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길/기도 & 묵상

사순절 여섯째주일 : 동상이몽

w.j.lee 2023. 4. 2. 00:00

동상이몽

2023년 4월 2일 종려주일

마태복음 21:1-11

(마 21:1) 그들이 예루살렘에 가까이 가서 감람 산 벳바게에 이르렀을 때에 예수께서 두 제자를 보내시며
(마 21:2) 이르시되 너희는 맞은편 마을로 가라 그리하면 곧 매인 나귀와 나귀 새끼가 함께 있는 것을 보리니 풀어 내게로 끌고 오라
(마 21:3) 만일 누가 무슨 말을 하거든 주가 쓰시겠다 하라 그리하면 즉시 보내리라 하시니
(마 21:4) 이는 선지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라 일렀으되
(마 21:5) 시온 딸에게 이르기를 네 왕이 네게 임하나니 그는 겸손하여 나귀, 곧 멍에 메는 짐승의 새끼를 탔도다 하라 하였느니라 
(마 21:6) 제자들이 가서 예수께서 명하신 대로 하여
(마 21:7) 나귀와 나귀 새끼를 끌고 와서 자기들의 겉옷을 그 위에 얹으매 예수께서 그 위에 타시니  왕하9:13
(마 21:8) 무리의 대다수는 그들의 겉옷을 길에 펴고 다른 이들은 나뭇가지를 베어 길에 펴고 
(마 21:9) 앞에서 가고 뒤에서 따르는 무리가 소리 높여 이르되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하더라 
(마 21:10)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니 온 성이 소동하여 이르되 이는 누구냐 하거늘
(마 21:11) 무리가 이르되 갈릴리 나사렛에서 나온 선지자 예수라 하니라

요절

시온 딸에게 이르기를 네 왕이 네게 임하나니 그는 겸손하여 나귀, 곧 멍에 메는 짐승의 새끼를 탔도다 하라 하였느니라 (마 21:5)


드디어 예루살렘에 도착한 예수께서 성안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주님의 걸음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한결같지만 지켜보는 이들은 다들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제자들은 선생님이 예루살렘에서 어떻게 당신을 드러내실지 기대합니다.

종교지도자들은 자신들 의 권위가 흔들릴까 주시하고 로마는 소요라도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 가운데 지켜봅니다.

그분의 이름을 듣고 따르는 백성도 알 수 없는 흥분에 젖어있습니다.

입성부터 시작되는 긴장이 예수님의 시간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예수님의 첫 시작은 멍에 매는 짐승의 새끼를 타는 것입니다. 

나귀는 주로 짐을 부리는 동물입니다. 볼품이 없지요. 

말과 같은 볼만한 위용도 없고 굽어볼 만큼의 높이도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어린 새끼를 탔으니 걸음새가 익숙하지 않았겠지요. 

흔들거리기도 하고 뒤뚱거리기도 하면서 입성했을 것입니다. 

성서는 예수님의 이 행동이 예언자의 선포를 이룬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영원하신 임금 그리스도의 거룩한 즉위식은 아무도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초라하다고 일러주는 것 같습니다.

스가랴 예언자는 이를 그분의 겸손이라고 암시했지만 사람들의 기대와는 너무 다른 광경입니다.

 

백성은 어린 나귀에도 개의치 않고 환호합니다.

겉옷을 펼쳐 그분의 길을 마련하고 종려 나뭇가지를 흔들며 하나님의 승리를 선포합 니다.

'다윗의 자손으로 오시는 분이여!' 라는 환호는 분명히 메시아의 도래를 뜻합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이라는 고백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 감격의 환호 또한 이 순간이 메시아의 즉위식임을 보여줍니다.

당장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도성은 들떠있고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묻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께서 연출하는 즉위식과

사람들이 마련한 즉위식이 한 자리에서 일어났건만 흐름은 전혀 다릅니다.

한편에는 흥분한 이들,

메시아의 도래를 외치며 들떠서 당장 무엇인가를 성취할 것 같은 분위기에 사로잡힌 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분위기 한 가운데 어린 나귀 위에서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겸손한 주님이 계십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다른 퍼포먼스입니다.

하나는 하나님과 온전히 하나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분노 가득한 고발과 저주로 이어질 것입니다.

 

십자가에 가까이 갈수록 믿음이 담고 있는 실상이 드러납니다. 

일상에서 우리의 믿음이 신실하고 굳건한지 아니면 형식과 모양만 있는지 쉬이 분별할 수 없습니다.

고난과 같은 정련의 과정을 통해 믿음이 하나님의 뜻에 합한 것인지,

자기만족을 위해 제 뜻을 성취하려 는 것인지를 분별할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 입성은 그 출발점이며 십 자가는 그분을 따르는 이들에게 믿음의 신실함을 구별하는 시금석 이기도 합니다.

십자가는 어떤 이에게는 하나님께로 도약하는 디딤돌이고 어떤 이에게는 넘어지는 걸림돌이 됩니다.

부디 이 길이 우리 신앙의 디딤돌이길 기도해야겠습니다

 

기도
주님, 

흔들리는 나귀에 오르셔서 백성들의 환호 소리에 현혹되지 않고 

아버지 하나님의 뜻에 잠긴 주님을 바라보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그 마음을 저희에게 허락 해주십시오. 

그래야 이 십자가의 길을 끝까지 따라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주님 저를 도우소서. 아멘


출처 : 동행하는 길(송대선, 지강유철 공저)