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대림절 1주(금) 보이심(示) 5 : 도전과 확장

w.j.lee 2024. 12. 4. 07:14

도전과 확장(누가복음 10:25-37)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서 누가 강도 만난 사람에게 이웃 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눅10:36)

- 비유 : 옆에 놓이는 말씀
비유는 옆에 나란히 놓는다는 뜻입니다. 

우격다짐으로 강요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자주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주께서 비유로 들려주면 그 속뜻을 분별하는 것은 들은 이의 몫입니다.

간음한 여인을 붙잡아서 예수께 끌고 온 이들은 율법 대로 돌로 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유대인들은 주님을 얽어맬 구실도 만들 수 있기에 어쩔 거냐며 거세게 몰아세웁니다.

예수님은 잠시간 침묵하며 몸을 굽혀 땅에 뭔가를 쓰셨습니다.

그런 후 여전히 강요하는 이들에게 '너희 중에 죄 없는 이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하신 후 몸을 굽힙니다.

저들이 무안해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돌을 들며 심판자가 되려 했던 이들은 하나둘씩 떠나갔습니다.

 

주님의 말씀은 우리를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않습니다.

판단하는 언어, 자기를 드러내는 말이 횡행하는 세상에서 주님은 생명의 말씀을 은근히 옆에 놓을 뿐입니다.

율법적 지식을 드러내던 바리새인이 주님께 묻습니다.

'누가 제 이웃입니까?'

주님은 강도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 후 '누가 강도 만난 이의 이 웃이냐?'고 묻습니다.

나를 중심으로 이웃을 정할 것인지, 아니면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다가가 그의 이웃이 될 것인지를 스스 로 분별하고 결단하게 하셨습니다.

 

주님의 비유가 옆에 놓이면 듣고자 하는 이는 그 말씀이 자신을 흔드는 것을 느낍니다.

관행처럼 여겨지던 삶의 방식과 습관처럼 굳어있는 생각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낍니다.

얼른 외면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간음한 여인을 향해 돌을 들었다가 물러난 이들처럼, 이웃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뜬 바리새인처럼 말씀 앞에 더 흔들리며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합니다.

 

- 도전과 확장
생명의 말씀은 굳어진 생각과 가치관을 흔드는 도전이며, 정해진 담을 넘어 확장해 보라는 권면입니다. 

확장은 쉽지 않습 니다. 

확장되려면 내가 만든 담 나의 가치라는 방어막, 다른 이가 넘어오지 못하게 막는 안전장치를 허물어야 합니다.

어찌 생각하면 나만 손해보는 것 같고 억울하기도 합니다.

 

확장은 하나님을 향한 신뢰에서 비롯됩니다. 

헨리 나웬은 이를 공중공예사의 도전으로 묘사합니다. 

공중곡예사는 상대를 믿고 '자기가 잡은 그네'(안전장치, 가치관)을 놓아야 합니다. 

이처럼 자기를 확장시키는 도전은 갑자기 밑바닥이 꺼지는 경험이자 자기를 잃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두려움과 불안을 딛고 그네를 놓아버리고 도약할 때 허공에서 상대의 손에 잡히는 아름다움이 창조됩니다.

확장은 아름다움과 덕(德)을 낳습니다.

내가 나를 놓으면 하나님이 잡으십니다.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그렇게 확장될 때 힘겹게 씨름하던 문제들, 나를 짓누르던 허물들이 녹습니다.

둘러싼 담이 무너지며 확장될 때 회개는 자연스러운 선물이 되고 짓누르던 것은 힘을 잃습니다.

 

동화 <저만 알던 거인> 속 거인이 그랬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꾼 정원을 잘 보존하고자 정원에 들어온 아이들을 다 내쫓았습니다.

조용해졌고 편안해졌지만, 정원은 겨울왕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가 정원의 담을 허물고 아이들의 소리를 받아 들었을 때 꽃의 향기와 아름다움, 새의 노래로 가득해졌고 그는 꼬마들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온갖 생명이 풍성한 곳이 되었습니다.

 

말씀은 주춤거리는 우리를 향해 '용기를 내봐' '두려워 말고 도전해 보라'는 주님의 응원이며 권면입니다.

실패해도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거지요. 

말씀에 힘입어 확장하려는 시도가 우리를 성장하게 합니다. 

더 좋은 것은 은혜와 신뢰 가운데 확장된 그 영역을 하나님께서 사용하신다는 것입니다. 

내가 담을 헐어 넓어진 그 자리를 하나님께서 받으셔서 아름다움을 창조하십니다.

 

말씀을 듣고는 "참 좋은말씀이야" "감동적이야"라고 말한다면 이는 주님의 말씀을 내 기준대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나를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다른 이를 향한 잣대로 사용하려는 유혹입니다.

가만히 우리 옆에 말씀을 놓으시는 주님을 마음에 모실 일입니다.

 

 

기도

주님, 

주님은 제게 흠결 없는 성자(聖者)가 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 것 이라고 여기는 것에 자그마한 틈을 내고 여지를 주어서 확장되라 말씀하십니다. 

제가 귀 기울이게 하십시오. 

주님을 제 틀에 맞추려는 인생이 되지 않게 하십시오. 

제가 만나는 이를 규정하지 않고 품어 넓어지는 은혜를 맛보게 하십시오. 

아멘


출처 : 대림묵상집 - 보일示 모실侍(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