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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w.j.lee 2025. 2. 6. 01:04

 

연 꽃

 

연꽃은 연중 해가 가장 가까이 올라 오는 하지를 한 달쯤 지나 지표면이 활활 달궈진 가장 더운 때에 만발한다.

연꽃은 수련과 연으로 대별되는 데 수련은 연보다 작고 잎의 한쪽이 갈라졌으며, 잎은 수평으로 물의 표면과 나란하고, 꽃은 수면 바로 위에서 개화된다.

반면 연은 잎과 꽃이 수련보다 크고 물 위로 1미터 쯤나와 있다.

꽃 색깔은 주로 흰색(백련) 과 홍색(홍련)이며, 노란색과 각색이 혼합되는 경우도 있다.

인도가 원산 지이며 삼라만상을 상징하는 오묘한 법칙이 들어 있다 해서 불교에서는 만다라화(曼茶羅華)라고도 불린다.

 

연꽃은 한자로는 연蓮, 하荷, 부거, 부용芙蓉 등의 명칭을 더 가지고 있다.

연꽃은 군자를 의미하는데, 매화의 이미지가 조선의 퇴계와 송나라의 임포를 연상하게 한다면, '연'은 애련설愛蓮設의 주인공 염계(주렴계)가 연상된다.

그가 '연꽃은 꽃 중에 군자'라며 "연꽃을 나만큼 사랑하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라던, 염계의 연꽃 사랑은, 퇴계까지 거들고 나서서 증명해주고 있다.

퇴계는 자신의 시 '염계애련濂溪愛蓮'에서 염계 이후, 천년이 지나도 연꽃사랑에 한해서는 그를 따를만한 이가 없다고 쓰고 있다.


모란은 온 세상이 기리고

국화는 어진이의 심금을 울려 주지만

연꽃은 염계 이후 세월이 천년이나 흘렀건만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네. 

-염계애련-

 

*경복궁 자경전 뒤뜰의 굴뚝 면

 

연꽃은 한 꽃받침에서 두 송이가 핀다 해서 흔히 부부간의 금슬을 말하고, 연 밥에는 씨가 많아 다산을 축복하고, 연밥의 씨는 수백 년 동안 생명을 유지한 대서 장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연꽃은 원래 '십장생'에 포함되지 않지만 경복궁의 자경전 뒤뜰, 굴뚝 담장의 십장생도를 보면 연꽃이 포함돼 있다. 

또한 탄생과 환생을 의미하기도 해서 석가 탄생 때는 마야부인 주위에 오색 연꽃이 만발해 막 태어난 부처가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며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이라 외칠 때도 바닥에서 연꽃이 솟아 태자를 받쳤다 하며, 심청이가 환생할 때 인당수에서 연꽃을 타고 환생했다.

가장 더운 여름날 새벽에 피어나서 밤이면 꽃잎이 닫히기를 3~4일간 계속 되는 연꽃은 더러운 진흙 속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가장 깨끗하게 피어난다.

 

진흙에서 낳았으나 탁하지 아니하고
맑은 물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다 

속은 비어도 겉은 곧고
가지도 없고 넝쿨도 없다
그리고 그 향기는 멀리 갈수록 고요하다.

 

춘향전에서 춘향이를 연꽃에 비유한 것은 “기생집 옆에서 딸 키운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누구나 주변 환경에 물들기 쉬운데, 어미가 기생임에도 춘향이는 끝내 환경에 휩쓸리지 않고 굳건히 절개를 지켰대서이다.

이처럼 군자를 의미하고 절개를 뜻하는 연꽃은 한편으로는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연꽃이 심어져 있어 연밥을 따는 연못은 남녀가 자연스럽게 만나 사랑이 무르익는 장소였다.

'연밥도 따고 임도 본다.'는 내용의 채련곡採蓮曲 오늘날 여럿 전해지는 시의 소재이다.

 

가을의 맑은 호수 푸른 물 흐르는데 

연꽃 핀 깊은 곳에 목란배 매어 두고 

임을 만나 물 건너로 연밥을 던지다가 

저 건너 남에게 들켜 반나절을 얼굴 붉히네. 

- 허난설헌 -

 

술을 마시는 방법 중에 '하심주'란 것이 있다. 

가까운 사람들과 일심동체를 다지기 위해 연잎을 오므려 술을 붓고 돌림주를 마시면서, 

속이 빈 연대를 꺾어 돌려가며 빨아 마시는 것이다. 

이처럼 연잎은 토란잎과도 같이 물이 스며들지 않고 크고 질겨서 음식을 담거나 싸는데 쓰인다. 

특히 홍련잎은 닭과 궁합이 잘 맞아 닭을 연잎에 싸서 황토를 바른 후 장작에 구워 먹으면 연향이 닭고기에 배어들어 그 맛이 일품이다.

 

연꽃이 필 때 터져 나오는 '개화성'을 들으려면 먼동이 트기 전인 이른 새벽에 연밭에 나가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는다. 그러면 동이 트면서, 꽃의 개화가 시작되고 여기저기서 '퍽', '퍽' 하는 개화성이 들린다.

그때의 그 신비스러운 연꽃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세속의 때가 씻기는 것 같다.


출처 : 잡설산책 (김연태 지음, 글샘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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