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하나님의 침묵, 인간의 도모

w.j.lee 2022. 4. 1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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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침묵, 인간의 도모

2022년 4월 16일(토) 성 토요일

말씀(마태복음 27:57-66)

57.  ○저물었을 때에 아리마대의 부자 요셉이라 하는 사람이 왔으니 그도 예수의 제자라
58.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달라 하니 이에 빌라도가 내주라 명령하거늘
59.  요셉이 시체를 가져다가 깨끗한 세마포로 싸서
60.  바위 속에 판 자기 새 무덤에 넣어 두고 큰 돌을 굴려 무덤 문에 놓고 가니
61.  거기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향하여 앉았더라
62.  ○그 이튿날은 준비일 다음 날이라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함께 빌라도에게 모여 이르되
63.  주여 저 속이던 자가 살아 있을 때에 말하되 내가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나리라 한 것을 우리가 기억하노니
64.  그러므로 명령하여 그 무덤을 사흘까지 굳게 지키게 하소서 그의 제자들이 와서 시체를 도둑질하여 가고 백성에게 말하되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다 하면 후의 속임이 전보다 더 클까 하나이다 하니
65.  빌라도가 이르되 너희에게 경비병이 있으니 가서 힘대로 굳게 지키라 하거늘
66.  그들이 경비병과 함께 가서 돌을 인봉하고 무덤을 굳게 지키니라

 

요절(要節)

그들이 경비병과 함께 가서 돌을 인봉하고 무덤을 굳게 지키니라 (마27:66)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시고 난 뒤 날이 저물었습니다.

주님을 존경하던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빌라도에게 청하여 예수님의 시신을 인도받아 무덤에 안치합니다.

 

그는 정성스럽게 장례의 절차를 치렀고 여인들은 깊은 슬픔 가운데 지켜 보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힐 것 같던 희망이 사라졌기에 슬픔을 가눌 길 없지만

그들은 남은 사랑마저 마음을 다해 그분께 드리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얼른 이 모든 소란이 정리되길 바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총독을 찾아가 혹시라도 시신 도난이 일어날까 방비책을 마련합니다.

그들은 이제껏 예루살렘을 떠들썩하게하고 위기를 일으킬 뻔한 모든 흔적을 한시라도 빨리 지우고싶습니다.

 

그러니 종교 지도자들이던 그들이지만

거룩한 안식 일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안중에 없고 그저 대책 마련에 바쁩니다.

총독을 설득하여 경비병을 얻어내고 이 모든 일이 탈 없이 지나 아무 문제없는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이렇게 대비하고서야 좀 마음이 놓입니다.

그렇게 애쓴 결과 돌로 봉 인된 무덤 앞에는 로마제국의 경비병들이 섰습니다.

 

성서는 예수께서 무덤에 묻힌 뒤의 하루를 오롯이 침묵하고 있습니다.

성서는 하나님의 침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숨가 쁘게 달려온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산에서의 변모와 수난의 거듭된 예고, 예루살렘 입성과 환호,

성전에서의 가르침과 종교 지도자들의 질시와 음모, 겟세마네의 기도와 배신, 그리고 흩어진 제자들,

홀로 걸으며 받으신 모욕과 십자가의 죽음까지 하나님의 침묵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주님은 무덤에서 고요히 잠들어 계시고 주님을 사랑하던 이들은 슬픔에 젖어 있습니 다.

마치 조각상 피에타처럼 침묵은 슬픔 속에서 영원히 계속될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신적 위엄과 권능, 영광의 현현이 아니라

아드님의 연약함과 수난 그리고 죽음으로 그분의 영원한 뜻을 이루고 계십니다.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과

그에 응답하여 대속의 제물이 되신 아드님 그리스도의 헌신을 기억 하며

믿는 우리 또한 침묵 가운데 이제까지의 걸음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새겨야 합니다.

 

자신의 죄를 깨달아 털썩 주저앉는 탄식으로 시작한 걸음이 십자가와 무덤의 침묵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여정 동안 은총으로 부어진 말씀을 의지하여 여기까지 이르렀습니다.

 

날마다 일깨워주신 말씀, 순간마다 허락해 주신 사랑의 은총,

한 걸음한 걸음 내디디며 귀를 핥듯이 들려주신 음성을 침묵을 통해더 깊이 간직해야겠습니다.

그렇게 베푸신 사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리석어 못알아듣고는 고집 피우던 우리 자신,

금방잊고는 엉뚱한 곳으로 달려가던 우리의 모습 또한 돌아볼 만합니다.

 

저들은 빨리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려 계획하지만

믿는 이는슬픔 속에서 자신의 뜻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침묵과 더불어 그분의 아픔과 사랑에 더 머물러야 합니다.

 

 

기도
침묵 가운데 계신 아버지 하나님,

저희의 죄로 인하여 무덤에 누우신 주님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이 침묵과 슬픔 또한 하나님의 뜻 가운데 있음을 믿습니다.

저희도 고요한 이 하루 가운데 말없으신 주님 안에 머물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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