와 천천히 쏠 때가 다른데, 깃털을 부풀리고 앉아 있을 때는 바로 날아가지 않지만 깃털을 가지런히 접고 있으면 바로 날아가기에 급히 쏘아야 한다.

한번은 운이 얼마나 없던지 세 명이서 하루 종일 다녔지만 고작 참새 두 마리를 잡은 것이 다였었다.

결국 두 마리를 구워 셋이서 소주 세 병을 마셨다.

참새고기가 얼마나 맛 있던지, 참새가 소 엉덩이에 앉아 '네 살 열점이랑 내 살 한 점이랑 안 바꾼다.'는 말이 새삼스러웠다.

지금도 일상에서 고기가 적어 보일 땐 그 때의 참 새고기가 생각난다.

 

나이를 먹다보니 음식점을 가도 시끄러운 곳을 피하게 되어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들이 앉아 있는 자리를 피해 먼 쪽에 앉게 된다.

시끄러운 곳에 들어 가면 자연스레 참새 짹짹거리는 소리가 연상된다.

그렇더라도 '참새 방앗간 그냥 지나가겠나.' 퇴근길에 발길은 자연스레 소주집으로 향하게 된다.


출처 : 잡설산책 (김연태 지음, 글샘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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