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 : 《메시아》 중에서 '내주는 살아계시고'
프랑스 리옹 출신의 조각가 루이 프랑소와 루빌리아크(Louis-François Roubiliac, 1702-1762)는
1738년 헨델의 좌상 제작으로 큰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당시 영국에서 살아 있는 사람의 동상 제작이란 전례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문제로 곤혹을 치렀다는 기록이 얼른 눈에 띄지 않는걸 보면,
경제적으론 파산 지경이었으나 명성은 여전했던 모양입니다.
헨델은 말년에 유언장 내용을 몇 차례 수정하거나 추가했습니다.
그 내 용을 여기 자세히 소개할 필요는 없지만
1) 가난한 음악가들을 지원하는 단체에 1000파운드를 지원하고,
2) 자신이 죽은 뒤 하인 모두에게 1년치 임금을 지급하고,
3) 종복이었던 존 뒤버크에게 그의 그 어떤 친구, 연주자, 대본가보다 월등하게 많은
800파운드와 입던 옷 전부를 준 일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헨델 은 죽기 전에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히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자기 기념비 건립 비용으로 600파운드를 따로 떼어 놓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헨델하면 십중팔구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떠올립니다.
그 중에서도 영국 국왕을 벌떡 일어나게 만들었다.(이는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는
'할렐루야' 합창의 인기가 제일 높습니다.
그런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 국립묘지에 해 당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세워진 헨델 동상은 좀 이상합니다.
'할렐루야' 합창이 아니라 '내 주는 살아 계시고'란 제목의 악보를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헨델은 엉뚱한 악보를 손에쥐고 있을까.
영국에서는 '내 주는 살아 계시고'란 곡이 메시아를 대표할까.
아니면 600파운드를 자기 기념비 건립에 쓰라고 유언장에 남긴 헨델이 그 악보를 지정 했을까.
물론 일부 지 휘자나 음악가들이 '내 주는 살아 계시고'가
<메시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는 건 사실입니다만
그런 목소리는 이내 '할렐루야' 합창의 명성에 파묻힙니다.
진실은 쉽게 모습을 드러 내지 않습니다.
그게 어떤 내용이든 정답을 주장하거나 강요할 맘은 없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각자의 판단에 맡깁니다.
그런 기회를 위해서라도 이번 부활 주일에
<메시아> 제3부(부활과 영생)의 첫 곡 '내 주는 살아 계시고'의 경청을 권합니다.
연주는 트레버 피노크가 지휘한 잉글리시 콘서트와 소프라노 알린 오거(Arleen Augé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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