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대림절 2주(주일) 보이심(示) 7 : 낮고 작고

w.j.lee 2024. 12. 4. 07:47

낮고 작고(마태복음 25:34-40)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 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25:40)

순교자 샤를 드푸코는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어 구유 에 누우심으로 그 누구도 그분보다 더 낮아질 수 없어졌다'라고 했습니다.

주님은 겸손과 낮아지심의 본이 되셨습니다.

겸손과 낮아짐은 태도나 품격이 아니라 삶 그 자체입니다.

 

- 낮은 곳, 갈릴리
예수님은 공생애의 많은 시간을 변방 갈릴리에서 사역했습니다.

선한 것이 나올 수 없는 초라한 곳, '나사렛' 사람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갈릴리는 이스라엘 신앙의 중심지, 종교적 전통과 전례가 풍성한 예루살렘과는 동떨어진 곳입니다.

그곳은 소외된 곳이자 변방으로 밀려난 이들의 땅이었습니다.

갈릴리와 이방 땅 두로와 시돈, 거라사와 데가볼리 사역은 이어졌고 그분은 그곳에서 병자들과 죄인들, 소외받고 외면당하는 이들을 찾아다니셨습니다.

 

예수님의 겸손은 고결한 태도에 있지 않습니다. 

일상의 삶에 눌려 힘겨워하는 이에게 기꺼이 다가가셔서 그들과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때로는 너무 피곤해서 흔들리는 뱃고물에서 주무시기도 했습니다.

낮아진다는 것은 조금도 고상한 일이 아닙니다.

피하고 싶은 사람들, 손가락질받는 이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처지를 끌어안고 때로는 그들의 친구로 지내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아카데미나 성전이 아니라 비린내 나는 그물과 삐걱거리는 배 옆에서,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황량한 들 판에서, 경멸당하는 세리의 집에서 선포되었습니다.

말씀이 선포 되는 중에도 지붕을 뚫고 내려진 병자가 있어 말씀을 멈추어야 했습니다.

 

갈릴리에서의 예수님 사역, 하나님 나라 선포는 예루살렘의 사제와 학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고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영광으로 가득한 성전을 무시하고, 그 거룩한 전통을 수호하는 자신들에게 도전하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결국 예루살렘은 하나님의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

 

- 작은 이의 그리스도

주님은 하나님 나라를 전하며 어린아이를 세우셨습니다. 

'어린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 '이 작은 자 중에 하나라도 잃는 것은', '지극히 작은 자 하나' 등의 말씀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매우 의도적입니다.

주님은 무시당하고, 배척당하는 작은 이들을 당신 앞에 세우셨고 때론 당신과 동일시 하십니다.

하나님 나라는 저들의 것이라고 단언합니 다.

 

다들 꺼리는 병자에게 서슴없이 다가가 상처를 어루만지며 치유하는 의원으로, 죄인이라 고개 숙인 이들에게 다가가 용서의 주님이 되셨습니다.

병자와 죄인이 찾아오면 주님은 '하나님의 사랑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거나 '하나님의 은혜가 너를 치유 한다'라고 말하지 않고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선언했 습니다.

이 말씀은 하나님의 은혜를 부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 나아온 '네 믿음'을 격려하는 것이며, 이제 누구의 판단과 정죄에도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의 선언입니다.

 

- 기쁨의 잔치
주님은 하나님 나라를 잔치로 비유하며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 죄인과 병든 이를 잔치의 주인공으로 삼았습니다. 

자비로우신 아버지의 기쁨의 식탁에 앉은 이는 세리와 죄인들이었고 첫 아들이 아니라 탕자인 둘째 아들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잔치는 동정을 베푸는 자리가 아닙니다.

주님은 그들이야말로 정식으로 초대받은 사람들임을 분명히 합니다.

 

주님이 계신 곳은 용서와 기쁨의 자리입니다. 

주님은 낮은 곳에 가셔서 작은 이들을 만나 그들을 치유하고 용서하며 기쁨의 잔치를 열었습니다.

중심이 아니라 밀려난 곳, 아픔과 상처가 있는 연약한 곳, 사람들이 외면하는 곳에 주님이 계십니다.

우리도 그곳에 가야 합니다.

 

기도

목수의 아들로 오신 주님, 

손가락질받는 곳, 나사렛 사람으로 살고 주변부 갈릴리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전하고 기쁨의 잔치를 여셨음을 기억하게 하십시오.

그리스도께서 오시는 계절에 저희가 어디서 주님을 맞이해야 할지 알게 하십시오.

작은 이들이 있는 곳, 소외와 아픔이 있는 곳에 계신 주님을 찾도록 제 발걸음을 이끄십시오.

아멘


출처 : 대림묵상집 - 보일示 모실侍(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