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대림절 1주(토) 보이심(示) 6 : 기도

w.j.lee 2024. 12. 4. 07:30

기도(마태복음 6:5-8)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마6:6)

- 중심으로

예수께서 이 땅에 거하며 우리에게 보인 모범이자 선물은 기도입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당신의 용서와 사랑의 사역이 기도가 아니고는 감당할 수 없음을 보이셨습니다.

치유와 말씀에 놀란 이들이 몰려들어 받들려고 했을 때도 주님은 그들을 벗어 나홀로 한적한 곳으로 물러나 기도하셨습니다.

보기에는 물러 나는 것이지만 기도는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 참된 중심인 아버지께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드러난 것으로 웅성거리지만 주님의 관심은 오로지 근원인 하나님뿐입니다.

기도는 아버지와 만나 그분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그랬기에 주님은 은밀히 드리는 기도를 일러주십니다. 

당시의 기도는 길이나 성전에서 선 채로 두 팔을 들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정해진 기도문을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주님은 골방에서의 기도를 말씀하십니다. 

마치 하나님 아버지께서 부끄럼을 타신다는 듯 은밀함을 강조합니다.

기도는 은밀함 가운데 사랑의 교제가 됩니다.

 

기도가 점차 사랑으로 깊어진다면 제 할 말만 하고 일어설 수는 없습니다. 

그건 공무 일테니 말입니다. 

제 생각과 바람만 말하고 일어난다면 사랑이 아니라 통보겠지요. 

기도의 자리를 논의의 자리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기도는 사랑하는 분 앞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넉넉합니다.

기도는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목적에 앞서 아버지의 임재를 우선 누려야 합니다.

말로 시작하지만, 침묵으로 이어지고 그분의 음성을 들으려는 열망으로 이어집니다.

아버지의 음성을 들으면 그 말씀을 이뤄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 기도의 자리에서 사랑으로 충만하기까지, 순종의 마음으로 채워지기까지 머물러야지요.

하나님과 함께하는 골방이 세상의 중심이 되고, 이 골방의 사랑 없이 하나님의 뜻을 이룰 수 없습 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십자가를 앞두고 완전해집니다. 

감람산에서 예수님은 자기 뜻에서 아버지의 뜻으로 옮겨갑니다.

'제원은 이 잔을 피하는 것입니다'에서 '제원대로 마십시오'로 옮겨가고, 끝내 아버지의 원대로 하십시오'라고 말씀드립니다.

나의 원에서 아버지의 원으로 옮겨가는 것은 자기를 버리는 여정, 자기를 아버지께 바치는 여정입니다. 

이 기도로 예수님과 아버지 하나님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창조로 시작된 하나님의 섭리는 십자가 위에서 완전해졌습니다.

낙원을 떠났던 인생은 예수님의 기도를 통해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예수의 이름으로 드리는 기도

예수님은 우리에게 기도의 본을 보이셨고, 그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기도가 되게 하셨습니다.

주님은 당신의 이름으로 기도하게 했고 기도하는 우리와 함께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예수의 이름을 만유 위에 두셨으며 우리는 대사제이신 주께서 중보자가 되심을 믿고 기도합니다.

따라서 기도는 우리가 드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리스도께서 아버지 하나님께 드리는 우리를 위한 중보에 의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복음서에는 또 하나의 기도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입니다. 

짧게는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호소했고 길게는 '지극히 거룩하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 도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간구했습니다. 

복음서에서 주님의 도우심을 청하며 그분께 나아가는 이들의 이 한결같은 외침은 거절당하지 않았습니다.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는 스스로 주님 앞에 나서기 부끄러운 이들이 거룩하신 분의 긍휼을 구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기도가 깊어질수록 점차 말은 사라지고, 그리스도의 임재에 젖어 들게 되지요.

이러한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는 많은 그리스도인을 예수의 신비에 깊이 천착하도록 이끌었습니다.

그들은 이 기도 안에 그리스도께서 계신다고 증언했습니다.

 

기도

주님, 기도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께서 기도를 통해 하늘 아버지와 친밀함 가운데 하나가 되어 당신 생각을 내려놓고 아버지의 뜻으로 옮겨간 것처럼

기도 가운데 저희도 그리되게 해주십시오.

기도한다면서 제 생각이 더 강해진다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겠습니까?

성탄을 기다리는 동안 제가 더 비워지게 하십시오.

아멘


출처 : 대림묵상집 - 보일示 모실侍(송대선, 지강유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