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절 제34일 : 당당한걸음, 당황하는 인생

w.j.lee 2023. 4. 1. 00:00


당당한걸음, 당황하는 인생

2023년 4월 1일 토요일

마가복음 10:32-34

(막 10:32)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에 예수께서 그들 앞에 서서 가시는데 그들이 놀라고 따르는 자들은 두려워하더라 이에 다시 열두 제자를 데리시고 자기가 당할 일을 말씀하여 이르시되
(막 10:33) 보라 우리가 예루살렘에 올라가노니 인자가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넘겨지매 그들이 죽이기로 결의하고 이방인들에게 넘겨 주겠고
(막 10:34) 그들은 능욕하며 침 뱉으며 채찍질하고 죽일 것이나 그는 삼 일 만에 살아나리라 하시니라

 

요절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에 예수께서 그들 앞에 서서 가시는데 그들이 놀라고 따르는 자들은 두려워하더라 이에 다시 열두 제자를 데리시고자 기가 당할 일을 말씀하여 이르시되 (막 10:32)


예루살렘이 가까워져 여정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예수님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수난 예고가 전해집니다.

예고는 이전보다 더 구체적입니다.

유대교 지도자들에게 잡히고 로마제국에 의해 처형될 것이며 3일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장소가 바뀌고 대상이 바뀌어 서일까요?

그분의 걸음도 달라졌습니다.

갈릴리에서의 사역은 치유와 용서를 통해 기쁨과 감격으로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적 경험이 었습니다.

반면 예루살렘에서는 아버지의 뜻을 오롯이 감내해야 하기 때문인지 홀로 걸으십니다.

 

제자들에게 분명하게 일러주신 것은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때라는 것은 단순히 시간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예수께서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셨고, 순종은 십자가를 지는 것임을 확신 하셨다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제자들도 이 여정에 담긴 하나님의 뜻과 예수님의 십자가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지 결단할 때가 되었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주님의 때는 시간적일 뿐 아니라 결단의 요청이 며 주님과 더 긴밀해질 수 있는 기회입니다.

때에 따라 응답하지 못하면 제자들처럼 많은 것들을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의 걸음은 이제 거침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고 제자들은 그 모습에 당황하고 두려워합니다.

일러주신 주님의 수난과 죽음 예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릅니다.

당황하니 부활의 이야기도 다가오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늘 십자가와 부활을 함께 일러주셨건만

제자들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보고도 부활의 소망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활은 십자가를 온전히 받아들인 이들에게 주어지는 산 소망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제자들은 여전히 오해를 거듭합니다. 

수난에 대한 생각은 없고 어떻게 영광의 앞자리에 앉을 수 있을지를 골몰하며 서로 원망하기도 합니다.

주님의 수난에 결단하고 응답할 마음은 없이 제 생각으로 가득하여 주님을 설득하려고도 했습니다.

성서는 분명하게 예수님의 거듭된 예고에도 불구하고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하나님의 구원역사가

그분을 따른다는 이들에게조차 오해를 일으키고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단하신 주님은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딛지만

여러 생각들로 가득한 제자들은 당황하면서 겨우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 간격은 십자가에 이르렀을 때 더 많이 벌어집니다.

 

주님의 말씀과 제자들 간의 이 간격이 오늘 우리에게도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겠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오롯이 받아들이며 주님의 걸음과 같이하고 있습니까?

주께서 아버지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며 십자가의 길을 완성하였듯

우리 또한 이 믿음의 길에서 주님의 도구가 되길 빌어야겠습니다.

내 의지와 바람이 더 강하여 하나님의 뜻이 자리할 여지가 없다면

여전히 십자가는 불편하고 두려운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도
주님, 

아버지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합하셔서 말씀하시는 수난 예고가 

듣는 저희 에게도 두렵고 당황스런 말씀임을 고백합니다. 

저희를 긍휼히 여기시고 끝까지 이끌고 가주시기를 청합니다. 

제자들의 어리석음을 나무라지 않으시고 끝까지 인도하신 주님 감사합니다. 

저희에게도 같은 은총이 임하게 하십시오. 아멘


출처 : 동행하는 길(송대선, 지강유철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