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음악

바흐 : 《마태수난곡》, '우리들은 눈물에 젖어'

w.j.lee 2022. 3. 24. 10:50

 

 

 

 

바흐  : 《마태수난곡》, '우리들은 눈물에 젖어'

 

20대 초반에 국립합창단이 연주한 바흐의 수난 오라토리오 <마태 수난곡>을 처음 들었습니다.

그 연주회를 기점으로 바흐가 지루하거나 어렵다는 미신에서 깨어났습니다.

바흐의 이 수난 오라토리오에서 가장 충격인 곡은

'우리들은 눈물에 젖어 무릎 꿇고 무덤속 당신을 향하여...'로 시작되는 마지막 합창입니다. 

 

드라마틱한 곡이 많고 가슴 절절하게 만드는 곡도 적지 않았지만 

마지막 합창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습니다. 

제겐 그 랬습니다.

그 공연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예수의 시신을 만졌습니다.

그 충격은 컸습니다.

스물두 살이 되도록 숨이 끊어진 예수께 저를 데려가

주님의 시신을 만지게 했던 설교나 성경 공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다수 한국 개신교에서 십자가의 처절한 고통과 하나님 아들의 죽음은

피상적이고 감상적 수준에서만 언급되었던 듯합니다.

부모나 사랑하는 사람의 입관에 참관 하듯

신자들을 예수의 죽음 앞에 세워주지 못했다는 느낌입니다.

제가 다녔던 교회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고난 주 간의 성 금요일이 지나면 다소 긴장이 풀려

부활절 아침까지 별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 보냈습니다.

 

하긴 사도신경에서 예수가 죽음에 내려 가신 사건은

아예 고백에서 빼버렸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그 점에 관한 한 한국 개신교가 과거 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는지 의문입니다.

2022년 부활 바로 전 날에 이 곡을 들어보면 어떨까요.

연주는 카를 리히터가 지휘 한 뮌헨 바흐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1959년 연주입니다.

 

다음은 이 곡의 한글 가사입니다.

 

우리들은 눈물에 젖어 무릎꿇고
무덤속의 당신을 향하여 편히 잠드시라 당신을 부릅니다.
지칠대로 지치신 몸
당신의 무덤과 묘석은 번민하는 마음에
편안한 잠자리가 되고,
영혼의 휴식처가 되소서
이리하여 이 눈은 더 없이 만족하여 

우리도 눈을 감나이다. 

우리들은 눈물에 젖어 무릎꿇고
당신을 부르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