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한국의 說話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w.j.lee 2016. 2. 7. 16:31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말이 있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도 있다.


전어회

서유구(徐有 1764~1845)는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서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소금에 절여 서울까지 가지고 와서 파는데,

사는 사람들이 돈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마고할미와 전어

경상도 사천에 있는 비토(飛兎) 섬은 '별주부전'의 무대로 유명하다.

'별주부전'에서 용왕의 이야기를 토끼에게 전하는 물고기가 바로 전어다.  

역시 사천의 늑도 징검다리 섬에 전어와 관련된 마고할미 설화가 전해온다
옛날 지리산 노고단에 마고(麻姑) 할미가 살고 있었다.
마고할미는 하늘도 없고 땅도 없는 세상에서 잠을 자면서 코를 골았는데,
그만 하늘이 내려앉아 혼돈 상태로 빠뜨렸다.
깨어나면서 하늘을 다시 밀었더니 갈라지면서 해와 달이 생겼다.
마고할미는 땅을 긁어 산과 강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지리산 노고단에서 지냈다.
하루는 마고할미가 심심하던 차에 바다 구경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한 걸음 펄쩍 뛰었더니 삼천포였다.
그런데 마고할미가 펄쩍 뛰는 바람에 파도가 일어 바다에 떠 있던 배가 뒤집힐 뻔하였다.
마도라는 섬에서 육지로 나가던 배였다.
미안해진 마고할미는 마도에서 육지로 나가는 징검다리를 놓아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지리산에 있는 바위를 치마에 싸서 징검다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징검다리를 거의 완성시킬 즈음 바다 멀리서 하얀 물결이 일었다.
전어 떼였다.
전어 떼가 몰려오자 마고할미는 더 이상 다리를 놓아서는 안 될 것 같아서 그만두고 말았다.
그것이 지금 사천 늑도 앞의 징검다리 섬이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전어와 관련된 이야기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이야기이다
1587년(선조 20년), 광양 망덕 포구에 한 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김 씨 집 큰 아들 진명이와 구례 송 씨 집안에서 시집 온 며느리 여주가 혼례를 치렀기 때문이다.
산골마을에서 시집 온 여주는 전어 요리, 특히 전어구이에 반했다.
진명이가 3대 독자이기에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하나 탁 낳아주길 바란 시부모는
가을이면 여주가 좋아하는 전어구이를 빠짐없이 해주었다.

@전어구이

여주가 시집 온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이 소식이 없자 시부모의 태도도 점차 변하였다.
시아버지는 내심 못마땅해도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시어머니는 점차 노골적으로 여주를 구박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여주가 임신을 하자 시어머니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다시 처음처럼 여주를 보물단지 떠받들 듯하였다.
하지만 여주가 딸을 낳자 시어머니의 태도는 다시 뒤집혔다.
임신하기 전보다 더 나빠졌다. 이듬해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진명이도 전라좌수영에 편입되어 전쟁에 나갔는데 그만 왜군의 총탄에 맞아 전사하고 말았다.
진명이가 죽자 시부모의 구박은 더욱 극심해졌다.
아들을 못 낳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제는 남편 잡아먹은 아내라는 오명마저 쓰게 되었던 것이다.
꼼짝없이 대가 끊이게 된 여주 시부모는 사사건건 여주를 못 살게 굴었다. 결국 그해 여름, 여주는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가고 말았다.
여주는 시부모 몰래 망덕 인근에 초가집을 짓고 살았다.
언제든 시부모님 화가 풀리면 돌아가서 모시고 살 생각이었던 것이다. 어김없이
가을이 돌아왔다
아들도 죽고 며느리도 집을 나가 사람 사는 집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전어구이는 여전하였다.
전어를 굽던 시어머니도 여주를 떠올렸다.
비록 아들을 낳지는 못하였지만 착하디 착한 며느리가 불현듯 보고 싶어졌다.
전어구이를 그렇게 좋아했던 며느리가 아닌가.
더구나 난리통에 아들이 전사한 것이 꼭 며느리 잘못만은 아니지 않는가.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시어머니는 전어를 구우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그때 갑자기 여주가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뜻밖의 일이라 시아버지도 시어머니도 여주를 반겼다.
사실 요 며칠 여주도 웬 일인지 시부모님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두 분이서 어찌 사시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몰래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부엌에서 시어머니가 전어를 굽자
자신도 모르게 전어 냄새에 끌려 집안으로 들어가고 만 것이다.
전어구이 때문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고,
비록 아들은 아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손녀딸도 다시 찾게 된 시부모는
여주를 친딸처럼 생각하며 여생을 보냈다.
그때부터 광양 망덕포구 일대에서는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퍼지게 되었다.






출처 : 설화 그 원석을 깨다

허석 / 한국설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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